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은 입문 단계로서 마치 초중고 과정처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의 일반적인 현상과 규범들을 배우는 단계이다. 그다음단계는 욥기의 단계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 직접 경험을 해 보니, 학교에서 배운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이다. 규칙에 예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전도서의 단계이다. 마치 인생을 살아가면서 규범과예외를 다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일생을 뒤돌아보면, 그 당시에는예외처럼 보였던 것조차 어느 거대한 규칙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P25
사람을 살리는 지혜가 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하면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파괴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욥기가 알려주는지혜의 핵심이다. - P27
욥기는 잠언의 인과응보 원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욥 또한그 원리에 따라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욥기는 규범적 지혜의 원리가 작동하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의로운 자의 고난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 준다. 잠언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다룬다면, 욥기는 하늘의 세계와 죽음 너머의 세계로, 그리고 인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야생동물들의 세계로시야를 확대한다. - P27
하나님이 다스리는 영역 중 인간이 영위하는 공간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려 줌으로써 잠언의 규범적 지혜의 한계를 폭로한다. 잠언의 ‘뿌린 대로 거둔다‘는 원리도 대부분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는 기계적인 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 P27
인간 세상이 그 원리대로 움직이도록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지만, 하나님 자체가 그원리 안에 갇혀 있는 분은 아니라는 것이 욥기의 신론(神論)이다. - P27
‘까닭 없는 신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탄의 신학이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욥의 신앙이다. 주시거나 거두시거나 하나님이 찬양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비록 무화과나무와포도나무에 열매가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하나님 한 분으로 인해 즐거워하며 기뻐하겠다는 하박국의 신앙이다(합 3:17-18). 욥은 욥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신앙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 P29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으로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욥기의 지혜이다. 욥기의 반성적 지혜는 규범을 안다고 하는 잠언의 지혜가 어쩌면 교만일 수 있다고 알려 준다. - P30
고통과 질병을 잠언의 틀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욥의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피해자를 탓하는 폭력 혹은 ‘2차 가해‘를 저지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욥기의 하나님이 사탄에게 책임을돌리지 않으시듯, 신앙인은 손쉽게 타인을 정죄하거나 악에 책임을전가해서는 안 된다. - P31
욥기는 우리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하는가를 잘 보여 준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그 고통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해서도 안 되지만, 그 고통이 무언가를 ‘깨닫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설명 역시 교만이다. - P31
욥기의 ‘의로운 자의 고난‘은 ‘까닭 없는 신앙‘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시작되었지, 읍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 P31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뵈옵나이다"(욥42:5). 남들에게서 귀로 들은 모범답안을 버릴 때 그분께서 직접 내 눈앞에 나타나신다. 그분은 동일한 하나님이시지만우리 각자의 눈에는 모두 다르게 비친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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