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동생은 국민학생이 되고서도 배고픈 것은 여전히참지 못했지만 비위가 좋고, 야무진 말 잘하기로는 자신이 당할 수가 없다는 것을 길남이는 알고 있었다. - P430
그는 군대밥을 먹는 날이 늘어갈수록 생각이 달라져가고 있었다. 빨갱이들에게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에다가 군인으로 출세를 해야겠다는 야심이 보태지게 되었다. 그건 자신의 기질이 군인에 어울린다는 자기 발견이기도 했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권력지향이기도 했다. 권력지향은 신분상승의식이기도 했다. - P439
최서학이가 판검사가 되겠다고? 그렇다면 난 장군으로 맞서겠다! 그는 구체적인 표적으로 최서학을 꼽았다. 최서학 정도는 한주먹으로 회를 칠 수 있으면서도 소학교 때부터 한풀 꺾이며 살아왔던 것이 뒤늦게 억울한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 P440
그리고 그는 송경희가 할퀴어놓은 상처를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송씨하고 양가하고 지체가 같다고 생각하나요?" - P440
남해여단도 피해만 입고 다시 남쪽으로 도망갔다. 남해여단은 남해로 빠져죽으러 갔다고 사병들은 키들거렸다. 남해여단의 북상을막아낸 직후에 양효석은 중위 계급장을 달았다. - P444
양효석은 그 분석을 그대로 믿었다. 그는상부의 지시는 언제나 옳고, 상관들의 판단 또한 언제나 의심 없이 믿는 의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 대신 그는 자기의 부하들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이미 무시무시한 소대장으로 중대는 물론 대대에까지 소문이 나 있었다. 그는 사병들 사이에서 ‘독‘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건 ‘전라도 독사‘라는 줄임말이었다. - P444
외곽도로로 나오자 미루나무처럼 키가 큰 하얀 나무들이 길 양쪽에 줄을 잇고 서 있었다. 백양나무들이었다. 미루나무는 잔가지가 많아 수선스러워 보이는 데 비해 백양나무는 잔가지라고는 없이 쭉쭉 뻗어오른 데다가 색깔까지 하얘서 단정하고도 우아해 보였다. 그 나무들이 길을따라 두 줄로 뻗어나가고 있는 모습은 불안한 마음에도 퍽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 P453
그러나 앞을 가로막듯이 하며 이학송 일행을 맞이한 것은 자강도(江)의 고원준령과 원시림이었다. 자강도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수립과 함께 도가 새로 분류되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 P454
자강고원은 초산의 서쪽을 흘러내려 아이진에서 압록강으로 합류하는충만강과,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위원강독강·자성강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평균 1천 미터를 헤아리는 원시림지대였다. - P454
자강고원은 백두산 아래 펼쳐진 갑산고원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장진고원과 손을 맞잡으면서 개마고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백두산을 떠받치고 있는 하단부에 속하는 자강고원은 이 땅의 본래 모습을 가장착실하게 지니고 있는 지역의 하나이면서, 가장 추운 지대이기도했다. 초산은 그 고원을 넘어야만 갈 수 있는 압록강가에 있었다. - P455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김미선이여, 정신을차려라,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놓고 온 두 자식을 다시만나야 할 것 아닌가. 두 자식을 놓아둔 채 그대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힘은 무엇인가. 혁명의 열정, 역사의 실천의식인가 그렇다면어서 깨어 일어나라. 혁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역사는 이제실천을 기다리고 있다. 전라도 지주의 딸로 혁명의식을 가짐으로써장한 탄생을 하고,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천리길 장정에 오름으로써 또다시 장한 탄생을 이룩한 여인이여, - P4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