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나의 정원 - 개정판
타샤 튜더 지음, 김향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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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스킬자수를 하고 있었는데, 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번엔 고양이, 이번에 장미 모양을 만들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장미가 필 시기가 다가오고 있구나! 매일 매일 공원에 가던 시기에는 개나리를 시작으로 그 다음엔 어떤 꽃이 피는지, 하는 순서들을 직접 보면서 익히곤 하였는데, 그것도 한동안은 조금 무관심해져버렸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다시 꽃을 보기 시작했다. 엄청 좋아하던 시절에 비하면 반 정도의 관심이긴 하지만.

[타샤 튜더 나의 정원] 책 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곳은 동네 공원으로 산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등산하러 가기 전에 나오는 작은 정원으로 만들어진지는 별로되지 않았다, 아마도 작년인 것 같은데- 작년에 발견하고선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이렇게 예쁘게 꽃 심어놓은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도로쪽에 위치해 있어서 조금 시끄럽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찾는 곳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런 작은 정원에 피어있는 식물들은 사람들이 자기를 보러 오지 않는 것에 서운해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꽃의 마음은 어떨까? 물론 꽃은 남을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타샤 튜더 할머니는 꽃의 마음을 잘 아는 분이셨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꽃이 서운하지 않을까요?˝ 하는 궁금증에 ˝응, 전혀- 꽃은 자신을 위해 피어 있어요.˝ 하고 대답하실 것만 같다. 내가 타샤 튜더 할머니를 롤모델로 삼았던 시절에 딱 이렇게 생각했었으니까, 모든 생명은 자신을 위해 핀다고-

내가 타샤 튜더 할머니를 롤모델로 삼았던 이유는, 물론 이런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때 당시에는 왜 롤모델로 삼았는지 딱히 정의내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지났으니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음, 일단, 나는 타샤 할머니가 마이웨이인 것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않고 원하는 삶을 추구하고 실행해나가고 이루어낸 것에 감동했고, 그것을 존경했던 것 같다. 어릴 땐 본받을 것이 있는 훌륭한 사람을 존경하지 않나? 나 역시 그랬고, 지금은 조금 더 사람의 다양한 삶에 숭고함을 느끼는 편이 되어서 어떤 삶, 어떤 사람이 더 훌륭하다고 비교하거나 나누거나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한 인물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간 것에 더 존경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도 30대 시절 내내 나의 롤모델이었던 타샤 할머니를 다시 꺼내게 된 것은 한동안 내가 너무 세상의 뜻에 휘둘려버려서? 내 중심을 잃을 뻔 하여서? 다시 찾고 싶은 마음에 그때를 불러들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이것도 무의식적으로.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내가 소환이 되어버린다.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왜 행복했지? 했던 이유들 말이다. 내가 얼마나 타샤 할머니를 좋아했냐면, ‘자존감 노트‘라고 이름붙인 스크랩북에 타샤 할머니의 사진과 그때의 소망, 다짐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 그리고 당시에 좋아하고 즐겨입었던 옷 스타일도 비슷하다. 일명 할미룩, 그래니룩이라고 불리우는 시골 소녀 스타일의 옷을 좋아했다. 이런 옷차림이 뜨개 소품이랑도 너무 잘 어울렸으니까! 그리고 타샤 할머니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던 뜨개 숄이 있다. 그 정도로 나의 30대 시절에 영향을 준 인물이 바로 타샤 할머니였다.

타샤 할머니의 매력적인 면이 드러나는 일화가 하나 떠오르는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했을 때, 일단 ˝네˝ 라고 답한 후에 맘대로 한다는 것이었는데, 당시에 내가 싫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대들이 많았으니까, 어렸고. 그래서 타샤 할머니의 ‘I‘ 스럽게 단단한 내면에 공감하고 끌렸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마이웨이, 고집스러운 면이 없다면 18세기 풍의 삶이나 정원 등은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신기한 것은 내가 보아온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닌 삶을 경험한 후에 나인 삶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타샤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나는 이런 삶을 살 거야!˝ 하는 느낌이었다는 것!! 어릴 때부터 살고 싶은 삶이 확고하셨고 그대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꽃과 나무, 자연, 동물엔 다정하고,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기 좋아하는 면에선 섬세한 여성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

타샤의 정원을 읽었을 땐 실감하지 못했는데, [타샤 튜더 나의 정원]으로 다시 접하면서 실감하게 된 것은 정원이 너무 크다는 것, 이 정도면 타샤 튜더 나의 공원이 아닌가! 아니면 나의 식물원?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간을 오랜 시간 사랑으로 가꾸셨다는 것에 새삼 놀랍기도 하였다. 게다가 성격을 보면 ‘P‘에 가까우신데, 정원에 피어날 꽃의 순서나 그러한 것들을 보면 또 ‘계획파‘의 느낌도 들었다. 예전엔 책을 보며 단지 정원과 꽃을 감상하고 ˝아름다워~˝ 했었다면, 이번 책을 보면서는 ‘원대한 계획‘의 실현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꽃들 중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꽃들이 많았기 때문에 산책을 하거나 공원에 가거나 또는 식물원에 가서 보면 배로 반가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것 있지 않나, 타샤 할머니와의 연결고리 느낌으로 더 친근해지는 것.

작약, 라일락, 디기탈리스, 꽃잔디, 붓꽃, 원추리, 금낭화, 패랭이꽃, 팬지, 튤립, 수선화, 장미, 접시꽃...

이번 여름은 봄보다 더 꽃을 깊게 관찰해보고 싶다. 올봄엔 벚꽃을 많이 즐길 수 있었는데, 너무 좋았던 것은 벚꽃 나무 아래에 앉아 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벚꽃 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는 동화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올봄이 좋았다. 진달래는 너무 오래 피니까 관심이 덜 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벚꽃이 진 다음에 향기를 퍼뜨리는 건 조팝나무일지도 모른다는 걸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준 것도 없이 펼쳐져있는 주변의 풍요로운 선물들을 잘 받을 수 있는 봄이어서 그러한 것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타샤 할머니와 함께 했던 나의 과거의 시간들 덕분일 것이다.






[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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