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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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소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거나 읽어본 적이 있을 것 같은 [인간 실격], 나는 이 작품을 제목으로는 일찍이 접해보았지만 내용을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예상 밖의 소재와 전개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게다가 거리를 두기 어려운 주인공 요조의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도 힘들어서, 서평을 많이 안해봐서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이 작품이 나와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더 쓰기가 어려웠던 것도 있다.

일단 배경이 1930년대 일본의 이야기이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요조가 어린 시절 머슴과 하녀들에게 어린아이가 겪어서는 안될 일을 겪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나 커졌고, 그로인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남이 원하는 것을 자꾸 선택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책은 주인공 요조의 수기가 우연히 작가에게 닿게 되면서 세상에 나온 느낌으로 써져 있다.




요즘과 같은 현대사회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 진실을 꺼내게 하고 말하게 하면서 치유하는 방식이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런 상처가 있더라도 건강한 방식으로 삶이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상처를 치유해서 더 단단한 멘탈을 갖게 되고, 나다운 삶을 살게 되고, 남을 돕는 치유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 요조는 과거의 인물이고 자신이 겪은 것을 남에게 호소할 수도 없었고, 요조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사람들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우선 들었다. 게다가 남자고-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도 남자의 경우 더 치유의 기회가 적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요조의 삶은 더 부정적인 방식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허구의 인물인데도 감정이입을 하게되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너무 많이 들면서 책에 완전 몰입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요조가 마치 진짜 인물인 것처럼 대하게 되는 것도 이 이야기가 과거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도 이 성폭력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이었는데, (정확히는 그로인해 망가져버린 삶? 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옛날에 이런 숨기고 싶은 일을 소재로 삼아서 그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에 작가님이 엄청 앞서있는 사람이었구나, 남들 다 아무렇지 않게 외면하는 (특히 여자들이 많이 겪는 일인데-) 일을 소설로 다뤘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 요조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광대짓‘이라는 가면을 써야했던 이유나 진짜 원하는 화가의 일보다 생계였던 만화가를 선택해야했던 것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 등의 삶의 여러가지 잘못된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 그와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길잡이 역할을 해준 것이 아닐까, 하고 읽히기도 했다.

음, 이렇게 하면 삶이 잘못 흘러가,
절대 그러지 말고,
니가 원하는 걸 선택하는 용기를 가져야 해.
남이 원하는 것 말고
니가 원하는 걸 하고,
너의 진실을 말하고,
너무 남에게 맞춰주지 마,
니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해.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사람, 그 사람들과 함께하면 되는 거야.

나는 책 속에서 이런 메세지를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다자이 오사무 작가님은 마흔이 되기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는데, 나는 딱 이 시기즈음에 성격적인 변화가 커지게 되었다(이것도 너무 의미부여일 수 있는데-). 나는 잔소리도 못하고 남에게 화도 못내고 항상 차분하게 내 입장 설명하는 그런 침착한 스타일이었는데, 그게 변해버려서 나도 화내고, 싸우고, 무례하게 굴면 한 마디하고, 나보다 나이 많아도 할 말하고, 사과도 받아내고, 보통 사람들 같으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 나는 그런 평범함을 되찾아야 했던 것이다. 책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이번엔 그게 잘 되지 않고 자꾸만 나의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동시에 나의 그런 면을 끌어내게 해준 사람들도 떠오른다. 사실 자주 생각함. 고마워서- 내 성질 꺼낼 수 있게 해주고, 받아주고, 사과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도 정말 사람 무서워하고 세상도 무서워하는데,

˝화내도 괜찮아.˝
˝아무렇지 않지?˝
˝니가 화내도 나쁜 일 안생겨,
오히려 널 이해해주지-˝

하는 에피소드들이어서 화났던 일들이었는데도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화 못내던 사람이 화낼 수 있게 되는 것도 성장이고, 실수가 너무 싫은 사람이 실수해도 괜찮아지는 것도 성장이다. 사람은 서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확 기대어버리는 것도 성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잘 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는 것도 어쩌면 성장이고, 나의 부끄러운 부분, 약점 같은 거 보여도 아무렇지 않구나, 아무 일 안생기네? 하고 알게 되는 것도 성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성장을 누가 만들어주는 걸까? 바로 주변 사람들, 시절 인연들이 만들어 준다.

˝너답게 살아도 괜찮아˝
˝자꾸 가면 쓰면 진짜 소중한 사람 못 만들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 글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이번엔 서평이 엉망이다, 어쩔 수 없다.
책은 너무 거대하고 나는 너무 작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 책을 멋들어지게 서평하기엔 내가 문학적인 감수성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작가님의 메세지를 잘 알아들었으니 그거면 됐지, ‘순진무구한 신뢰는 죄가 됩니까?‘ ‘무저항은 죄가 됩니까?‘ 이것만으로도 내 안의 어딘가는 치유되는 것만 같았다. 그 옛날 나도 모르는 아저씨가 이런 표현으로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니,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슬프고 기쁘다.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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