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족 이야기 2 - 동굴 원정대 신비도서관
김춘옥 지음, 김완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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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신비도서관 시리즈 《길족 이야기》 2권 '동굴 원정대' 를 읽었습니다.

 

 

글_김춘옥

탈것이 많은 요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걸어서 길을 만들고 돌보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길들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서 세상 모든 곳과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다툼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종종 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길들이 평화롭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내일이 흐르는 강》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 《작은 나라》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우리 신화 이야기》 《야호! 난장판이다》 《울산에 없는 울산바위》 《서천꽃밭 한락궁이》 《꼭두랑 꽃상여랑》 등이 있어요.

그림_김완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는 《하우스》 《BIG BAG 섬에 가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으로 산 책》 《오늘 또 토요일?》 《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슈퍼히어로 우리》 《슈퍼히어로 학교》 《우리 모두 주인공》 《일기 고쳐 주는 아이》 《늙은 아이들》 《소년 김대건》 등이 있어요.​

 

 

 

 

 

 

길새가 동굴에 갇히는 상황 속에서도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과 새로 솟아나는 샘물같은 활기와 희망을 그리며 끝났던 1권에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했는데요. 2권에서는 새로운 등장인물인 청아, 휘와 함께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덕분에 1권보다 더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빠르게 읽어나갔답니다.

 

 

 

무엇보다 새에게는 동굴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게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어요. 동굴 길 끝에 있는 바위 문을 여는 무언가 특별한 주문이 있을 법한데, 그곳이 낯설기만 했던 새가 알아내기는 어려웠지요. 그때 청아라는 누나가 나타나 새와 비슷한 자기 처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길족 세상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이들을 혼란과 아픔 속에서 살게 만들었어요.

길모아와 같이 길찾족의 또 다른 부족장인 길다다는 야심이 큰 인물이었어요. 새가 길모아의 아들이라는 확신을 가진 뒤에는 이를 문제삼아 자신이 새로운 족장이 될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지요. 자기 방식으로 마음을 발전시키고 질서와 풍요를 갖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으니까요.

 

 

"일반 길찾족들에게도 발자국을 넉넉히 나눠 주는 거야. 대신 일을 더 시켜서 도로를 늘리고 마을을 넓혀 가는 거지. 많이 받으면 일을 더 하는 게 당연하지, 암."

길다다는 서류를 뒤적이며 창고에 있는 발자국의 양을 살펴보았다. 발자국은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쌓아온 발자국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모아 놓고 있었다. 빼돌려도 눈치챌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농장 일꾼들을 다그치면 언제든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8-29쪽)

 

 

길다다 부족장의 계획에 따라 길필도 족장과 길모아 부족장은 직위를 해제당하고 동굴의 지하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길모아는 천리동이, 만리동이에게 비밀스럽게 부탁을 전했어요. 새를 바위 문 가까이 못 오게 하라는 길다다의 명령을 전할 때는 개들의 귀를 쓸어 닫고, 길모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엔 개들의 귀를 열었어요. 길모아의 기지 덕분에 위의 그림처럼 새가 개들의 도움으로 바위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됐어요.

 

 

 

 

 

길다다가 족장 자리에 오를 날이 다가오고, 길다다 쪽이 바쁘게 움직일수록 발자국 창고도 빠르게 비어 갔습니다. 창고가 비어 갈수록 길만족들은 쉬지 않고 걸어야 했고요.

 

 

 

농장 길만족들의 하루는 점점 길어졌다. 그동안은 잠에서 깨어나면 일어나 걷고 지치면 잠자리에 들었다. 자유를 달라고 나서지만 않는다면 그런대로 걷는 일은 계속할 수 있었다. 몇몇이 자유를 외치다 잡혀간 적이 있었다. 다치거나 병이 들어 사라진 이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남자고 다짐했다. 언젠가 어디든 자유롭게 걸을 날이 올 거라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은 걸어야 하는 시간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길만족들은 지쳐 갔다.

(중략)

길만족들은 쫓기듯 들판으로 들어섰다. 부드러운 흙 위에 키 작은 풀들이 듬성듬성 나 있는 곳이었다. 발자국을 찍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길만족들이 걸어가자 걸음을 따라 발자국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호로록 호로록.

길만족들의 뒤를 발먹들이 따라붙었다. 바닥에 발자국이 새겨지자마자 발먹들은 호로록 빨아들였다. 검은 연기 같은 몸체가 발자국을 먹을 때마다 울릉불릉 불어났다. 발먹들은 이렇게 먹은 발자국들을 창고로 가서 다시 뱉어 내어 세금으로 바쳤다.

철커덕 철커덕, 호로록, 호로록.

소리는 들판을 가로질러 풀밭으로, 숲으로, 언덕으로, 호숫가로 퍼져 나갔다. (본문 56-59쪽)

 

 

 

농장 길만족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 하고, 쫓기듯 걷는 일만 하며 지쳐 가는 동안 새와 길포, 청아, 천리동이, 만리동이 등 동굴 원정대도 또 다른 길을 찾는 모험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찾은 출구는 새로운 동굴의 시작이었어요. 그러나 길족은 원래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특징이 있어요. 길족이 길을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고 해도 마음은 설렜어요.

동굴 원정대 일행이 동굴 안에서 방향을 정하고, 아주 오래된 발자국들을 단서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그 과정에서 새가 길모아 부족장과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막막한 길에서 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어요.

 

 

 

 

이때 길필도 족장이 휘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합니다. 휘는 족장이 길신이라는 신발장이에게 맡겨서 만든 신발이라고 해요. 발자국과 길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신기한데, 그것들을 먹을수록 몸이 생기고, 스스로 움직이고, 혼자 생각하는 능력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책에서 만난 등장인물 중에 가장 개성이 강했어요. 작가의 상상력이 응집되며 탄생한 매력적인 인물이기에 독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 듯해요.

 

그러나 세상 모든 길을 통제하고, 이 길들의 질서를 유지하려던 족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휘는 족장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어요. 결국 족장은 자신이 만든 휘에게 공격을 당했고, 길족 세상은 나날이 어지러워지고 있었어요.

 

 

 

길족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 난 질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길찾족은 길을 돌보고 길만족은 샘을 돌보는 능력과 함께 발자국 길을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지, 으으. 그런데 길만족은 발자국 길 만드는 일을 특히 더 좋아했지. 나는 길만족이 마구 길을 만드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어, 으으. 자유로운 길만족으로 인해 길족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까 두려웠던 거야, 으으. 그래서 길만족을 농장이나 동굴에 가두어 관리하게 된 거란다. 으윽." (본문 84쪽)

 

 

 

길필도 족장은 이제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새에게 자신이 지난 시절 지녔던 신념과 길샘의 의미를 들려줍니다.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굳게 믿었던 신념이 과연 모두가 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이었지요.

이제 동굴 원정대와 우리는 동굴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길신과 역시 행방을 알 수 없는 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고, 임무만 점점 늘어가지만 다행히 이제 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길신과 휘가 얽힌 이야기도 자유와 구속의 의미와 맞닿아 있어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걱정되는 마음에 화를 낸다면 상대방은 그 화를 걱정으로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휘는 여러모로 참 복잡하고,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어딘가에서 보고 느낀 적이 있는 듯한 누군가, 또는 나 자신의 모습처럼 다가오기도 했으니까요.

 

 

 

 

마침내 동굴 원정대는 길신을 찾아내고, 새는 길신에게 다양한 걸음법과 싸움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새는 놀라운 이해력으로 빠르게 훈련을 소화했어요. 새는 원래 걸음족의 걸음법을 알고 있었고, 길만족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길찾족 족장의 싸움법까지 배워 능력을 크게 키웠어요.

새와 휘가 마주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긴장감이 몰려왔어요.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진 두 인물의 말과 마음이 통하게 될지는 동굴 안에서 좀더 지켜봐야 했어요.

새와 휘가 어떤 만남과 대결을 펼쳐 가는지, 각자의 뜻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는 있을지 끝까지 한번 읽어 보세요. 새는 그리운 엄마와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족의 운명도 어떤 변화의 길로 다시 접어들게 될지 따라가보는 여정도 흥미로웠어요. 동화 속 판타지가 우리가 사는 현실과 연결되는 지점들도 하나씩 발견하며 새와 함께 여행길에 발을 들여볼까요. (*)

 

 

※ 청어람 주니어 이벤트​

《 길족 이야기》 시리즈를 한 권 이상 구매하시는 분들께 발자국클립 세트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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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족 이야기 1 - 비밀의 샘 신비도서관
김춘옥 지음, 김완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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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두 권의 판타지 동화를 만났어요. 청어람주니어 신비도서관 시리즈 《길족 이야기》 입니다.


글_김춘옥

탈것이 많은 요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걸어서 길을 만들고 돌보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길들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서 세상 모든 곳과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다툼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종종 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길들이 평화롭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내일이 흐르는 강》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 《작은 나라》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우리 신화 이야기》 《야호! 난장판이다》 《울산에 없는 울산바위》 《서천꽃밭 한락궁이》 《꼭두랑 꽃상여랑》 등이 있어요.

그림_김완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는 《하우스》 《BIG BAG 섬에 가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으로 산 책》 《오늘 또 토요일?》 《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슈퍼히어로 우리》 《슈퍼히어로 학교》 《우리 모두 주인공》 《일기 고쳐 주는 아이》 《늙은 아이들》 《소년 김대건》 등이 있어요.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동화이고, 판타지라는 장르문학의 특성상 작품 속 새로운 세상과 등장인물들을 머릿속에 잘 배치해야지 상상력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도입부에 길족과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들어 있어 이야기를 그려보는 길잡이가 되었어요. 또, 차례를 한번 읽어보는 것도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길만족, 길찾족, 그림자족, 발먹, 걸음족, 사냥꾼 등 소개글에서 먼저 살펴보고 독서를 시작했어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길족'에 대한 소개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길족

하늘나라 선녀가 만든 길에서 생겨난 종족. 길을 만들어 사람 사이를 이어 준다. 길만족 부부의 아이는 길만족, 길찾족 부부의 아이는 길찾족이 된다. 길만족과 길찾족의 아이는 열세 살에 주문 시험을 보고 종족이 전해진다.



이야기는 길족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길새라는 남자아이의 학교 앞에서 말이죠. 새는 늘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사는 엄마를 생각해서 방학에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어디 가자고 조른 적도 없었어요. 아이들 대분분이 가족 여행을 간다고 호들갑을 떠는 방학식날 풍경에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그래도 그날은 새의 생일이었고, 엄마가 새 운동화를 선물로 사주셔서 기분이 풀렸어요. 저녁에는 엄마와 피자를 먹을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엄마와 약속한 장소로 가던 길에 새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식물원 입구를 지나 오솔길로 들어섰을 때였다.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약간 어두운 오솔길에 들어서자마자 새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무언가가 확 덮치면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감쌌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질퍽질퍽한 길이 벌떡 일어나 빨아들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맑디맑은 날에 길이 질퍽할 리 없었다.

본문 15-16쪽


낯선 숲속의 오두막집에서 깨어난 새의 눈에 이십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형의 선한 얼굴이 들어왔어요. 이름이 길포라는데, 새는 형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길포와의 시간도 잠시, 어서 도망쳐야 한다는 형의 말을 듣고, 형이 급히 던져주는 운동화를 신고 새는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앞을 향해 뛰었지요.

"나무들아, 길을 열어! 샤삭 샤사삭!"

"풀뿌리야, 뒤를 막아! 툭툭 투두둑!"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주문같은 말을 외치면서 새는 엄마에게 늘 듣던 옛날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꿈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길포는 길찾족이자 사냥꾼이었어요. 사냥꾼은 발자국이나 길을 찾아 내어 수집하는 일을 해요. 특별한 발자국과 길을 걷어 내어 견본을 만드는 것도 사냥꾼의 일이었어요.

과거에 길족 족장인 길필도는 군대를 앞세워 길만족을 모조리 잡아갔어요. 그때 길만족이었던 길포의 엄마가 잡혀갔고, 아버지는 그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어느 날 걸음족 마을에서 우연히 본 여자가 길만족의 발자국을 새기며 걷는 걸 알게 된 길포는 여자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도 길만족이지 않을까 짐작하고 지켜봤어요. 그 남자아이가 바로 길새였고요.

길포는 여자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걸 알아봤고,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게 될 아이가 길족도 걸음족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갈까 걱정이 돼서 길족 마을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던 거였어요.

길포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늪길공을 이용해 길새를 길족 마을로 옮길 수 있었어요. 놀라운 건 그 일을 길새의 엄마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길포가 언니의 아들, 조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본 길새의 엄마가 편지를 남겼거든요. 이제 길새는 길족 마을에서 혼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주위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아이나 어른이나 바지와 셔츠 위에 겉옷을 입는 비슷한 옷차림이었다. 때때로 여자의 경우 바지 대신 치마를 입는 차이뿐이었다. 그런데 신발만은 확연하게 달랐다. 눈에 띄게 개성적이어서 신발만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발만 도드라지는 옷차림이 새에게는 더없이 이상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본문 49-50쪽


그림에서는 길족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가 한없이 메마르고 피로해 보였어요. 그나마 새는 그곳 한복판에서 길포와 다시 만나 '길만족 주문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길만족은 그들만의 주문으로 나무와 풀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요. 그제서야 새는 평소에 엄마와 하던 말놀이가 사실은 길만족의 주문이었으며 그 주문이 나무와 풀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는 허름한 신발가게에서 혼자 신발을 한번 신어봤을 뿐인데, 다시 길포와 헤어지게 되고 군사들에게 체포되고 말아요.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 미로성까지 끌려간 길새는 이제 어떻게 될지 암담했습니다. 이 미로성을 설계한 이가 바로 길족 족장 길필도였어요. 족장은 길만족이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길을 찾아다닌다는 길만족의 습성이 평화를 깨뜨린다고 믿었어요. 길족 모두의 생명수인 샘물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길만족의 능력만큼은 인정했으나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관리하길 바랐어요.


족장은 발자국 농장을 만들어 길만족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발자국 농장의 일꾼이 된 길만족들은 농장 전용 족쇄를 차고서 발자국을 만들기 위해 쉴 틈 없이 걸었다. 발먹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발자국을 모았다. 발먹들은 길만족과 함께하는 조건으로, 그들이 먹은 발자국을 거의 세금으로 바쳤다. 족장은 이 발자국을 발자국 창고에 꼬박꼬박 모으도록 지시했다. 간혹 병이 들거나 말을 듣지 않는 길만족들은 동굴 마을로 보내서 샘물을 돌보도록 했다. 이런 질서가 있기에 길족 세계는 유지된다고 여겼다.

본문 79쪽




한편, 샘물이 줄어들어 길족 세계의 뿌리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현재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족장 길필도와 족장의 아들이자 부족장인 길모아는 갑자기 나타난 길만족 아이(길새) 때문에 언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 아이가 누구여도 상관하지 말라는 길필도와 달리 길모아는 아무래도 길새가 오래 전 사랑했던 춘춘의 아들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족장이 억압과 통제로 만들어놓은 지금의 길족 마을은 정해진 신분에 따라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이제 길찾족은 매일 다르게, 새로움을 추구하며 노력할 필요도 없었어요.

다만 사냥꾼은 같은 길찾족이어도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늘 무언가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길족 마음의 질서에 위협이 된다면 족장은 사냥꾼들도 잡아 가두고 말겠지요.

새는 이 답답한 길족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어둡고 축축한 동굴 마을에 강제로 들어가게 됐어요. 길포의 끈질긴 추격 끝에 둘은 다시 만나게 되지만 발자국을 먹어치우는 발먹들이 달려드는 동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어요.

낮과 밤이 따로 없는 동굴 마을에서 새는 길샘에 닿게 되고, 그곳에서 샘물을 지키는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과 길만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새는 길족 세계로 온 이후 처음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보게 되는데요. 이곳의 샘물을 가지고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됩니다.

《길족 이야기 1》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코로나 백신 접종을 했고, 휴식 시간을 가지며 2권까지 이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원래 판타지 동화를 즐겨읽은 적은 없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어서 덮을 수가 없더군요.

세상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재단하여 자로 잰 듯이 통제하는 족장을 보며 흔히 금수저니 흙수저니 계급을 지정하는 세태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달라졌다 해도 개개인의 고유한 성향과 금쪽같은 재능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현실이 오버랩되어 새삼 갑갑하기도 했습니다.


남다른 능력을 발견한 길새가 동굴 밖으로 나갈 수는 있을지, 엄마를 만나게 될지 2권에서 다시 이야기 나눠봅시다. (*)


※ 청어람 주니어 이벤트

《 길족 이야기》 시리즈를 한 권 이상 구매하시는 분들께 발자국클립 세트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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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10
김명진 지음, 전명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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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새책입니다. 고학년 문고 열 번째 책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입니다.

책표지에 UFO로 보이는 비행물체가 있고, 제목에도 외계인 얼굴이 보입니다. 철구, 유진, 안나 세 아이가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을 세운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특별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따라가 볼까요.

 

철구는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자기가 모아둔 것과 교환하는 '아무거나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채소마켓'의 1인 창고매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철구네 집 마당에 있는 조립식 창고로 아이들이 물건을 들고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살펴보고 철구의 물건과 교환을 하는 방식입니다.

철구 엄마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염라대왕처럼 불같이 화를 내곤 하는 고함쟁이 엄마거든요. 철구가 운영하는 '아무거나 교환소' 일도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모으는 취미일 뿐이라고 쥐어박듯이 말하지만 철구에게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모아놓은 물건들을 번개 장터에 들고 나가면 또 다른 물건들과 교환하거나 팔 수도 있으니까요. 철구에게는 혼자 돈을 모아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어느 날 아침, 철구네 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같은 반 안나가 무당벌레 모양으로 만든 예쁜 브로치를 가지고 왔어요. 빨간 몸통에 반짝이는 크리스털이 박혀 있어서 철구의 눈에 쏙 들어왔어요. 번개장터에 내다 팔 생각에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안나는 교환하고 싶은 게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며 "사라지고 싶어."라고 해서 철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어요.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가을이와 크게 싸울 뻔한 안나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철구는 안나가 이상하고, 마음이 불편했어요.

어른들은 안나가 차분하고 의젓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철구는 안나를 보면 깜깜한 밤이 떠올랐어요.

마음 한켠은 불편했지만 철구는 지하실에 있던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이라는 제목이 적힌 1989년 공책과 오래된 《믿거나 말거나》 잡지를 찾아내서 안나를 사라지게 해줄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믿거나 말거나》가 종이 잡지로는 더이상 나오지 않으니 철구는 초자연적 현상과 외계인, 지구와 외계 소식을 다루는 비공개 카페에도 가입해서 열심히 자료를 모았습니다. 지하실을 어지럽힌 것 때문에 당연히 엄마는 철구를 노려보고 소리를 질렀어요.

철구는 안나가 외계인을 만나서 사라지게 돕고, 자기는 번개장터에 물건을 판 돈을 모아 아빠가 살고 있다는 섬으로 갈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었어요.

뭔가 재미있는 일을 꾸민다고 느낀 유진이까지 합세해 세 아이는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을 짜기 시작했어요. 또래 친구들에게 듣기 힘들었던 이상한 말을 많이 하는 유진이답게 "외계인이 인간을 만나는 건 지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고 조사한 내용을 설명하는 철구 앞에서 "약 팔고 있네." 라고 했어요. 유진이 외할머니가 입이 거친 분이라 유진이도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닮은 것 같아요.

철구는 본격적으로 외계인을 만나러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전철을 타고 먼 거리에 있는, 아시아 최고 높이인데다가 UFO가 나타난 적이 있다는 혜성타워 근처에도 다녀오고, '믿거나 말거나' 카페 게시판의 글도 꼼꼼히 읽어봤어요.

 

 

 

그러던 중에 엄마가 외계인 같다는 건우라는 한 학교 남자아이도 만나게 됐어요. 건우 엄마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하는데, 외계인이 된 것처럼 느껴질 만큼 대단한 변화였다고 해요.

엄마가 아끼는 화분을 실수로 깼을 때도 조심하라고 타이르고, 학원을 줄였다고 하면서요. 함께 놀이동산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평소 싫어했던 '건담'도 새로 사줬다고 엄청 이상한 일들이라고 말했어요. 그러니 엄마가 회사를 옮긴 뒤부터 외계인이 된 거라고 건우는 확신하고 있었어요.

 

 

 

앞에서 안나가 가을이와 큰 싸움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은 안나가 물건을 훔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가을이는 전부터 안나가 도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철구가 우연히 비를 피하러 들어간 편의점에서 안나와 가을이를 보게 돼요. 안나가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습을 철구가 봤고, 그 행동을 또 가을이가 뒤에서 모두 봤어요.

가을이는 안나를 의심했다고 안나의 친구들에게 봉변을 당하기까지 했으니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안나가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훔치는 동영상을 찍어뒀어요.

철구는 안나의 잘못된 행동을 알게 됐는데도 이제 친구로 지내고 있는 안나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훔친 물건인 게 분명해진 무당벌레 브로치도 돌려줘야 겠다고 결심했고요. 그렇다면 섬에 사는 아빠를 만나 왜 딸 이름을 철구라고 지어놓고 연락도 없는 건지 따지러 갈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안나는 철구에게 자기가 자꾸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어요. 언젠가는 친구들에게 들킬 줄 알았다는 말도 함께요. 게다가 안나가 물건을 훔치거나 잘못을 하면 아빠에게 맞아왔다는 것까지 고백했어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든 안나의 엄마는 딸이 무더운 여름에 반바지를 못 입고 다닐 만큼 몸에 상처가 많고, 결석도 자주한다는 것도 잘 모르고 있다고 하고요. 안나는 아빠한테 맞은 날에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철구가 너무 놀라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철구는 결국 안나의 아빠가 변상했다고 하는 무당벌레 브로치도 번개장터에 내놓고 판매하고, 안나와 친구 관계도 정리하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그때쯤 엄마가 아빠를 보고싶으면 섬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서 아빠한테 데려가 주기로 약속을 했어요.

철구의 일은 풀리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어요. 건우는 엄마가 외계인이 확실하다며 펑펑 울고, 안나는 방 전등을 깜박깜박 껐다, 켰다 하며 철구와 유진이까지 셋이 머리를 맞대고 책을 보며 만든 모스 부호를 보내고 있고, 여전히 신경이 쓰였어요.

 

 

 

 

건우는 결국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었어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철구는 가을이와 안나의 관계가 떠올랐어요.

약속대로 엄마가 아빠에게 데려가줘서 철구는 처음으로 아빠와 친할머니를 보게 되었어요. 아빠를 만나고 온 뒤에도 철구는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힘들어하고 있을 안나를 더 모르는 척 할 수 없었습니다.

안나는 유진이와 함께 안나를 힘껏 돕기로 하고 경찰서에 갔어요. 아이들끼리 경찰관을 찾아가려고 얼마나 큰 용기를 끌어올려야 했을지 마음이 아팠어요.

안나의 아빠는 가정 폭력으로 신고가 된 일을 기분나쁘게 받아들였어요. 자신의 행동은 폭력이 아닌 훈육이었고, 아이를 그렇게까지 혼낸 건 자식의 도둑질을 눈감아줄 수 없어서였다고 했습니다.

원래 피부색이 보이지 않을 만큼 검붉은 피멍과 피딱지까지 다리에 깊게 상처를 남긴 가해자가 아빠라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어요. 나머지 보호자인 엄마는 아이의 상태를 잘 알지도 못할 만큼 무심하다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웠어요.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실제로 이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뉴스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동화 작품에서 이러한 내용을 접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짐작하기 어려웠어요.

작품 속의 아이들은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 왔든, 존재하지 않았든 일단 어른들의 해명을 들어줍니다. 잘못한 게 없으니 거짓말이나 변명은 할 생각도 없는 철구와 달리 안나의 아빠나 다른 어른들은 잘못한 게 분명히 있어도 거짓말과 변명을 일삼는 모습에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마음을 닫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풀어가기로 했어요. 어른들도 아이들과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작은 노력을 시작합니다. 저 또한 어른의 한 명으로 이 아이들이 오래오래 우정을 나누고, 가슴 뛰는 삶 속에서 자라길 바랐습니다.

사라지고 싶어하던 안나는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통해 외계인이 아닌 친구들에게 매맞는 아이나 도둑질하는 아이로 사라지고 싶지 않으니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잘해줄 여력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 살아있어 주기만 해도 힘이 됐을 어른들이 아이들을 번번이 노려보며 윽박지르거나 막말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걸 읽어야 하는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얼마 전 읽은 다른 책에서 "만약 아이들에게 부모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면, 과연 우리를 부모로 선택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당당하게 나는 선택받을 거라고 답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지만 당연히 그렇다고 할 자신도 없는 게 사실이니까요.

부모는 누구보다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힘들 땐 언제든 부모라는 베이스캠프에 찾아와 기운을 차리며 머물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성장기를 겪었거나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돌볼 수 없었던 상황 속에 놓여 있거나 각자 복잡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자신의 상처나 우려를 투사시키며 양육하면 안 됩니다. 따뜻하고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 하는 아이들이 외계인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믿음을 주는 모습이 안타까운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어디서든 어른의 시선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랄 수만은 없지요. 아이들도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관찰하며 어느 정도는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친구를 외면하지 않을 마음의 힘도 길러야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관계와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을 세워 보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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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구는 안나를 볼 때마다 깜깜한 밤이 떠올랐다. 달도 별도 없이 그저 까만 먹구름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그런 밤하늘 말이다. 우연히 몇 번,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세상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어두워지는 안나의 얼굴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 P26

‘나를 데려가 주세요.‘

그때는 그저 문장을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했는데 깜깜한 밤에 홀로 깜박이는 안나의 전등을 보고 있자니 자꾸 눈물이 찼다. 짜증이 났다. 안나는 도둑인데, 가을이 말대로 도둑인데, 그런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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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악당 댕댕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5
방미진 지음, 김미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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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방미진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국내 창작 동화로는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은 《금이 간 거울》을 시작으로 《챗걸 시즌2-1 : 미래에서 온 명령》 《13일의 단톡방》 《비누 인간》 《인형의 냄새》 《손톱이 자라날 때》 《괴담》 《장화홍련전》 《비닐봉지풀》 《형제가 간다》 《왜 아껴 써야 해?》 《신통방통 경복궁》 등의 책을 냈어요.

그림_김미연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종이 한쪽 귀퉁이에 낙서하고 그림 그리며 즐거워하던 마음을 담아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린 책으로 《부풀어 용기 껌》 《목소리 교환권》 《녹색아버지가 떴다》 《개 사용 금지법》 《용돈 지갑에 구멍 났나》 《달콤한 방귀》 《외계인을 위한 주사기 사용 설명서》 《우리나라 곳곳에 너의 손길이 필요해》 《거꾸로 알림장》 등이 있어요.

청어람주니어 저학년문고 스물 다섯 번째 책 《최고 악당 댕댕》입니다. 표지를 보면 진땀을 흘리며 인상을 팍 쓰고 달려가는 아이를 쫓는 근육질의 험상궂은 개가 최고 악당, 댕댕인 것 같죠? 그런데 아래 앉아 있는 댕댕이를 보면 악당이라고 하기엔 리본이 너무 잘 어울리고, 귀엽잖아요? 하하. 댕댕이 뒤에서 빼꼼 나와 있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서는 전혀 두려움이 없고요. 과연 최고 악당 댕댕은 어떤 모습일까요.

 

 

 

목차를 먼저 보고 갈까요. 언덕길에서 신나게 산책하는 등장인물들이 보이고, 귀여운 글씨체로 이 책의 내용을 그려볼 수 있는 목차가 나와 있어요.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초등학교 2학년 '오대오'라는 아이를 만납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에서 냅다 뛰어나오며 주변을 다 휩쓸어 버리죠. 공부방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보다 일찍 교문 앞에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대오는 시합을 즐기고, 무조건 이기려고 코뿔소처럼 달렸어요. 친구들이 짐이 많거나 몸이 약하거나 불평을 하거나 말거나 대오는 봐주지 않았어요. 자기가 일등을 하고, 다른 친구들의 등수를 정하고, 꼴찌를 한 친구를 '꼴찌 거지'라고 놀리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대오는 친구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요. 겁이 없기로 유명한 골목대장(골목 악당)이기도 하고요. 어둠, 귀신, 유령, 도깨비, 괴물, 좀비도 안 무서워 해요. 그런 대오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개였어요.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개도 피해다니는 대오 눈앞에 개가 나타났어요. 공부방 선생님이 '댕댕'이라는 개를 임시보호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은 반색을 하며 다가가 귀여워 했지만 대오는 맹수처럼 무섭기만 했어요. 그렇다고 자기가 개를 무서워하는 모습은 들키기 싫었어요.

그림에서도 천진난만한 댕댕과 친구들과 달리 대오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 보여요. 공부방 선생님은 댕댕이 아무리 얌전해도 개를 무서워하는 대오를 배려해서 거실에 있는 댕댕에게 목줄을 채웠어요. 친구들은 집에서도 목줄을 하고 있는 댕댕을 안쓰러워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대오는 댕댕과 친해질 일은 없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오와 친해지기 전에 좋은 보호자가 나타나서 떠날 수도 있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땐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댕댕은 공부방 거실에서 목줄은 한 채 기운없이 누워 있을 때가 많았어요. 댕댕이 힘이 없으면 대오는 조금 불쌍했지만 자꾸 그 앞에서 까불고 놀려 댔어요. 친구들이 댕댕을 놀리지 말라고 아무리 말려도 무시했지요.

 

 

 

댕댕이 아무리 마르고 힘 없는 작은 개라고는 해도 대오를 좋은 마음으로 대하기는 어려웠어요. 대오가 화장실이 급해 거실을 가로질러 가려고 댕댕 근처에 갔을 때 무섭게 으르렁거리다 짖었어요.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달려들기까지 했어요.

개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 근처에서 뛰거나 큰소리를 내는 것, 눈을 마주치거나 약올리는 행동은 매우 위험해요. 아이도 어른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갑자기 앞발이나 몸을 들어올리거나 사람이 선 채로 몸을 수그려 그늘을 지게 만들거나 개의 얼굴 가까이 다가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보다 몸집이 작은 개의 입장에서는 무섭기도 하고, 자기를 공격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대오는 공부방에서 댕댕에게 양말이 축축해지게 물리고나서 더이상 공부방에 다닐 수 없다고 집에 선언했어요. 발이 아니라 양말만 보고 잡아당긴 거였지만 대오는 너무 무섭고 기분이 나빴으니까요.

이유를 듣고 난 부모님은 공부방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비밀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그건 바로 '출생의 비밀'이, 아니라 대오가 어릴 때 이웃집 사나운 개 때문에 당했던 개물림 사고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다음날 대오는 엄마와 함께 공부방에 갔어요. 개가 너무 무서워서 댕댕이 있는 동안에는 공부방을 쉬어야 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려고 나선 길이었지요. 선생님은 무서운 걸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기 때문에 댕댕을 보호소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시고 대오 엄마와 긴 대화를 나누셨어요.

개 공포증, 인간과 개의 관계, 더불어 사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 보호소에 있던 댕댕을 데리고 온 이유, 댕댕의 일과와 성격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난 대오 엄마는 마음이 움직였지요. 대오 엄마 눈에도 댕댕은 사교성이 좋고, 똑똑했거든요.

공부방 선생님은 작고 순한 댕댕같은 강아지를 안전한 환경에서 접하면서 대오가 조금씩 개 공포증을 이겨나가면 어떨지 제안했어요.

대오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어요. 앞으로 대오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댕댕이 무서운 걸 참고 공부방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선생님 말씀대로 댕댕과 가까워지고 개 공포증도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 책에서는 대오만 개 공포증이 있어서 대오와 댕댕의 관계를 중심으로 책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대오의 2학년 친구들도 각자 개성이 있어요. 대오를 대하는 모습과 댕댕과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무척 즐겁고 흐믓했어요.

방미진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는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기록했어요. 저 또한 개농장이나 유기동물, 동물권 등에 관한 다큐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고민들이었어요.

친구나 가족의 일원을 물건 쇼핑하듯이 사고 팔고, 키우다 귀찮아지면 남에게 맡기거나 유기하는 일은 실제로 드물지 않게 일어나요. 불법 개농장의 실태나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도 많이 접할 수 있죠.

반려견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더불어 사는 생명이라는 인식이 반려견의 보호자와 보호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생명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보호자는 펫티켓을 잘 지키고, 보호자가 아닌 사람들도 반려견과 보호자를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어가길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

 

청어람주니어 신간

[저학년문고] '최고 악당 댕댕' 책소개 카드 뉴스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40203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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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학년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4
이지현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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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저학년문고 스물네 번째 책 《우리는 1학년》이 나왔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데요. 초등학교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1학년 친구들과 1학년을 지나온 저학년 형님들이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입니다.

표지를 보면 어린이 친구들과 할머니, 하얀 강아지가 다함께 밝은 얼굴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어요. 모두 책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요. 

 

 

 

작가의 말과 차례를 살펴보고 책장을 넘겨보면 원고지 칸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쓴 소제목이 나와요. 이야기는 가마실 마을 부녀회원들이 온천으로 여행을 가는 날 새벽에 시작됩니다.

새벽잠이 없는 박또출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보는 그림에 아직 새벽달이 떠 있어요. 집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개집이 할머니의 반려견 독구의 집인가봐요.

박또출 할머니는 여행 준비를 마치고, 독구의 밥을 챙겨준 뒤 집을 나섰어요. 독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글에 정겹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어요. 할머니와 대화 속에 사투리의 말맛이 살아 있다는 것도 큰 재미랍니다.

 

 

 

혼자 남은 독구는 학교로 갔어요. 방학이라 아이들도 없고 심심하다며 미끄럼틀에 올라가 봅니다.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시를 읊는 강아지라니. 독구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었군요.

 

 

 

그럼 이제 박또출 할머니를 따라가 볼까요?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할머니가 주차장 한복판에 당황한 얼굴로 서 계시는데, 무슨 일이지요?

사실 박또출 할머니는 목욕을 하다가 화장실을 찾아갈 때도 적잖이 고생을 하셨는데...이번엔 온천 여행에 타고 온 파란 색 천마관광 버스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근처에 서 있는 파란 버스가 한두 대가 아니었거든요. 전에 단풍놀이 갔을 때도 버스를 잘못 탔던 기억이 나서 박또출 할머니가 더 당황스러윘을 것 같아요.

다행히 일행을 만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얄미운 안동댁이 박또출 할머니는 까막눈이라고 떠벌여서 말다툼을 하게 됐어요.

'까막눈'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입니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겐 어려울 수 있는 낱말은 페이지 하단에 풀이가 실려 있어요.

 

 

 

온천 여행에서 돌아온 박또출 할머니는 경로당에도 가지 않고 한숨을 포옥 쉬며 마루에 걸터앉아 계셨어요. 독구가 그런 할머니의 표정을 살피다 땅바닥에 시를 썼는데, 그걸 본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할머니는 독구가 글자를 읽고, 쓸 줄 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아이구야, 세상에 내가 개보다 못하네."라고 중얼거렸답니다.

독구는 할머니가 경로당에 가서 노는 동안 학교 가서 놀면서 창밖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도 보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글자를 익히게 됐다고 했어요.

독구가 학교에 가서 글자를 배웠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할머니는 옛날 일들이 떠올랐어요. 옛날에는 여자아이는 학교를 안 보내줘서 글자도 못 배우는 일이 많았어요. 할머니 이름이 또출이인 이유도 언니 셋이 태어나고 또 딸이 나와서였다고 해요. 요즘 어린이들은 짐작하기도 힘들겠지만 집안일이 많거나 너무 가난해도 학교에 다니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어요.

 

 

할머니는 일단 학교를 찾아가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할머니 학생을 받아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어요. 글자를 배우고 싶은 할머니의 꿈은 어떻게 될까요?

할머니는 서운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독구처럼 학교에 가서 몰래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어요. 아이들은 창밖에 있는 강아지 독구에게 관심이 쏠리고, 심지어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아이도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뛰어내린 아이를 잡으러 가고, 나머지 친구들도 밖에 나간 아이들을 따라 뛰어나가고...1학년 담임선생님은 골치가 아팠습니다.

 

 

할머니가 된 지금이라도 독구와 함께 학교에 다니며 글자를 배우고 싶은 박또출 할머니와 1학년 아이들과 선생님은 어떻게 이 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될까요?

시 쓰는 개, 독구와 1학년이 되고 싶은 박또출 할머니 이야기를 좀더 알고싶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세요. 분명한 건 박또출 할머니는 이제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용기와 끈기가 만든 성장의 길에 배움의 기쁨이 가득하길.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글입니다.

 


 

《우리는 1학년》 굿즈는 초등학생 필수 학용품 연필입니다. 책 제목이 각인되어 있어요!

 

 

청어람주니어 신간

[저학년문고] '우리는 1학년' 책소개 카드 뉴스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24551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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