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나부입니다. 아직도 연나부의 수장은 전 국상 명림수부이옵니다. 비록 동해 바다 외딴섬에 유배되어 있긴 하나 그의입김은 연나부 전체에 작용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화로 속의 잿불에서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법이옵니다. 죄인 명림수부야말로 화로 속의 잿불이옵니다. 차제에 사약을 내려 연나부의 음모 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도록 해야 하옵니다."
국상을두미는 전부터 대왕이 명림수부를 살려둔 것에 대해우려하고 있었다. - P267

대왕 구부는 국상을두미의 지휘 아래 기우제지낼 준비를하라 일렀다. 궁궐을 가운데 두고 국내성 서쪽에는 국사가동쪽에는 종묘가 있었다. 국사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고,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시는 왕실의 사당이었다. - P268

치는 동쪽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 연화를 만났을때 같이 태백산 천지에 올라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태백산 언저리를 가늠하며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들며 마른번개가 쳤다. 먹구름 위로 붉은 기운이 뻗쳐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용이 트림을 하듯 천둥소리가 쿠르릉, 하며 울렸다. - P270

고구려는 수곡성을 백제에게 빼앗길때인삼재배의 중심지인 부소갑까지 잃었다. 그리하여 청목령을 경계로 그 남쪽은백제 땅이 되었고, 백제왕 구는 그곳에 성을 쌓음으로써 부소갑 이남 지역을 백제 권역으로 확실하게 묶어놓았다.
- P272

백제가 전부터 부소갑을 호시탐탐 노려온 이유는 그곳에서생산되는 양질의 인삼이 중원에서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부소갑을 백제에게 빼앗기면서, 그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인삼 생산량의 8할 이상을 잃었다. - P272

고구려가 발해와 황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부소갑에서 생산되는 인삼을 해로를 통해 요동반도나 산동반도와직거래를 했었다.  - P272

그러나 백제가 해상권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고구려는 육로를 통해 패수. 압록강·요하 등을 건너 중원으로진출하는 어려운 노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런데 부갑마저도백제에게 넘겨주면서 고구려는 인삼 교역의 주도권까지 빼앗기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 P272

적의 기병 수백 기가야습을 하여, 낮에 폭염 속에서 일하다 지쳐 곤하게 잠든 삼농인을 마치 보쌈이라도 하듯이 자루에 담아 말 위에 싣고 도망친것이옵니다."
"보쌈이라? 허허, 해괴한 일이고, 어찌 저들이 무고한 삼농인을 붙잡아 갔단 말이더냐?"
대왕의 목소리는 분노에 가까웠다. - P273

백제가 부소갑 서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갑비고차(강화도)란 섬에 대단위 인삼 재배단지를 만들고 있는데, 붙잡아간 고구려 삼농인들로 하여금 영농기술을 전수케 하기 위함인 것 같사옵니다." - P273

고구려 풍속에는 아기를 낳은 지 스무하루가 되는 날을 삼칠일이라고 하는데, 이때 금줄을 내리고 이웃들도 아기를 볼수 있었다. 이러한 민가의 풍속대로 대왕도 삼칠일이 되기만을기다리고 있다가 동궁전으로 거둥했다.
- P274

풍속에 따라 동궁빈은 삼칠일 이른 아침에 삼신에게 보리밥과 미역국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산모도 미역국을 먹고, 처소앞에 쳤던 금줄을 걷어냈다. 시녀들은 수수경단이다 보리떡이다 해서 음식을 장만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P274

"담덕이 어떨까 싶네. 두미 국상과 논의한 결과 짐이 담議자를 국상이 덕분자를 내놓았지. 기본 뜻으로는 말 담 자인데,
그 안에는 ‘깊고 그윽하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 덕 자 또한기본은 크다는 뜻인데, 그 안에는 ‘은혜를 베풀다‘, ‘바로 서다‘
라는 의미가 들어 있네. 여보게, 아우! 담덕이 어떠한가?" - P276

구부는 다시 부왕의 위패 앞으로 옮겼다. 녹슨 화살촉이 거기 그대로 있었다. 그는 화살촉을 손에 들고 바라보았다. 날카롭고 딱딱한 쇠의 촉감이 그의 폐부를 찔렀다.
그야말로 절치부심의 세월이었다.  - P278

시신을 부검한 어의가 부왕의 사인을 화살에 묻힌 짐독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져 해독이 불가능해 붕어하였다고 말했을 때, 그는 백제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을 길이 없었다.
독이 묻지 않은 화살을 맞았다면 그리 위험할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그러나 짐독은 해독하기 쉽지 않은 맹독에 속했다. 이는 적이 부왕을 겨냥해 죽이기로 작정하고 쏜 화살이 분명했다. - P279

그래서 우리는 이번 기회에 수곡성을 탈환하고 부소감을 되찾은 다음, 고구려의 국경을 남쪽 한수 북변까지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래야만 부소갑의 인삼 재배지를 되찾을 수 있고, 저 중원의 제국들과 해상을 통한 인삼 교역도 가능해지게 될 것이오. 부소갑의 인삼교역은 국고에도 적지 않은 보탬이 되기 때문에 결코 좌시할 수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오."
- P281

이때 을두미는 연나부를 대표하는 대사자 연소불이 갑자기전쟁 반대론에서 전쟁불사론으로 생각을 바꾼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부터 연소불이 동부욕살 하대곤과 사돈을 맺기로 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하대곤의 아들 해평과연소불의 딸 정화 남자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283

"짐은 이번에 원정군의 군사문무를 겸비하고 있는 국상을 대동할 계획이었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우 이련에게만국내성을 맡길 수 없는 노릇이고, 국상도 궁궐에 남아 국내성을안전하게 지켜주셔야 짐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소이다."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이제 소신이 더 이상 원정을 반대할 수는 없게 되었사옵니다.  - P284

다만 동해고도에 있는 죄인 명림수부에 대한 처단을 가납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을두미는 연나부의 싹부터 잘라내 만약에 있을지 모를 저들의 준동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284

대왕 구부는 국내성에서 날랜 군사로 기병 1천을 뽑았으며,
젊은 장수 동관을 선봉장으로 삼아 출진할 준비를 갖추도록했다. 동관은 고국원왕 시절 연나라에서 고구려로 망명하여 장하독을 지낸 동수의 아들로, 여러해 전 동맹축제에서 해평과추수 다음으로 뽑힌 청년 장수였다. - P286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은 국내성에서 차출한 기병 1천으로 족하니, 손 장군은 적을 속이는전략만 잘 구사해 주시오."
"폐하, 기병 1천으로 가능하겠사옵니까? 평양성 기병 1천을더 차출해 보강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평양성 기병 1천은 따로 비밀리에 이동시켜 수곡성 서문 근처에 매복시키도록 하시오. 국내성 기병 1천이 서문을 부수고 성안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 합류토록 하면 되겠군!" - P287

백제가 성곽을 새로 쌓은 청목령은 부소갑의 최후 방어선이었다. 대왕은 세작들을 미리 앞으로 보내 고구려 기병들이 청목령으로 출진한다는 소문을 민가에 퍼뜨리게 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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