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포구에 끝을 대고 있는 바닷물은 밀물 때가 되면 그 센 기운으로 강경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 P219
드센 힘으로 강물을 밀어올리는 바닷물이 금강 양쪽으로 가지 치고 있는 크고 작은 개울들을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힘이 약한 개울들은 바닷물에 떼밀릴 수밖에 없었다. 폭넓은 금강이 그런 시달림을 당하는 처지에 만경평야의 가운데를 순하게 흘러내리고 있는 만경강이 그 고역을 면할도리는 없었다. - P219
금강이 구렁이라면 만경강은 실뱀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 P219
바닷물이 미치지 않는 좋은 논을 아예 가질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간기전 땅에다가 논을 일구게 되었다. 그것이갯이었다. - P219
바닷물을 막아내려고 그들 나름대로 둑을 쌓고 방비를 하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바닷물은 억센 힘으로하루 두 차례씩 거슬러 올라와서 느긋하게 쉬다가 내려가고 하는바람에 간기가 배드는 것을 완전히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 P219
물이라는 것이 스며들지 못하는 데가 없고, 벼라는 것은 간기와는 상극이었다. 간기를 없애려고 날이 날마다 물갈이하기에 허덕거렸지만 바다와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 P219
간기를 머금은 벼들은 무슨 병이라도 앓는것처럼 언제나 시들거리며 제대로 자라나지 못했고, 이삭이라고 나와봐야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배곯아 시들어버린 아이의 몰골이따로 없고, 비루먹은 말의 형상이 따로 없었다. - P220
갯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힘을 곱절로 바치고도 소출은 보통논의 반도 건지기가 어려웠다. 그것도 하늘이 까탈을 부리지 않고너그럽게 넘어갔을 경우였다. - P220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그들은도리 없이 빈손을 털어야 했다. 가뭄을 제일 먼저 타고 홍수에 제일 먼저 무너앉는 것이 갯이었던 것이다. 갯 가진 사람들은 후레자식 둔 사람이나 똑같은 신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갯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된 소원은 어서 갯논에서 벗어나 평답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일 리가 없었다. - P220
"자네넌 그 콩알만한 간에 호박뎅이만헌 의심얼 품고 사는 것이병이여, 아, 생각혀 보소. 소작얼 삼칠제로 혀서 내준다닝게 말이시, 상답언 그만두고 평답얼 얻어부친다고 혀도 한 마지기에 쌀 양석 빼는 것이야 아그덜도 다 아는 일 아닌감 거그서 우리가 얼묵으면 한 석 반 가차이럴 묵는 것 아니여? - P221
갯논에 목매달고 죽어라고 고상혀 봤자 한 마지기에 한석 소출이고, 거그서 세금 떨기고 농비 털고 나면 얼매나 얻어묵어지든가 좌우간 거짓말 쪼깨 보태 말하자면 평답 소작 부치고 사는것이 세 배는 이문이란 말이시, 세 배." - P221
조선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투를 자르게 만들었다. 그 남자의 나이와 한복과 짧은 머리가 조화되지 않고 어색스럽기만 했다. 단발은 신분의 고하에 상관없이 나이든 축에서는 거부당하고 있었고, 대개 나이가 스무 살 아래서부터 느리게 해나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는 요시다 바로 아래서 다른 조선고용인들을 부리고 있는 이동만이었다. - P223
"그리고 말이오, 오늘부터 새로 시작할 일이 한 가지 있소. 그게뭔고 하니, 우리가 돈을 아주 싼 이자로 빌려준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시오, 조선사람들은 이자를 으레껏 1씩 받지 않소? 허나 우린 5푼밖에 안 받겠소." - P223
"하! 역시 놀랄 만큼 싸지요?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돈은얼마든지 빌려주는데 그 대신 담보를 꼭 잡혀야 하오. 담보물은 반드시 논이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 - P224
"저어...... 소장님이 직접 만나 술을 한잔 사시면서 저어・・・・・… 그러니까 한 마지기당 50전 정도 더 쳐주겠다고 하고 저어....… 우선 논을 담보 잡고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 P225
"거, 논을 팔지 말라고 바람 넣고 있는 놈들을 찾아내는 일 말이오!" "아 예, 아랫것들한테 단단하게 일러놨고, 저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말로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아시오. 그런 놈들이 누군지 곧 내앞에 이름을 가지고 와야지."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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