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팔려 첩살이를 시키느니 함께 배곯으며 처녀로 늙히고 말겠다며 감골댁은 마음을 단단히 도사렸다. 오죽하면 첩살이를 하느니 차라리 기생질이 낫다는 말이 있을 것인가 딸에게 기생질만도 못한 첨살이를 시켜 창자를 채우느니 차라리 온 식구가 굶어죽는 게 낫다고 작정했다. - P286
"아이고, 발써 가는 가을이시 돼지잘단속허소." 감골댁은 섬뜩 끼쳐오는 찬 기운에 몸을 떨며 무주댁에게 일렀다. 서늘한 밤공기는 삼베옷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던 것이다. - P290
그 이민이라는 것 때문에 일어난 분란이구만요. 사연인즉, 왜놈들이 이민자를 모으는데 관청에서 중간에 끼어들어 행악질을 했어요. 어찌 행악질을 했는고 하니, 관청이 백성과 왜놈들중간에 서서 왜놈들이 원하는 이민자들을 강제로 뽑아냈고, 왜놈들이 이민 떠나는 사람들에게 주는 20 원씩을 가로챘드라 그것이구만요. 거그다가 또 이민자가 생긴 동네마다 이민자 위로금이라해서 백성들한테 돈을 거둬들여서는 그 돈까지 다 관에서 먹어버렸구만요. 그래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게 되었어요. - P293
"참말로, 송선상님언 은제 봐도 지대로 된 양반이요 이 나이도젊은디." "하먼, 드물고 귀헌 진짜배기 양반이제." "저런 양반만 있음사 시상이 요리 팍팍허덜 않을 것인디라." "그라제, 사람 차등얼허나, 유식헌 티럴 내나, 저런 양반이 재산이 많혀 핵교럴 새로 세와야 허는 것인다." "맘씨가 그리 고우니 큰 재산얼 지닐 수가 있겄소, 문중서도 실없이 산다고 욕묵는다드만이라." - P295
있는 사람 수백 수천 마지기씩 갖고 배가 터지고, 없는 사람언 한 뙈기도 없이 배럴 탈탈 싫으니, 요것이 어디 사람 사는 시상이겄소. 시집오기 전에넌 무주 산골짝서 사니라고 요런 놈에 시상이 있는지도 몰랐는디, 들판으로 시집오고 보니 요런 숭헌시상이 있드랑게요. 참 사람 못살 시상이제라." - P297
감골댁의 서슬에 기가 질려버린 봉산댁은 고샅을 내딛고 있는감골댁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엄니, 나 한나 그리 살면 집안이 다 필 것 아니겠소. 심 필 가망이 없는디 언제꺼정 이러고 살겄소. 엄니허고 동상덜이 편히 살아진다면 나 한나 고생언 암시랑토 안허요." - P301
"미쳤냐, 니 미쳤냐. 새끼 팔아 배 채우는 부모 봤고, 언니 누님팔아 호식허는 동상덜니 어디서 봤느냐. 느그 아부지가 저시상서피럴 토헐 일이고, 느그 오빠가 타국서 환장허고 죽을 일이다. 니가 그리허겄으면 내목에 칼얼 박고 나서 그리혀라. 우리 굶어도함께 굶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한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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