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는 회색으로 칠한 놋쇠 손잡이를 잡은 어머니의 작고 환손을 응시하며 그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손을 잡아본 것도 아주 오래전 일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나? 서울에 있을 때, 어머니는 아침마다 그녀와 함께 유치원까지 걸어갔다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오곤 했다.  - P222

맨하튼에 알짜배기 부동산 을 수십 채 갖고 있고 콜럼비아 경영대학원과 뉴욕시립발레단 이사로 활동 중인 매력적인 거물 아이작 고츠먼이 자기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유명 바인 오크룸의 바텐더 야니보다 더 잘 만든다는 사실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이작은 이런 일을 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귀에서 동전을 꺼내는마술을 부리기도 했고, 깨끗한 3점 슛을 쏠 줄도 알았다. - P225

아내는 겨우 마흔두 살,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교양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12년 전, 사빈이 임대차계약서를 쓰러 아이작의 사무실에 갔을 때였다. 그날 아침, 아이작은 젊은 아시아계 여성이 특유의 억양 섞인 영어로 첼시에 있는 건물-18번가에 위치한 13,000제곱미터에 달하는 공간이었다-에 입주하기로 한 세입자라고 접수원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P225

즉석에서 청한 계약 축하 식사 자리에서아이작은 그녀가 서른 살이라는 것을 알았고, 석 달 뒤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가 혼전계약서 이야기를 꺼내자, 사빈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이작, 난 당신이라는 사람을 발견했고, 당신을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당신을 행복하게해줄 작정이야. 그러니 절대 절대, 다시는 돈 이야기로 날 모욕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결혼 문제를 담당하는 변호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아이작은 혼전계약서 없이 사빈과 결혼했다. - P226

스스로 장담한 대로 사빈은 아이작의 안녕에 없어서는 안 될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비타민을 챙겨주었다. 매일 아침 그녀는햇빛 따뜻한 부엌 창틀에 놓은 길고 납작한 판에서 키우는 밀싹을 잘라냈다. 아이작은 우리가 파크 애비뉴의 농사꾼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잘라낸 밀싹을 갈아서 진한 녹즙을 만들어 아이작에게 먹였고, 그걸 먹으면 아침 내내 트림에서 풀 냄새가 올라왔다. 혈관외과 담당의는 기뻐했다. 아이작은 체중을 18킬로그램이나 감량했고, 혈압약도 더 이상 필요가 없었으며, 성욕도넘쳐났다. 한데 정작 그는 어딘가 허전했다. - P227

케이시가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사빈은 자기 자신이 누려본 적이 없는 것을 케이시에게 베풀고 있었다. 사빈과 아이작이 마우이에서 결혼했을 때 양가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빈의 부모님은 한국인이 아닌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호적에서 파버렸다. 그들은 아이작이 두 여자에게 버림받았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불렀다. 사빈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빈이보내는 편지와 선물을 모조리 돌려보냈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첼시에 있는 사빈의 멋진 백화점도, 아름다운 저택도 구경하지못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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