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류 문명의 안정을위협하는 이 모든 위기도 점점 더 짧은 간격으로 발생하는 팬데믹과 우리 종과 동료 생명체를 지구상의 여섯 번째 멸종으로 몰아가는 지구 기후의 급격한 온난화라는 두 가지 실존적 위기에 비하면 하찮을 뿐이다.
- P31

우리 종이 규모와 범위 면에서 거의 전례 없는 위기에 마지막으로 직면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세기 전인 중세 후기 유럽에서다. 그 위기는1348년에 시작된 뒤 수백 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계속재발하며 약 7500만 명에서 2억 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것으로 추정되는흑사병이다."  - P32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파장은 가톨릭교회의 통치 및 세계관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교회의 내러티브는그 전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자들에게 위안을 주며 서구 문명이 갈길을 제시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구원과 영생에 대한 약속은 서구에널리 퍼진 강력한 서사였는데, 결국 맨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페스트균에 대적할 수 없는 나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 P32

현대 과학과 어느 때보다 더 정교해진 기술, 시장 자본주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대체할새롭고 강력한 삼위일체로 부상했다. 결국 효율성은 오랫동안 보편적인 원동력이던 하느님을 대신해 진보의 시대에 새로운 신성(神性)이 되었다. - P33

 하지만 채플린이 위대한 독재자」에서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를 풍자했다는 것을 아는 영화 애호가도 모던타임스」가 20세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유명인을 풍자했다는사실은 모를 수 있다. 영화에서 (작은 부랑자) 채플린은 공장조립라인 노동자로 점점 빨라지는 공정에서 너트를 기계부품에 조이는 일을 하는데, 경영진이 설정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결국기어에 끼여 공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여기서 그가 풍자한 인물이바로 효율성이라는 복음을 창시한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다.
- P34

집안일 각각에 대한 최적의 동작과 시간 단위를 확정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주부들에게 ‘가사 공학의 원리‘를 교육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가 제공되었다. 효율성 십자군은 이렇게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 나갔다. "가정은 기계화되고 체계화되어야 했으며 "
효율성의 리듬에 최적화되어야 했다.
- P37

가정이 테일러주의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는 출발점이었다면, 학교 시스템은 효율성 의제의 교사이자 안내자이자 중재자이자 집행자가 되었다. 학교를 공장의 이미지로 재창조하고 아이들을 작은 테일러 추종자(Taylorite)로 만들어 ‘내일의 세상‘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기회와 도전에대해 준비시키는 데 과학 경영의 원칙이 활용되었다. - P37

표준화된 시험과 점수로 성적을 매기는 것이 표준이 되었다. 사물의
‘이유‘에 대해 숙고하던 오래된 지적 전통은 밀려나고 그 자리를 거의 복음처럼 수용한, ‘방법‘에 대한 최적화가 채웠다. 이렇게 효율성이 성과를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었다.  - P38

교육에 대한 이 테일러식 접근 방식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가물에 콩나듯이 조금씩 수정되었다. 20세기 교육은 학생들이 테일러주의 사고방식을 갖추고 상공계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거의 전념했다. - P39

산업화 시대에 전세계 표토의 3분의 1이 황폐해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표토가 60년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말한다. 표토 1인치를 다시 채우는 데 500년이 넘게 걸린다. 과학자들은 또한 기후변화가 대멸종을 촉발해 앞으로 80년 안에 기존 모든 종의50퍼센트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P41

온난화 배출물이 일으키는 지구 기온의 상승의로 홍수와 허리케인·가뭄·산불의 강도가 빠르게 증가하며 생태계가 불안정해지는 동시에 지구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2070년이면 지구의 19퍼센트 정도가 ‘거의 거주할 수 없는 뜨거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 P42

우리 종이 끼치는 영향은 실로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100년전에는 지구 표면의 약 85퍼센트가 여전히 야생 지역으로 특징지어졌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이 일으킨 변형을 겪지 않은 육지가 23퍼센트 미만이며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이 마지막 야생 지역도 인간의 손때를 탈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나고 35억 년 만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 P42

데카르트는 제한받지 않으며 수학으로 무장한 인간의 사고가 (우주에서 신이 하듯 여기 지구에서 존재에 대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며 스스로영속하는 기계적 유사체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확장과 운동을 주면 우주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인간이 내뱉은 문장 중 가장 대담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논리가 특히 당대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전폭적으로 수용되었다. - P43

그런데 데카르트는 기계적 우주론에서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을 마주했다. 그때까지 발명된 모든 기계가 작동할 때 중력에 직면한다는 것이었다. 데카르트는 기계의 구성 요소는 설명할 수 있어도 외부 중력이 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답은 할 수 없었다. 그 답은 또 다른68년과 젊은 대학생의 사색을 기다려야 나올 터였다.
- P44

1664년, 데카르트의 열렬한 지지자인 스물두 살 청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장학금을 받고3년째 수학 중이었다. 당시 흑사병이 런던을 강타해 시민의 25퍼센트에해당하는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뒤 빠르게 지방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에 케임브리지대학교가 문을 닫고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했다. 뉴턴은 시골 울즈소프에 있는 가족의 저택으로 가서 거의 2년 동안 격리 생활을 했다.
그 시간 동안 그가 운동과 만유인력의 법칙 그리고 미적분학의 창출을 놓고 연구를 이어 갔다. 나중에 역사가들은 이 격리 기간을 ‘경이의해"라고 불렀다."  - P44

그의 만유인력 법칙은 "질량이 있는모든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두 질량의 곱에 정비례하고 두 질점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명시한다."
- P45

뉴턴은 세 가지 운동법칙도 제시했다. 하나,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정지한 물체는 정지상태로 유지되고 운동 중인 물체는 직선 운동을 유지한다.(관성의 법칙) 둘, 물체의 가속도는 가해진 힘에 정비례한다.(가속도의 법칙) 셋, 모든 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따른다.(작용 반작용의 법칙) 뉴턴의 이세법칙은 우주의 모든 힘이 상호작용하고 ‘평형‘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을 다룬다. - P45

뉴턴은 단순히 연역적 추론에 그치지 않고 수학적 증명으로 자신의 통찰력을 뒷받침했다. 그럼으로써 수학을 세상을 이해하고 착취하기 위한 과학으로 만든 것이다. 뉴턴은 계몽주의 시대를 수학화했고, 수학은 이어서 뒤따르는 진보의 시대를 위한 발판을 제공했다. - P45

영국에서 특히 국교회인 성공회와 정부가 열광적으로 수용했다.
이들이 모두 급변하는 경제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혼란을 깊이 우려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랬다. 영국 왕실은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며 자율적인 우주에 대한 뉴턴의 설명에서 교회와 정부, 학계가 교육받은 엘리트의 충성을 얻어 내기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보았다.  - P46

그들을 통해 대중을 교육하고 길들이는 동시에 갈수록 국가 권위에 도전하는 반군주주의자와 반교회 지식인 등 다루기 힘든 무리를 침묵시키는 데 뉴턴주의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나온 암묵적인 (종종 명시적이기도 했던 메시지는 영국 정부에 대한 반대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정면충돌이기 때문에 무익하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하고 질서 정연하며 자율적인 세계가 자연의 질서고, 영국 왕실이 그런 세상에 대한 지상의 수호자라는 뜻이다. - P46

물질과 운동에 관한 뉴턴의 법칙은 시간의 경과와 펼쳐지는 사건의비가역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열역학법칙은 모두 시간의 흐름에 관한 것이다. 흔히 보존의 법칙이라고 하는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일정하며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이래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즉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의 총에너지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 P47

예를 들어, 석탄 한 덩이를 태우면 에너지가 모두 남아 있어도 더는 응집되지 않고 분산된 형태가 된다. 에너지가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으로 바뀌어 대기 중에 분산된다는 얘기다. 총에너지가 남아 있지만 다시 석탄 덩어리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독일의 과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는 이렇게 에너지가 분산되어 남지만 대부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1865년에 ‘엔트로피‘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 P48

이 마지막 저항의 벽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가 1944년에 물리학이나 화학과 생물학이 동일한 열역학법칙에 지배된다고 설명하면서 무너졌다. 그는 "유기체가 먹는 것은 부(負)의 엔트로피 (negative entropy)로서………… 유기체가외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질서를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P51

모든 생명체가 음식물을 섭취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면서 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엔트로피 청구서를 늘린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가용 에너지의 소비를 중단한다면 우리는 죽고 나머지는 먼지가 되는 것이 최종엔트로피청구서다. 모든 인간과 다른 모든 피조물이 마지막 호흡 뒤에야 비로소 평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 P51

화학자 G. 타일러 밀러(G. Tyler Miller)는 우리가 저마다비평형 상태를 유지하도록 우리 몸을 통해 흘러야 하는 가용 에너지의양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단순화한 먹이사슬에 대해 말했다.  - P51

그의 먹이사슬은 풀을 먹는 메뚜기, 메뚜기를 먹는 개구리, 개구리를 먹는 송어, 송어를 먹는 인간으로 구성된다. 한 사람을 1년 동안 부양하려면 송어 300마리가 필요하며, 송어 300마리는 개구리 9만 마리를 잡아먹어야 하고, 이 개구리들은 메뚜기 2700만 마리를 잡아먹어야 하며,
이 메뚜기들에게는 풀 1000톤이 필요하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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