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구부는 발석거를 앞으로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고구려군은 미리 준비해 둔 돌과 함께 둥그렇게 묶은 건초에 기름을적셔 불을 붙인 후 발석거를 이용하여 수곡성 안으로 마구 날렸다. 불붙은 건초 덩어리가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올라 성안으로 떨어졌다.
여러 대의 발석거에서 수십 개의 건초 덩어리가 발사되면서성안은 금세 불바다로 변했다.  - P289

성벽 위에 쇠갈고리가 걸리자 말 위에 있던 기병들은 밧줄을타고 거미처럼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충차는 서문을 향해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으나 워낙 문이 튼튼하여 쉽게 파괴되지 않았다. 이때 밧줄을 타고 성벽을 넘은 고구려 기병들이 서문으로 내려가 그곳을 지키던 백제군을 칼로 난자한 후 성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 P290

서문이 열리자 말을 타고 가장 먼저 통과한 젊은 장수 동관은 전속력으로 질주해 곧바로 동문으로 달려가면서 전후좌우의 백제군을 제압했다. 자루가 긴 언월도를 쓰는 그는 동문을지키던 백제군 수십 명의 목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그러자그 주변에 있던 백제군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 P291

대왕 구부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징을 울려 군사들을 거두었다. 드디어 부왕의 원수를 갚았다는 생각에 그는 꽉 막혔던체중이 풀리듯 속이 시원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한을 안고 숨을 거둔 부왕의 영혼을 이제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안쓰러운 마음 또한 없지 않았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인내심의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 P292

5년 전 평양성 전투에서 부왕이 전사했을 때 백제왕 구는 순순히 군사를 물려 돌아갔소. 이번에 백제왕이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것을 약점으로 이용해백제를 칠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 고구려는 천하의 웃음거리가되고 말 것이오. 절호의 기회인 것은 사실이나 군사를 일으키는 것도 때가 있는 법, 이번에는 수곡성을 탈환한 것으로 만족합시다." - P294

그 저택은 우신의 집이었고, 검술 연습을 하던 남자는 그의딸 소진이었다. 달포 전에 궁궐에서 왕손 탄생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무심하게 넘기려고 했으나, 그게 그렇게뜻대로 되지 않았다. - P295

왕손이 태어났다는 소식과 함께 세간에서는 엉뚱하게도 이상한 풍문이 떠돌고 있었다. 만약에 5년 전 왕자 이련이 우신의딸과 결혼했다면 그런 왕손을 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소문은 사람의 입을 타고 자꾸만 부풀려져, 동부욕실곤의 아들 해평과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은 소진이 석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확대되어 바람결에 들려왔던 것이다.
- P295

소진이 한동안 접어두고 있던 검술 연습을 시작한 것도 그러한 뜬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직후부터였다. 도무지방 안에서서책을 접하거나 얌전하게 수틀을 놓고 앉아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었다.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