생긴 지 꽤 오래되었다고 느껴지는 알라딘 중고 서점을 최근에야 가게 되었다.
들고 가야 할 것을 고민하던 내가 집어 든 3권의 책 중 한 권.
평소 신화, 동화, 스릴러, 공포 등을 좋아하는 지라.
일본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고
책이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다.
양장도 아니었고 표지도 그냥 단면으로 인쇄된.
겉 표지 안쪽에 달려있는 날개(?) 없이
그냥 겉 표지 안쪽에 저자 이력을 인쇄 해 놨다. (무척 신선했음)
적당한 사이즈 122 X 187mm (내가 쉽게 읽을 수 잇는 최소 사이즈)에
글자 크기도 좋았다.
여러모로 책 자체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손이 더 자주 가고 읽는데 거부감도 없었다.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시기에는 양장이 좋았다.
보관할 때 책이 덜 상하는 느낌이 들어서.
- 책을 항상 휴대하며 틈틈이 읽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시기.
- 그냥 집에서 어쩌다 우주의 기운이 모였을 때 몇 시간을 바짝 읽었던 시기.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고 틈틈이 읽기 시작하자 양장이 불편해졌다.
무게도 그렇고 양장의 두꺼운 표지가 가방 안에서 은근 존재감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장이랍시고 비싸지는 가격.
쓸 데 없는 이야기가 길었다.
그만큼 이 책의 만듬새는 꽤나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게 끔 했다.
여튼 이 책은 진행 방식이 특이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되는 것.
책 초반에 이미 사건은 벌어지고
그것을 두고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생각, 입장, 추리 등)를 한다.
독특한 진행 방식이란 점은 동의한다.
그리고 놀랄 정도로 치밀한 심리 묘사가 두드러진다.
근데 이게 중간을 넘어가니까 읽는데 지친다.
왜냐면 고봉 밥 수준으로 상세한 서술이 그 캐릭터에게 쉽게 몰입하게 하는 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겹쳐지는 상황에 대한 서술이 반복되니까
마치 읽었던 내용을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중후반에 가선 지루함을 깔면서 읽게 된다.
마치 시큰둥해 진 달까? '흠..그래 그래. 알았다고...'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언급 횟수가 너무 잦어져서 인지
문득 불쾌감까지 들었다.
마치 피해자가 도구화 되는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등장 인물들이 서술하는 이야기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인간성을 주장하기 위해 짧게 언급될 뿐이었다.
사건이 터진 그 목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최고기온이 갱신될 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여름 햇빛은 자신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집과 정원에 하얀 단내를
쏟아냈다.
P275
제목과 어우러지는 배경 묘사가 인상적.
개인적으로 신선한 경험이었고 나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