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탁자에는 양고기구이 요리법 페이지에 표시해놓은 요리책 네 권이 놓여 있고, 엘라의 무릎에도 두꺼운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다음 주가 테드의 서른한 번째 생일이었다. 엘라는 테드가 불리 식당에서 아주 좋아했던 요리를 따라 해볼 참이었는데, 정확한 요리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엘라는 요리를 잘했다. 요리책과 음식 잡지를 읽는 것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 엘라는 아버지를 위해 특별 메뉴를 계획하곤했고,  - P94

엘라는 둥글둥글한 소녀 같은 필체로 요리 재료 목록과 조리법을 적고 있었다. 그녀는 테드에게 케이시의 일자리를 구하도록 도와달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테드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친구들은 항상 서로 부탁을 들어주곤 했다. - P95

"싫어하지 않아. 단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뿐이야, 엘라 단한 군데만 지원한 걸 보면, 배짱이 좋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아이비리그 여자들이란." 그는 중얼거렸다. "진지한 면도 부족한 것 같고." 그는 신문을 세로로 접은 뒤 엘라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엘라가 고집을 부리다니 의외였다.
그녀는 쉽게 포기하는 편이었지만, 테드는 도전을 좋아했다. - P97

엘라가 테드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알래스카에서 탈출한 초조하고 굶주린 소년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통조림 공장 이민노동자 부부의 아들이었고, 형은 앵커리지에서 우체부로 일하고 있었다. 전직 프로보디빌더인 누이는 에어로빅 강사 일을 하며 혼자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테드에게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만 있을 뿐 가진 것이 없다 해도 엘라는 그를사랑했을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끌린 것은 그 냉철함과 무슨 일이 있어도 동요하지 않는 굳은 심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 속에는 그녀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인정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공포가 그를 추동하는 힘이었다. 엘라는 그 모든 것 역시 좋았다. - P98

"정 힘들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점원 일을 하는 것과 졸업한 뒤 전업으로 그 일을 하는 건 다른문제잖아요." 엘라는 입을 다물었다. "케이시의 부모님은 돈이 없고, 여동생은 내년에 의대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녀의남자친구는 바람을 피웠고."
테드는 코웃음을 쳤다. "백인들과 사귀니 그런 꼴을 당하지."
엘라는 이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가족들조차 도울 수가 없다잖아요. 힘이 생겨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면 성공해봤자 다무슨 소용이에요." - P99

짧게 자른 검은 머리가 촉촉해 보이도록 꼭대기에 겔을 바르고 있었다. 드레스셔츠 맨 윗 단추가 열린 틈으로 목의 힘줄과 단단한 목젖이 보였다. 오만한 표정은 매력적이었다. 재수 없는 자식들과 데이트하는 취미가 있는 여자라면 이상적인 상대일것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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