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 ‘헙!‘ 하는 거친 소리는 복면들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는데, 상대의 빠른 동작과 예리한 칼날의 번뜩임에 적이 당황한 듯했다. 그에 비하면 동궁빈은 ‘얍!‘ 또는 ‘얍!‘으로 응수했으나, 그 소리는 거의 입안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는 잘 새어나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 P324

동궁빈은 쓰러진 사내의 목을 향해 칼끝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로잡으려고 일부러 급소를 피해 상처만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는 자신의 칼로 목을 그어 자결해 버렸다. - P324

석정은 제단 앞에 놓인 나무로 된 불전함을 치웠다. 그리고제단 밑에 마련된 빈 공간을 열어 길례가 안고 있던 왕손 아기씨를 받아 안았다. 밖에서 일대 활극이 벌어지는 소란의 와중에도 아기는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더위에 고생했다."
동궁빈은 석정으로부터 아기를 받아 안으며, 제단 밑에서 말기어 나오는 길례를 바라보았다. - P325

대왕은 이미 왕태제이련을 통하여 국상이 동궁전의 전력을보강하기 위해 정전을 지키고 있던 태학의 유생들을 보냈다는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그 바람에 경비가 허술했던 정전에서국상이 괴한들에게 부상을 당했다는 걸 대왕은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 P328

그들을 강압적으로 다루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에 대해 을두미는 재고에 재고를 거듭했다. 그렇게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연나부가 적대시하는 그 자신이먼저 국상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했다.
- P329

여러 왕대에 걸쳐왕후를 배출하면서 세력을 탄탄하게 다져온 연나부였다. 그러니 만큼 강하게 밀어붙이면 반발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명림수사건 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연나부를 몰아붙였던을두미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유화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물러나고, 파격적으로 연나부에 국상의 자리를 다시 내주는 것이 좋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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