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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족 이야기 2 - 동굴 원정대 ㅣ 신비도서관
김춘옥 지음, 김완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청어람주니어 신비도서관 시리즈 《길족 이야기》 2권 '동굴 원정대' 를 읽었습니다.

글_김춘옥
탈것이 많은 요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걸어서 길을 만들고 돌보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길들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서 세상 모든 곳과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다툼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종종 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길들이 평화롭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내일이 흐르는 강》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 《작은 나라》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우리 신화 이야기》 《야호! 난장판이다》 《울산에 없는 울산바위》 《서천꽃밭 한락궁이》 《꼭두랑 꽃상여랑》 등이 있어요.
그림_김완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는 《하우스》 《BIG BAG 섬에 가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으로 산 책》 《오늘 또 토요일?》 《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슈퍼히어로 우리》 《슈퍼히어로 학교》 《우리 모두 주인공》 《일기 고쳐 주는 아이》 《늙은 아이들》 《소년 김대건》 등이 있어요.


길새가 동굴에 갇히는 상황 속에서도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과 새로 솟아나는 샘물같은 활기와 희망을 그리며 끝났던 1권에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했는데요. 2권에서는 새로운 등장인물인 청아, 휘와 함께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덕분에 1권보다 더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빠르게 읽어나갔답니다.

무엇보다 새에게는 동굴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게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어요. 동굴 길 끝에 있는 바위 문을 여는 무언가 특별한 주문이 있을 법한데, 그곳이 낯설기만 했던 새가 알아내기는 어려웠지요. 그때 청아라는 누나가 나타나 새와 비슷한 자기 처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길족 세상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이들을 혼란과 아픔 속에서 살게 만들었어요.
길모아와 같이 길찾족의 또 다른 부족장인 길다다는 야심이 큰 인물이었어요. 새가 길모아의 아들이라는 확신을 가진 뒤에는 이를 문제삼아 자신이 새로운 족장이 될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지요. 자기 방식으로 마음을 발전시키고 질서와 풍요를 갖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으니까요.
"일반 길찾족들에게도 발자국을 넉넉히 나눠 주는 거야. 대신 일을 더 시켜서 도로를 늘리고 마을을 넓혀 가는 거지. 많이 받으면 일을 더 하는 게 당연하지, 암."
길다다는 서류를 뒤적이며 창고에 있는 발자국의 양을 살펴보았다. 발자국은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쌓아온 발자국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모아 놓고 있었다. 빼돌려도 눈치챌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농장 일꾼들을 다그치면 언제든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8-29쪽)
길다다 부족장의 계획에 따라 길필도 족장과 길모아 부족장은 직위를 해제당하고 동굴의 지하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길모아는 천리동이, 만리동이에게 비밀스럽게 부탁을 전했어요. 새를 바위 문 가까이 못 오게 하라는 길다다의 명령을 전할 때는 개들의 귀를 쓸어 닫고, 길모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엔 개들의 귀를 열었어요. 길모아의 기지 덕분에 위의 그림처럼 새가 개들의 도움으로 바위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됐어요.

길다다가 족장 자리에 오를 날이 다가오고, 길다다 쪽이 바쁘게 움직일수록 발자국 창고도 빠르게 비어 갔습니다. 창고가 비어 갈수록 길만족들은 쉬지 않고 걸어야 했고요.
농장 길만족들의 하루는 점점 길어졌다. 그동안은 잠에서 깨어나면 일어나 걷고 지치면 잠자리에 들었다. 자유를 달라고 나서지만 않는다면 그런대로 걷는 일은 계속할 수 있었다. 몇몇이 자유를 외치다 잡혀간 적이 있었다. 다치거나 병이 들어 사라진 이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남자고 다짐했다. 언젠가 어디든 자유롭게 걸을 날이 올 거라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은 걸어야 하는 시간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길만족들은 지쳐 갔다.
(중략)
길만족들은 쫓기듯 들판으로 들어섰다. 부드러운 흙 위에 키 작은 풀들이 듬성듬성 나 있는 곳이었다. 발자국을 찍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길만족들이 걸어가자 걸음을 따라 발자국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호로록 호로록.
길만족들의 뒤를 발먹들이 따라붙었다. 바닥에 발자국이 새겨지자마자 발먹들은 호로록 빨아들였다. 검은 연기 같은 몸체가 발자국을 먹을 때마다 울릉불릉 불어났다. 발먹들은 이렇게 먹은 발자국들을 창고로 가서 다시 뱉어 내어 세금으로 바쳤다.
철커덕 철커덕, 호로록, 호로록.
소리는 들판을 가로질러 풀밭으로, 숲으로, 언덕으로, 호숫가로 퍼져 나갔다. (본문 56-59쪽)
농장 길만족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 하고, 쫓기듯 걷는 일만 하며 지쳐 가는 동안 새와 길포, 청아, 천리동이, 만리동이 등 동굴 원정대도 또 다른 길을 찾는 모험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찾은 출구는 새로운 동굴의 시작이었어요. 그러나 길족은 원래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특징이 있어요. 길족이 길을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고 해도 마음은 설렜어요.
동굴 원정대 일행이 동굴 안에서 방향을 정하고, 아주 오래된 발자국들을 단서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그 과정에서 새가 길모아 부족장과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막막한 길에서 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어요.

이때 길필도 족장이 휘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합니다. 휘는 족장이 길신이라는 신발장이에게 맡겨서 만든 신발이라고 해요. 발자국과 길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신기한데, 그것들을 먹을수록 몸이 생기고, 스스로 움직이고, 혼자 생각하는 능력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책에서 만난 등장인물 중에 가장 개성이 강했어요. 작가의 상상력이 응집되며 탄생한 매력적인 인물이기에 독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 듯해요.
그러나 세상 모든 길을 통제하고, 이 길들의 질서를 유지하려던 족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휘는 족장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어요. 결국 족장은 자신이 만든 휘에게 공격을 당했고, 길족 세상은 나날이 어지러워지고 있었어요.
길족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 난 질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길찾족은 길을 돌보고 길만족은 샘을 돌보는 능력과 함께 발자국 길을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지, 으으. 그런데 길만족은 발자국 길 만드는 일을 특히 더 좋아했지. 나는 길만족이 마구 길을 만드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어, 으으. 자유로운 길만족으로 인해 길족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까 두려웠던 거야, 으으. 그래서 길만족을 농장이나 동굴에 가두어 관리하게 된 거란다. 으윽." (본문 84쪽)
길필도 족장은 이제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새에게 자신이 지난 시절 지녔던 신념과 길샘의 의미를 들려줍니다.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굳게 믿었던 신념이 과연 모두가 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이었지요.
이제 동굴 원정대와 우리는 동굴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길신과 역시 행방을 알 수 없는 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고, 임무만 점점 늘어가지만 다행히 이제 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길신과 휘가 얽힌 이야기도 자유와 구속의 의미와 맞닿아 있어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걱정되는 마음에 화를 낸다면 상대방은 그 화를 걱정으로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휘는 여러모로 참 복잡하고,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어딘가에서 보고 느낀 적이 있는 듯한 누군가, 또는 나 자신의 모습처럼 다가오기도 했으니까요.

마침내 동굴 원정대는 길신을 찾아내고, 새는 길신에게 다양한 걸음법과 싸움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새는 놀라운 이해력으로 빠르게 훈련을 소화했어요. 새는 원래 걸음족의 걸음법을 알고 있었고, 길만족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길찾족 족장의 싸움법까지 배워 능력을 크게 키웠어요.
새와 휘가 마주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긴장감이 몰려왔어요.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진 두 인물의 말과 마음이 통하게 될지는 동굴 안에서 좀더 지켜봐야 했어요.
새와 휘가 어떤 만남과 대결을 펼쳐 가는지, 각자의 뜻대로 마무리를 지을 수는 있을지 끝까지 한번 읽어 보세요. 새는 그리운 엄마와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족의 운명도 어떤 변화의 길로 다시 접어들게 될지 따라가보는 여정도 흥미로웠어요. 동화 속 판타지가 우리가 사는 현실과 연결되는 지점들도 하나씩 발견하며 새와 함께 여행길에 발을 들여볼까요. (*)
※ 청어람 주니어 이벤트
《 길족 이야기》 시리즈를 한 권 이상 구매하시는 분들께 발자국클립 세트를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