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터를 정하고 마당 한가운데 석탑을 중심으로 절 입구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맨 앞에 일주문·사천왕문·불이문이 들어서도록 배치했다. 석탑 양쪽에는 석등을 세우고, 바로 그 뒤에 대웅전 자리를 마련했다. 또 대웅전 뒤로 명부전·관음전 등의 전각을 세우고, 다시 그 뒤로 칠성각과 독성각을 세우기로했다. - P239
"칠성각은 원래 저 중원에서 도교를 받아들여 사찰 뒤편에세운 전각입니다. 불교가 전통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인대표적인 경우겠지요. 그리고 독성각은 스승 없이 홀로 깨달음을 얻은 나반존자를 모시는 전각입니다. - P240
우리 고구려에는 산신을 모시는 민간 종교가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이 땅에는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이란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하느님인 환인이 아들 환웅을 이 땅에 내려 보내곰을 숭배하는 부족의 여인을 얻어 단군이란 아들을 낳았습니다. - P240
즉, 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은 천손인 것입니다. 단군왕검은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산속에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고합니다. 그 이후 단군왕검의 자손이 대를 이어 무려 1천5백 년동안 조선을 경영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이 각자 나라를만들어 부여가 되었고, 다시 거기에서 파생하여 고구려가 되었습니다. 이들 나라 모두가 단군왕검의 조선처럼 산신을 토속신앙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고구려도 사찰 뒤편에칠성각,독성각과는 별도로 산신각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P240
동궁빈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내불전을 찾는 이유는혼인한 지 벌써 4년째가 되어가는데도 태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왕태제의 나이도 이팔청춘을 지나 열일곱 살이 되었다. 남자로서 가장 힘이 넘칠 때였다. ‘혹시 내가 왕후 전하처럼 석녀라면 어쩌지?‘ - P241
동궁빈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한숨이 되뇌어졌다. 궁궐이 마치 감옥처럼 답답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가촌 같았으면 지금쯤 추수와 함께 태백산 자락으로 사냥을 떠났을지도 몰랐다. 동빈의 생각이 추수에게로 옮아갔다. 추수는 평양성 전투 이후 행방불명이 된 상태였다. - P243
‘추수를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동궁빈은하가촌 도장에서 사부 을두미에게 무술을 배울 당시 추수만큼 호흡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무술도 수준급이었지만 눈빛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통할 만큼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 P243
처음 국혼을 치렀을 때, 동궁빈은 아무래도 이련의 나이가어리다는 생각에 스스럼없이 대했었다. 그러나 이제 열일곱 살이 되었으니 부부로서의 예가 남다를 수밖에 없어, 전보다 더어렵게 생각되었다. - P244
얼마나 더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순간 힘을 잃고 엎드린 자세에서 더는 움직일 줄 몰랐다. 절하던 자세 그대로 지쳐 쓰러져서 마침내는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금불상은 그런 동궁빈의 모습을 내려다본 채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어디선가 마른번개가 치더니 쿠르르릉 하며 천둥이 울었다. 그 소리에 부스스 일어난 동빈은 갑자기 하늘에 먹장구름이포장을 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당에서 나와내불전 앞마당으로 내려섰다. - P247
남서쪽 방향에서 번쩍 하며 번개가 치더니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천둥소리까지 천지를 뒤흔들었다. 비는 오지 않으니마른번개인데, 그 번개가 치는 곳에서 먹구름이 갈라지며 황룡한 마리가 금빛 비늘을 세운 채 요동치듯 하늘을 빠르게 질러왔다. - P247
동궁빈은 하늘을 나는 용의 위용에 압도되고 말았다. 무서움도 잊은 채 신비한 듯 바라보았다. 몸 전체를 꿈틀대며 먹구름을 가르고 날아온 황룡은 국내성 주변을 힘차게 돌았다. 그렇게 몇 바퀴를 돌고 나더니, 이제는 동궁빈의 앞가슴을 향해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동궁빈은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황룡을 애써 피하지 않았다. - P247
온몸에서 빛나는 황금빛이 성안을 환하게 밝혔다. 황룡은 동궁전의 하늘 아래 낮게 떠서 한동안 연못을 내려다보았다. 연못에도 용의 비늘이 비쳐 수면이 온통 황금색으로가득 찼다. 그 연못에 꼬리를 척 내리고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꼿꼿하게 들고 곧추선 황룡은, 물을 철석이며 하늘로 오르는듯하더니 순식간에 동궁빈의 머리 위를 지나 내불전 안으로들어가는 것이었다. - P248
내불전 안은 황금색으로 환하게 빛났다. 금불상과 황룡이서로를 향해 황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빈의 눈에는 금불상과 황룡의 형상이 서로 바뀌면서, 어느 것이 황룡이고 어느 것이 금불상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때는 금불상과 황룡이 둘이 아닌 하나로 보이기도했다. - P248
어느 순간 동궁빈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리고자신이 아직도 절을 하며 엎드린 자세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절을 하다 지쳐 쓰러진 채 잠이 든 모양이었다. 동궁빈이 눈을 들어 올려다보니 황룡은 간데없고금불상만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P248
그 순간, 동궁빈의 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로 갔다. 두 손으로 살며시 배를 안아보았다. 혹시 태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매달 치르는 달거리를 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아직 기별이 없었다 - P248
그로부터 며칠 동안 동궁빈은 몸을 조심하며 기다려보았다. 여전히 달거리 소식이 없었다. 왕태제에게 황룡의 꿈을 꾼 이야기와 함께 혹시 자신이 잉태를 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꿈이 정녕 태몽 아니겠소? 이는 하늘이 내려준큰 선물이오. 천손이 내어날 것이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고무엇이겠소?"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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