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9권인 구약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출애굽에 실패한 이스라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31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실 때 출애굽의 궁극적인 목적은 애굽 탈출이 아니었습니다. 애굽을 탈출하는 것은 출애굽의 시작입니다. 출애굽의 궁극적인 목적은 애굽을 탈출한 사람들이약속의 땅인 가나안까지 진군해서 가나안 땅에 거하는 아모리 일곱 족속을 몰아내고 그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여기에는실패했습니다. 가나안 땅에 하나님이 바라신 하나님 나라가 건설되지못했기 때문입니다. - P32
고유명사일 수도, 보통명사일 수도 있습니다. 애굽이 고유명사라면 이스라엘이 종살이했던 바로 그 나라 이집트를 말합니다. 애굽이 보통명사라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 전체를 상징합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은 시대마다 존재합니다. 주전 15-13세기에는 이집트였고주전 8세기에는 앗시리아였고, 주전 6세기에는 바빌로니아였고, 주후1세기에는 로마였습니다. 시대마다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대적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을 보통명사로서 ‘애굽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애굽‘으로부터 출애굽은 과거 이스라엘만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세력의 압제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의 사명입니다. - P32
출애굽 1세대는 비록 애굽을 빠져나왔지만 그들의 가치관, 세계관, 문화는 여전히 애굽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애굽을 했는데 온전한 출애굽이 안 된 것입니다. 출애굽 1세대는 가나안으로 힘있게 걸어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반역을 꿈꾸었습니다. 자발적으로 걸어 나온 애굽으로 되돌아가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모든 출애굽 1세대가 하나님의 심판을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은 출애굽 1단계부터 실패한 것입니다. 몸은 탈출했지만 정신은 탈출에 실패했습니다. - P33
그러나 세상의 지배를 받는 세계관과 가치관과 문화가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을 성경은 ‘회개‘라고 부릅니다. 회개는 히브리어로 ‘슈브shua‘라 하고, 헬라어로 ‘메타노이아 metanoia‘라고 합니다. ‘슈브‘란 걸어가던 길을 완전히 되돌리는 것입니다. - P33
‘메타노이아‘는 바꾼다는 ‘메타 meta‘와인식이나 관점을 뜻하는 ‘노이아noia‘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인식과 관점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세계관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난 이후 말씀을 배우면서, 세상에서 형성된 가치관과 세계관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돼야 합니다. - P34
출애굽한 사람들중에는 야곱의 열두 아들 후손들 외에도 중다한 잡족들이 포함돼 있었고, 그들 역시 시내산 언약 체결을 기점으로 하나님만 믿는 이스라엘에 편입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유다지파에 편입된 갈렙입니다. 갈렙은 원래 그니스 사람입니다. 그니스는 에돔의 후손입니다. 조상을 거슬러 가면 에돔의 후손이지만 출애굽 때 야곱의 후손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시내산 언약 체결 이후에 이스라엘에 편입됐고, 열두 지파 연맹 공동체 가운데 유다 지파로 편입됩니다. 이후에 갈렙은 유다지파의 대표까지 오르게 됩니다. - P35
애굽이 싫었던 사람들이 애굽을 빠져나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결단한 자리가 시내산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신앙공동체가 탄생했습니다. - P35
출애굽의 2단계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많은신앙인에게 뜨거운 감자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땅의 사람들을 ‘진멸하라고 명하십니다. 윤리도덕적으로 납득하기어려운 명령입니다. - P35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는 거야 부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죄 없는 가나안 사람들을 진멸하라는 건 너무 심한일이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비슷한 문제 제기를 주후 140년경 로마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였던 마르키온Marcion of Sonope이라는 사람도 했습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이스라엘만 편드는 피를 좋아하는 하나님이다. 전쟁을 좋아하는 하나님이다. 따라서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이자비와 긍휼이 많은 하나님이라 고백하는 분과 다른 하나님이다. - P36
창세기 18:19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목적,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목적은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의와 공도의 히브리어가 ‘미쉬파트mishpat‘와 ‘체다카chedaka‘입니다. 우리말 번역 성경에는 의와 공도, 공의와 정의 등 다양하게 번역되어 있지만 히브리어로 보면동일한 단어입니다. 이들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임대료입니다. - P37
‘체다카‘는 무엇입니까? 서로가 서로를 형제로 대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형제로 대하면 자신의 이익 때문에 남에게 사기 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사기를 치는 까닭은상대방이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타자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토머스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생겨납니다. 하나님은우리가 서로에게 형제가 되길 기대하십니다. 그런 사회의 특징이 ‘체다카‘입니다. - P38
가나안 정복 전쟁은 이스라엘을 가나안 땅에 살게 하기 위해서 아무 죄도 없는 아모리 일곱 족속을 몰아낸 사건이 아닙니다. 아모리 일곱 족속에게 하나님은 가나안 땅에 거주할 기회를 먼저 주신 것입니다. 아모리 일곱 족속들이 가나안에 거주하면서 하나님께 성실하게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다양한 사건들과 사람들을통하여 그들에게 경고하셨지만 그것을 듣고도 그들이 하나님께 임대료를 납부할 마음이 제로 상태가 되었기에, 하나님은 아모리 사람들을내쫓으시고 새로운 임차인으로 이스라엘을 그 땅에 들이신 것입니다. - P39
이라엘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가나안 땅의 주인으로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아모리 일곱 족속과 동일하게 임차인의 자격으로그 땅에 들어갔습니다. 임차인은 그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성실하게임대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의무가 ‘미쉬파트‘와 ‘체다카‘가구현되는 사회입니다. - P41
출애굽 3단계는 그 땅에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이 땅에 거주하면서 하나님이 기대하시고 원하셨던 ‘미쉬파트‘와 ‘체다카‘가 구현되는 사회를 건설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가나안 땅에 또 하나의 애굽을 건설했습니다. - P41
그래서 구약성경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출애굽에 실패한 이스라엘 이야기입니다. - P42
이 비극의 역사에서 많은 신앙인들이 이 땅에 대한 소망을 접고 죽은 후 천당만을 소망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영향이 남아 있어서오늘날에도 신앙인들이 신앙을 갖는 목적이 죽은 다음 천당 가는 데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땅에 대한모든 관심을 접고 죽은 후 천당 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주기도문에서 강조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처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땅 곳곳에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뤄지게 만드는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 하나님의 뜻을 이뤄 내는 도구로서 각자 쓰임받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 P43
죄 많은 이 세상에서 그들만을 빼내어 내세로 끌고 가기 위해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이 땅 가운데서 하나님의백성다움을 드러내길 원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미쉬파트‘와 ‘체다카‘를 구현해야 합니다. 종교의식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아니라일상에서 하나님의 백성다운 정직, 거룩, 진실함, 사람들을 존귀히 대함 등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온전히 잘증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44
요즘 신학계에서는 ‘구약‘이라는 표현보다 ‘제1 성경‘이라는 표현을많이 사용합니다. 구약이나 신약 같은 표현을 하다보니까 사람들이구약보다 신약을 더 중시하게 됐습니다. 구약은 율법이고 신약은 복음이라거나, 구약은 약속이고 신약은 성취라거나, 구약은 옛 약속이고신약은 새 약속이라고 여깁니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구약이 신약보다 덜 중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 P44
교회가 신약 27권을 정경으로 확정한 것이 주후 397년인데 이때 신약 정경을 확정하고 나서 교회가 구약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구약도중요합니다. 구약이 있고 난 다음에 신약이 있는 것입니다. 구약을 신약이 대체한 것이 아니라 구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거기에 신약이 더해졌을 뿐입니다. - P45
교부들도 이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예수님이 읽으신 유일한성경은 구약입니다. 초대교회가 읽은 유일한 성경도 구약입니다. 따라서 구약을 모르면 신약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요한복음을 제대로이해하려면 창세기, 에스겔을 알아야 합니다. 요한복음 곳곳에 무수히많은 구약의 말씀들이 담겨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니엘 같은 묵시문학을 알아야 합니다. 다니엘서에 사용된 단어들이 요한계시록에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구약을 모르고 신약을 읽으면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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