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리더십 훈련이 호황이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이정말 리더십을 가르치는지, 아니면 짝퉁 리더십, 그러니까 보스십을설파하는지는 따져 볼 일이다. 리더가 저런 거라면, 보스와 완전히다른 개념이라면, 리더십이라는 게 과연 가르친다고 습득될 성질인가 싶은 근원적인 회의마저 든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P41
이집트 제국을 탈출한 히브리 노예들이 가나안에 정착했다. 이들은 이집트 파라오의 만행에 일찌감치 넌더리가 나 있었으므로, 가나안에서 똑같은 정치체제를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사사 제도다.사사는 내부에서 송사가 벌어졌을 때 판결을 내리거나 외부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싸우는게 주요 업무다. 상시 지도자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때 해결사 노릇을 하고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왕권과는 완전히다른 섬김의 직책이다. - P41
장군께서는 이번에 가는 길에서는 영광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삿4:9). 빈말이라도 "모든 영광은 장군께 돌아갈 것입니다" 그래야 기운차게 나가지 않겠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아무개가 번다더니, 뜬금없이 이 대목에서 웬 여자란 말인가? 그래도 바락은 전쟁터로향한다(그림 2). 하나님의 뜻을 올곧게 전하는 드보라나 잔머리 굴리지않고 묵묵히 따르는 바락이나 ‘리더십이란 이런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 P44
성서는 드보라가 사사로 있던 40년 동안 이스라엘에 "전쟁이 없이 평온하였다" (삿 5:31)고 보도한다. 나눔의 지도력이 이렇게 위대하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지도력을 독점하려고 들지만, 자존감이 센사람은 얼마든지 공을 나눌 수 있다. 그러니 히브리서 저자가 ‘믿음의 위인들‘ 명단에 네 명의 사사를 언급하며 드보라 대신 바락을 넣었다고 해서(히 11:32) 너무 분개할 필요는 없다. ‘없는 듯이 있는‘ 존재방식이야말로 참 리더의 자질이므로 - P49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미갈의 마음이 들통났다. 다윗은 물론이고 사울도 알아 버렸다.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하는 수컷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미갈의 사랑은 과연 어찌 될까? 사울왕은 딸의 사랑을 미끼로 이번에야말로 다윗을 제거해야겠다고 작정한다. 결혼 선물로 블레셋 남자의 포피백 개를 가져오라 명한다(삼상 18:25). 이 잔혹한 요구에 다윗은 ‘보란 듯이‘ 포피 이백 개로응수한다. 미갈의 사랑은 이렇게 오염되었다. 아름답게 맺어져야 할결혼이 권력에 눈이 먼 두 남자의 무자비한 거래로 타락해 버렸다. - P53
미갈은 다윗을 사랑했다. 성서에서 여자가 ‘사랑하다‘라는 동사의주어로 등장하는 경우는 미갈이 유일하다. 이 예외적이며 주체적인사랑의 대가는 혹독했다. 사울은 "자기 딸 미갈마저도 다윗을 사랑하는 것을 보고서 ... 마침내 다윗과 평생 원수가 되었다"(삼상 18:28-29). 그럴수록 다윗은 전쟁의 공을 착착 쌓으며 왕좌에 성큼 다가섰다. - P56
하지만 그래 봤자 외사랑이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도망 다니는사이에 ‘보란 듯이 다른 여자들을 아내로 맞이한다. 이와 함께 미갈의 수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울은 미갈을 ‘보란 듯이‘ 발디(또는 발디엘)라는 남자에게 줘 버린다(삼상 25:44; 삼하 3:15). 세월은 무심히 흘러 마침내 사울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다윗이 대권을 장악할일만 남았다. 다윗은 발디에게서 미갈을 되찾아 온다. 사랑 때문이아니다.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지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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