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들으셨다면 빈도가 오히려 송구스럽습니다. 빈도는폐하의 공덕이 아니라 농부들의 신바람을 얘기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고구려의 민족성은 바로 신바람에 있습니다. 멍석을 깔아주면 절로 어깨에 신명이 실리지요. 마당이 기울어졌어도 춤은 바로 추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여건이 마음에 흡족할정도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흥에 겨울 조건만 제공하면 백성들은 절로 춤을 추게 되지요. 그 멍석이란 조건이 바로작년에 군민합동으로 판 해자 아니겠습니까? 하여 겨우내 계속된 가뭄이 기울어진 마당이라고 할 때, 농부들이 밭을 갈고씨를 뿌리며 흥겨워하는 것은 각자의 어깨에 신명이 실렸기 때문이지요." - P266

폐하께선 요동의 농민들로 하여금 이번 기회에 완벽한 고구려의 백성이 되어주길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요동의백성들은 큰 전쟁이 일어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쟁 한 번제대로 하지 않고 후연의 군사들이 패주하여 요하로 건너갔습니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농민들은 이제부터 요동에 제대로된 평화가 정착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겨울 가뭄으로 고생을 했으면서도 농부들의 어깨에 절로 신명이 얹히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폐하의 마음이 요동 백성들의 염원과 일치했다는 증거지요." - P267

담덕은 종소리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요하 저쪽 중원으로 통하는 벌판으로 울려 퍼져,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를 외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줄 필요가 있었기때문이다.
"폐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외적들이 종소리만 듣고도 손발이 저리고 가위에 눌리도록 하기 위함 아니겠습니까? 빈도는 거기에 더하여 고구려 유민들의 원혼이 종소리를듣고 극락왕생의 길로 인도되기를 빌겠사옵니다." - P270

사리봉안기는 석정이 금동판에 정성들여 썼다. 태왕 담덕이아육왕탑 석편을 얻게 된 과정과 그것이 발견된 자리인 요동성산 중턱에 탑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 기록했으며, 7중목탑의 건자재를 모두 태백산에서 가져오게 된 내력도 소상하게 기록했다. 고구려는 천손의 나라이고, 7중목탑은 성왕인 태왕 담덕이태백산 신단수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의미의 신목을 요동 땅에심는 것과 같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 P2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