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이 왜 ‘여성의 복음‘으로 불리는지 알 만하다. 관점은 둘째치고, 묘사에서 섬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읽는 내내 오감이 자극된다. 이러니 화가들이 편애하는 것도 당연지사.
"내게 손을 대지 말아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라틴어로 옮기면,
"놀리 메 탄게레 Noli me tangere" 가 된다. 수많은 화가가 똑같은 제목의그림을 그렸다. - P166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주후 590-604 재위)가 그녀를 ‘창녀‘로 공식선언한 이래, 정정 보도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50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원래 ‘가짜뉴스‘의 수명은 오래가는 법. 로마 가톨릭교회가 1969년에 ‘막달라 마리아 창녀의 등식을 공식 철회했지만,
1971년에 나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도 막달라 마리아는 어김없이 ‘창녀‘로 등장했다. 예수와 ‘죽음도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나눈 그녀는 이렇게 교회 안팎에서 ‘성녀이자창녀‘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채 어정쩡하게 소비되고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정체성 분열이 그녀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참 제자‘로 살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 P169
‘막달라‘라는 단어는 아람어 ‘마그달라‘나 히브리어 ‘미그달‘에서유래했다. 이 단어에는 ‘요새, 성벽‘이라는 뜻 말고도 ‘견고함, 위대함, 훌륭함‘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막달라 마리아‘를 ‘메리 더 그레이트 Mary the Great‘, 곧 ‘위대한 마리아‘로 새길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막달라‘가 지명이 아니라면, 굳이 베다니의 마리아와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전설에 따르면, 예수가 승천한 뒤 막달라 마리아는 사막의 동굴에서 기도하며 지냈다고 한다. 털옷이 사막(야)에서 고행하는 예언자의 상징이라면, 화가들이 ‘털보 마리아‘를 그린 건 그 전설에 충실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십자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인이다. 그러기에 부활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