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편지 숨 쉬는 역사 14
윤자명 지음, 김주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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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완연한 가을날을 기다리는 이때, 1979년 10월 부마 항쟁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청어람주니어에서 펴낸 '숨 쉬는 역사' 시리즈 열 네 번째 책 《시월의 편지》입니다. 이 책은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는 '숨 쉬는 역사' 시리즈 가운데 어느새 다섯 권을 읽어봤는데요. 이번 작품 또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그 배경이 되는 지식을 본문 사이사이 적절한 이미지와 문헌으로 197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구성이 알차고 탄탄해요.




글_윤자명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였고,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 공모에서 장편 동화 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어요. 재미와 감동이 담긴 책을 욕심내며 오늘도 즐거운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어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2회 받았으며, 지금까지 쓴 책으로 《조선의 도공 동이》 《하늘을 품은 소년》 《헤이그로 간 비밀 편지》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신부》 《조선의 베스트셀러, 필복전》 등이 있어요.

그림_김주리

대학에서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을 공부하였고, 힐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뒤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줄곧 그림을 그려 왔어요.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내 몸이 왜 이럴까? 도와줘요, 테라피!》 《왜, 먼저 물어보지 않니?》 《셧다운》 《출동! 우리 반 디지털 성범죄 수사대》 《가마솥과 뚝배기에 담긴 우리 음식 이야기》 《마루와 온돌이랑 신기한 한옥 이야기》 《이레의 마지막 24시간》 등이 있어요.




우리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 1979년이 아주 오래된 과거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채 50년도 지나지 않은 때랍니다. 70년대 후반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거나 부모님의 어린 시절일 수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의 이야기는 '현대사'라고 하지요.

이 책의 머리글에도 나오듯이 "1970~8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해 가난을 벗어나던 시기였어요. 농업 중심 사회에서 산업화를 겪으며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려니 한편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해요."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애썼던 1979년 당시 부산과 마산 지역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부마항쟁' 을 다루고 있어요.





그때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이었던 명호가 부산대학교 학생인 큰형을 찾아가는 이야기 속에 역사의 큰 물결을 담았어요.

1970년대 후반은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동네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명호도 좋아하는 만화 영화나 코미디 방송을 보려면 친구네 집을 찾아가야 했어요.

여름방학이었지만 숙제도 많았고, 소를 키우는 집이었으니 매일 꼴을 베다가 먹이는 일도 해야 했어요. 지금 어린이들이 방학 때 EBS 교육방송으로 시청하는 《방학생활》처럼 그때는 《탐구생활》이라는 책이 있었어요. 주로 자연을 관찰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답을 찾게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지요.

1980년대 중반부터 졸업할 때까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기 전에 '국민학교'에 다녔던 나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대표적인 방학숙제였어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재미있어서 깨끗한 종이로 답안지를 만들어서 적고 붙이기까지 해서 열심히 풀었던 추억이 있어요.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지 않았고, 긴 방학 동안 자주 심심했지만 밖에 나가 노는 걸 조금 귀찮아하던 아이였거든요. 정해진 시간이 되면 라디오로 교육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탐구생활》을 꽤 재미있게 풀었던 것 같아요.

명호의 방학 일상이 그려지는 본문 끝에 《1970년대 여름 방학은 어땠을까?》 같은 별도의 페이지로 예전 어린이들의 방학 풍경과 방학 숙제 등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있어요.






명호에게는 결혼한 큰누나, 동네에 유일한 대학생인 형, 대학생 형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간 작은 누나까지 형제가 많았어요. 그러나 다들 집을 떠나 지내고 있는 지금은 명호 혼자 부모님과 시골 집에 살고 있었지요.

장남은 '집안을 일으킬 희망', 딸은 '살림 밑천'으로 여기는 건 그 당시 부모님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어요.

6학년인 명호는 공부를 잘했던 형이나 누나만큼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 했어도 '우리 동네 역사 알아보기' 과제도 열심히 하고, 웅변대회에 용기있게 도전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개학날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교체되었고, 방학 동안 '새마을 가꾸기'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발표할 만한 내용이 없었던 명호는 반성문을 쓰게 됐어요.

1학기 때 담임선생님과 다르게 새 담임선생님은 깐깐하고 차가운 분이라 명호와 친구들의 학교생활도 긴장되고 딱딱하게 달라졌어요. 1학기 때 담임, 정준일 선생님은 가끔 매를 들 때도 속담을 곁들이며 농담도 잘하셔서 공포 분위기를 느끼지 않았는데요.





정준일 선생님은 왜 갑자기 학교에 안 나오시게 된 건지 명호는 너무 궁금했어요. 문방구 아저씨는 정준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유신 헌법'에 대해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줘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말씀하셨어요. 명호는 사회 시간에 유신 헌법에 대한 질문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나오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됐어요.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실마리는 책을 끝까지 읽으면 찾을 수 있으니 꼭 완독해 보시길 바랄게요.

한편 명호의 집에서는 방학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겠다고 한 뒤로 소식이 끊긴 형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작은 누나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아서 명호도 걱정이 많았지요. 형의 친구 형석이 형도 명호를 통해 쪽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지는 등 이상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어요.



농사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와 직접 형을 만나러 가던 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팔을 다친 어머니 대신 어린 명호가 형을 찾아 부산으로 떠나게 됐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 뜻밖에 도움을 받아가며 명호는 대도시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형이 살던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과연 명호는 부산에서 형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의 후반부에는 우연히 부마항쟁이 시작되는 부산 현장에 서게 된 어린 명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요. 그 안에서 아이가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우리 사회의 바탕이자 중심으로 여기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거쳐 시민 항쟁으로 양상을 바꾸며 역사의 새로운 물결을 이루는지 작품 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 벌어진 일이니 시대적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는 낯설 수 있는 현대사를 다룬 동화는 오랜만에 읽어본 것 같아요. 멀고도 가까운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부마항쟁을 주제로 한 이 책이 거리감을 확연히 덜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일독을 권합니다.(*)



※ 청어람주니어 《시월의 편지》 출간 기념이벤트

《시월의 편지》를 구매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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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후활동지(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다운로드)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876214932

를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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