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생각보다 쉬워, 케이시." "네." 그녀가 대답했다. "네가 신용카드 빚도 처리했으면 좋겠구나." 사빈은 말했다. 샌드위치는 아직 포장된 그대로였다. 케이시는 빵과 고기 사이에서 끈끈하게 굳은 발사믹 마요네즈 소스를 응시했다. 그녀는 담뱃갑을 찾아 핸드백을 뒤졌다. 경쾌한 계피색 포장을 보니 기분이좋았다. 초콜릿이라도 찾아낸 기분이었다. - P288
케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능력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 P289
‘내가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케이시가 반박했다. "아니, 틀렸어. 넌너 자신을 해치고 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니" 사빈은 팔을 뻗어 케이시의 손을 감쌌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실수를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뿐이야. 알겠지?" - P289
"나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지. 너도 생각해봐." 이런 저항에 익숙하지 않은 사빈은 조용히 말했다. 사실 오늘은 이런 말을모두 털어놓을 의도가 아니었다. 한데 이야기를 시작하고 보니 자신이 후계자로 다른 누구보다 케이시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좋은 우두머리는 든든한 후계 계획을갖고 있어야 한다. 사빈은 겨우 마흔네 살, 아직 젊고 이따금 편두통을 앓는 것만 빼면 건강도 좋았다. - P291
"널 돕고 싶어, 케이시." 뭐라고 할 수 있을까? 3주째 토요일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똑같은 설교였다. 케이시는 회피도 해보고, 반항도 해보고, 때로 직접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사실사빈이 하는 모든 말이 다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케이시는 사빈이 이 싸움을 포기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평생 케이시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던 어른은 단 두 사람, 그들에게 케이시는 자신의 두려움을,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 열어 보여주었다. - P292
연애를 시작하던 시절에는 그것도 일종의 화술이고 미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남의 뒷이야기나 험담을 할 줄 몰랐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관점과 반대로, 그녀의 과묵함은 지능과 비례하지 않았다. 머리 나쁜 여자없다면 테드가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머리 나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는 머리 나쁜 자식들을 낳을 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말할 때 엘라는 설득력 있고 통찰력이 넘쳤다. 테드가 그녀의정확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때로그 빌어먹을 지능이 다른 사람들, 특히 그 앞에서 모습을 나타내기를 기다리느라 인내심이 다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 P295
테드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 쉬웠지만, 엘라는 요즘 너무나 피곤했다. 틈만 나면 일어나서 소변을 봐야 했기 때문에 잠자는 것이 불가능했고, 낮에도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가 어려웠다. 임신 36주째가되자 체중이 36 킬로그램이나 불었다. - P297
임신중독증 때문에 물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엘라는 아이스크림을 매일 거의 1파인트씩 먹고 있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커피맛 하겐다즈 말고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티스푼이 종이용기 바닥을 긁으면 그녀는 테드가 증거물을 보지 못하도록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복도 쓰레기 투입구에 빈 통을 버렸다. 그는 요즘 단것을 찾는엘라를 탐탁하게 보지 않았다. - P2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