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중 서부 전선에서 가장 최악의 전투였던솜므 전투에서는 첫날 영국군 5만 7470명이 사상을 입었다. 독일군도 비슷한 숫자의 희생이 있었으니 단 하루에 피아 합쳐서 10만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유럽 대륙의 서해안을 다니다 보면 군인 묘지뿐만 아니라 각종 전쟁 기념물도 계속 마주친다. 하나의 전쟁 추모탑으로부터 또 다른 전쟁 추모탑, 하나의 전쟁 박물관으로부터 또 다른 전쟁박물관, 비극의 흔적이 많아도 너무많다. - P482
보통 전투가 끝나면 양측은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전사자들의 주검을 거두어 인근에 묘지를 만들고 비문을 세운다. 이들이 결코 전쟁을 자랑스러워해서 만드는 건 아니다. 참혹한 전쟁에 희생된 전몰장병들을 기억하자는뜻이 첫 번째다. 그다음은 참상을 기억하고 뉘우쳐서 사는 이 같은 비극을만들어내지 말자는 통렬한 반성과 경각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 P482
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행방불명의 군인이 너무 많았다. 포탄과 흙더미에 묻힌 그들은 수습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 9년 후인 1927년영국군 행방불명자를 위해 메닌 게이트Menin Gate가 세워졌다. 정식 명칭은행방불명자를 기리는 메닌 게이트The Menin Gate Memorial to the Missing"다. 이전투에서 영국군 25만 명이 죽었는데 그중 10만여 명은 시신을 못 찾아무덤도 없다.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으면 주검조차 찾을 수가 없었을까? - P482
그들중 1917년 8월 15일 전에 죽은 5만 4896명은 메닌 게이트에 이름을 새겼고, 34984명은 인근 타인코트 묘지 벽에 새겼다. 나중에라도 주검을 찾거나 무팀이 밝혀지면 새겨진 이름은 뺀다. 문이 세워진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이프시내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동원되면 군인들이 반드시 지나가야 했던 자리다. 그렇게 전투를 하러 간 군인들중 상당수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메닌 게이트를 개선문이자 거대한 무덤이라고 했다. - P483
세상에는 수많은 기념행사가 있고추모 의식이 있지만 메닌게이트 행사만큼 감동의 보은 행사는 별로 없을 듯하다. 어쩌면 정말 행사가 ‘영원히‘ 계속되리라 보인다. 보은을 자신들의 자존심이라고 여기는 이프르인들의 시민의식이 살아 있는 한 말이다. 그러면서 이프르 시민들은 ‘그들은 행방불명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기 있다 They are not missing they are here‘라고 한다. - P484
또한 영국 시인 로렌스 바이런은<전사자에게 바치는 헌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늙어갈 수밖에 없어도, 그들은 늙어가지 않을 것이고 나이가 그들을 지치게 할 수 없고 세월도 그들을 죽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저녁에 지는 해와 아침에 뜨는 해와 함께 우리는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They shall grow not old, as we that are left grow old Age shall not weary them, nor the years condemn. At the going down of the sun and in the morning, We will remember them. - P484
1918년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조그만 마을 야전 참호에서 앞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던 영국군 사병 헨리 탠디 앞에 젊은 독일군 한명이 나타났다. 댄디는 독일군이 부상당한 것을 알아채고 총을 내려놓았다.독일군은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한 뒤에 사라졌다. 그 독일군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 이 일화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는지도 하나의 이야깃거리다. - P484
앤디는 이 전투에서의 용맹을 떨쳐 영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크로스Victoria Cross를 받았다. 이 훈장을 받으면 해당 군인의 이름 뒤에는 항상NC라는 약자가 붙는다. 신문 기사에 이름이 나오든 명함이든 이력서든 이름이 정식으로 나오는 곳에는 반드시 VC라는 약자가 병기된다. 영국인은 이름뒤에 VC가 붙은 사람을 대할 때는 정말 옷깃을 여미고 존경으로 맞는다. 그냥 의례적인 모습이 아니고 진심으로 대한다. 그만큼 받기 어려운 훈장이다. - P485
비슷한 예로 영국 화가나 미술가 이름 뒤에 붙는 RA가 있다. 영국 예술원을뜻하는 Royal Academy의 회원을 뜻한다. 이 약자도 이름 뒤에 빼놓지 않고붙어 다닌다. 영국 언론은 이런 호칭을 절대 빼먹지 않고 표기한다. 이처럼계속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니 서훈이 가치가 있다. 그래서 영국인은 서훈을명예롭게 생각하고 존중하며 또한 받으려고 노력한다. - P485
1940년 탠디는 기자에게 "나중에 그가 그런 인간이 되어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는 내가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 것을 신에게 미안해했다"고 했다. 이에 "만일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그를 쏠 것이냐"고 기자가 묻자 탠디는 주저하지 않고 "그래도 나는 부상병을 쏘지 않을것이다"라고 했다. - P486
인간에게 희로애락과 칠욕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인류는 역사에서 배워야 하건만 참혹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반세기도 채 안 지난 21년 만에 다시 유럽은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다. 과연 인류의 기억력은 그만큼밖에 되지 않는 건가? - P486
영국 역사에 제일 많이등장하는 관광지를 들자면 아마 햄턴 코트궁은 런던 탑 다음일 텐데도 말이다. 윈저성은 오래전에 세워졌고 지금도 여왕이 사용하긴 하지만 역사에 직접 얽힌 사연은 별로 없다. 이에 비해 햄턴 코트궁은 흥미진진한 사건들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헨리 8세와 연관이 많다. - P494
희망은 사악하고 해로운 잡초다. Hops are a wicked and pernicious weed. - 헨리 8세 - P494
영국에서 드라마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시기가 15세기 중반부터 18세기초까지다. 헨리 7세로 시작해 윌리엄 3세로 끝나는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본 영국의 역사적 사건들이 주로 일어났다. 예를 들면 장미전쟁, 종교개혁, 엘리자베스 1세 집권 시민혁명, 크롬웰, 찰스 1세 처형, 명예혁명 같은일련의 사건들이 이 기간 동안 다 일어났다. - P495
신기하게도 우리 역사 또한 이 시기에 영국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비운의 단종으로부터시작되어 세종, 선조, 임진왜란, 연산군, 중종반정, 광해군, 인종반정으로 이어진다. 그때 세계는 동서를 막론하고 정변의 시기였나 보다. - P4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