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는 민소매 군청색 선드레스를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몸을 틀어 지퍼를 올렸다. 어깨끈이 넓고, 흰색 사각형 목선에 허리가 잘록한 스타일이었다. 집에서 가져온 고급 모조진주 목걸이를쇄골 위에 오도록 걸고, 귀에도 큼직한 귀걸이를 달았다. 면으로된 에스파드리유끈을 발목에서 묶었다. 전부 1,100달러 정도의비용을 들인 옷차림이었다. 매달 집으로 가져가는 급여의 절반 이상이었다. 케이시는 마음에 드는 차림을 갖추기 위해서 정가를다 주고 카드를 긁어대는 ‘현금인출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 P372

자신뿐이었다. 이런 드레스와 신발을 사지 않을 수도 있었다. 5번홀에서 내기를 하지 않겠다고 거절할 수도 있었다. 케이시는 그녀보다 열 배나 높은 연봉을 받는 여성 브로커들과 은행가들, 증권분석가들이 입는 것보다 더 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옷은끊임없이 바뀌는 환경 속에서 그녀를 좀 더 번듯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 밤 이 드레스를 입으면, 스타이브슨 공립고교가 아니라 앤도버 사립학교 출신처럼, 퀸스엘름허스트의 롤러스케이트장이 아니라 뉴욕 골드앤드실버 사교 파티에서 첫 경험을 했던 여자처럼 행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 항상 적절한 드레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직조했다.  - P372

옷을 통해 케이시는 캐주얼하게도, 도회적으로도,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보헤미안 같게도, 프롤레타리아 같게도 보일 수 있었다. 가끔 케이시는 겉으로 보이고 싶은 모습이 전혀 없는 상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할때가 있었다. - P373

그는 최고 등급의 고객, 아마도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고, 따라서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시머스는 똑똑한 사람이었고같이 대화하면 즐거웠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모두 그의 옆에 앉으려고 했다. 투자성향은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어느 한쪽을 자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기보다 대세역행투자자에 가까웠고,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월터는 자기 경험상 적당한 돈 정도가아니라 진짜  - P374

큰돈을 만질 잠재력이 있는 이들은 독립적인 사고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시머스도넬리는 이제 어마어마한 갑부였지만, 현재 58세인 그가 처음 투자한 펀드 두 개는 파산했고 잘못된 판단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자식들을 모두 주립학교에보내야 했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 P374

은우는 몇 발짝 앞서가고 있었다. 흰 골프셔츠와 드레스 면바지, 군청색 블레이저 차림이었고,
대학 동아리 그리스 문장이 박힌 자수 벨트를 매고 있었다. 비누향, 애프터셰이브향, 다림질 스프레이 냄새가 풍겼다. 일행은 거의 남자들이었고, 모두 하루 종일 태양과 스포츠를 한껏 즐기고샤워를 마친 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따뜻한 4월 저녁, 공식적인 저녁식사 행사를 위해 친구들과 학생식당으로 가던 대학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 P374

"그래요? 나한테 말 안 했잖아. 고양이 아가씨" 휴는 케이시를보며 다시 매력적인 미소를 보냈다.
"안 물어보셨잖아요." 케이시는 고양이 아가씨라는 별명에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서로 다 아는 사이예요. 인구가 워낙 적으니까요."
- P378

휴는 손을 들었다. "백인들이 하는 인종에 대한 농담이 있는데."
"해보시죠." 케이시가 말했다.
"신은 왜 앵글로색슨계 백인을 창조했을까?"
"몰라요."
"제값 다 주고 물건 사는 호구가 필요하니까."
케이시는 그를 향해 와인 잔을 들어 보였다. "좋네요."
텍사스 출신 남자인 은우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 P378

5분이든 한 시간이든, 흘끗 위아래로 훑어보는 정도 이상의 관심만 준다면, 케이시는 상대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믿음이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일이었다. 단 한 가지를 완벽하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상대에게 관심을 주었다. 요즘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관심을 그것이 케이시의 재능이었다. 서로에게 이런 관심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P382

오래전버지니아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거 알아, 케이시? 네가너의 그 조명을 온전히 내게 집중시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무시무시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빨아들여, 내 정신과의사가 가끔 그런 기분을 주지만, 의사는 네가 날 사랑하는것처럼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고, 케이시는 자신이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이는 그녀와 헤어질 때 자신이 그녀의 관심 없이 살아갈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에 한해서 케이시는 제이와 헤어진 후 가게 출입문 안내판을 ‘영업 끝으로 돌려놓은 기분이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 안내판을 다시 돌려놓을 이유를느끼지 못했다. - P382

은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다. 키스가 끝나자, 케이시는 뒤로 물러서며 눈을 떴다. "이건 뭐죠?"
"뉴욕에서는 키스 안 하나요? 댈러스에서는 해요. 북부 양키들은 말만 많죠."
"그만해요." 그녀는 웃었다.
"뉴욕에 가서 연락해도 될까요? 저녁식사 같이 해요."
"네?" 그녀는 이 질문에, 그리고 질문이 단도직입적이라는 점에놀랐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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