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번아웃이라고? - 청소년을 위한 회복 가이드 발견의 첫걸음 15
나오미 피셔 지음, 일라이자 프리커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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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회복 가이드'라는 표제를 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50페이지 분량은 다양한 그림과 표를 이용한 자료 덕분에 쉽게 이해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 나오미 피셔는 트라우마, 자폐 스펙트럼, 대안 교육 전문 임상 심리학자이고, 공저자인 일라이자 프리커는 영국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자폐와 교육에 관한 강연을 하고, 블로그와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청소년기의 경험은 물론 지금까지 만나본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현재 한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번아웃을 알아차리고, 고장난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매우 구체적인 처방전도 보여준다.

또한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부모가 알아야 할 '청소년 번아웃 가이드'를 따로 다루고 있어 실제로 공부가 되고,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이끄는대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자신은 없지만 압박감은 들게 하지 않도록 내 마음도 단속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아이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주기 보다 괜찮냐고 묻거나 왜 괜찮지 않은 거냐고 다그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마음의 짐을 지고 산다고,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 했을 때 아이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나도 안다고. 그때 아이의 표정이 너무 공허했다. 엄마밖에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없는데, 한번도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안 든 적이 없고, 도움도 전혀 안 된다는 뼈아픈 말까지 명치 끝에 콱 박혀 있다.

힘들겠다, 한마디만 해도 될 걸 어떻게든 조언을 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고군분투했던 게 악수였다. 나는 의사도 선생님도 상담사도 아니고, 가까이에서 들어주는 사람으로 있으면 그걸로 아이에겐 충분했다.

지금은 오히려 뇌를 길게 거치지 않고 아무렇게나 받아치거나 엄마 입장이 아닌 원래 내가 생긴 대로 말하는 게 아이한테 잘 통한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감정의 밑바닥까지 휘저어 내보일수록 아이는 더 진절머리치며 멀어졌으니까.

이 책이 해외 사례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와 같은 낙관과 다양한 진로 탐색,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할지 거리감이 들기도 했지만 학업의 무게감에 짓눌리고, 마음이 고장나버린 우리 아아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을 바꾸는 건 가능할 듯하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청소년기 아이들은 어린 시절 상당 기간을 코로나19로 인해 마음놓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보내지 못 했다. 그 시기에 자연스럽게 익혀야 하는 학교 생활과 교우 관계에 대한 경험도 부족한 채로 커서 사춘기라는 큰 파도를 만났다. 학업 스트레스,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갈등까지 겪다보면 번아웃이 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지.

마음이 너무 무겁고 지쳐서 몸까지 고장나버린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도 한 단계씩 나아갈 수 있으니 청소년과 그 가족들이 이 책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번아웃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

"부모로서 자녀가 기댈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세요. 아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다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훗날 돌아봤을 때 이 시기를 실패와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비록 힘들었지만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241쪽)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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