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편을 발견한 그 자리에 신목인 태백산 적송으로 7중목탑을 세우면, 요하는 물론 그 서쪽의 중원으로 통하는 광야가 훤히 바라다보일 것입니다. 중원에는 여러 갈래의 족속들이 시시때때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고, 언제 어느 때 우리 고구려 변경을 공격할지 모릅니다. 요하를 건너 우리 고구려를 향해 달려오던 적들이 까마득히 솟은 요동성 산중턱의 7중목탑을 발견하면 저절로 기가 죽어 두 팔로 무기를 들 힘조차 없고, 두다리가 저려 제풀에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신목의힘 아니겠습니까?" - P238
"이미 폐하의 마음속에는 큰 나무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으로 됐습니다. 기본 바탕이 되어 있으므로 탑을세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큰 나무를 키우는 일은 불법 정신에서 나오고, 탑을 세우는 행위는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그러합니다. 몸으로 행하기 전에 먼저 정신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태왕 폐하의 마음에 불법의 정신이 단단한 반석으로 들어앉았으므로, 이제 그 반석 위에 7중목탑을 세우고 부처를 만들어 안치하는일만 남았군요. 즉, 폐하께서는 ‘덕‘이라는 설계도를 만들어 놓으셨으니, 이제 소승이 그 정신을 ‘행‘으로 옮기면 ‘덕행‘이 실현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백성들이 우러러보는 덕행의 군주, 비로소 성왕이 되시는 것이옵니다. 아, 이제야 고구려의 기상이하늘을 찌를 때가 왔사옵니다. 소승은 요동성 산 중턱에 세워질 7중목탑을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 P239
이들 태극군을 주축으로 해서 이루어진 왕당군의 중군은말 네 마리가 끄는 수레에 전날 요동성 언덕에서 발견한 아육왕탑 석편을 싣고 국내성을 출발했다. 그 수레에는 노승 석정이 동승해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외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어서 담덕이 유난히 털빛깔이 흰 백마에 올라탄 채좌우로 마동과 수빈의 호위를 받으며 진군했다. - P244
왕자 시절부터 이러한 생각을 해온 담덕은, 태왕이 되고 나서 당장 급한 남쪽 변경의 백제를 공격하면서 그 지역의 백성들 삶을 더욱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특히 인삼재배단지인 부소갑과 갑비고차를 고구려 지배권으로확보하면서 변경인들의 고충이 얼마나 심한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고구려나 백제 어느나라든 그 지역을 경영해도 좋았지만, 오래도록 평화의 날이 보장되어 삶의 기복 없이 안정적인가정생활을 꾸릴 수 있기만을 바랐다. 변경인의 경우 지역 여건상 그만큼 국가관이 부족한 반면, 혈연 중심의 가족을 책임지는 생활인으로서의 강인함은 더욱 강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주 겪게 되는 전쟁의 상처가 마치 나무의 비대생장처럼 그들의생활 여건 속에서 자연적으로 방어적인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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