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의 열쇠가 ‘제국의 손해‘라는 것을 포착한 모리야마의말은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현재까지 토지를 제일 많이 확보한 사람이누구요? 개인이나 회사나 통틀어서."
"그거야 물론 우리 회사지요." - P207

모리야마는 몸을 돌려세웠다. 그는 투자이윤이 연간 2할 5푼을넘어 3할까지도 넘을 거라는 속셈을 하고 있었다. - P208

"좋소. 요시다, 당신은 조선토지가 일본토지에 비해 얼마나 헐값인지 잘 알고 있지요?"
"예, 대개 열배 이상 쌉니다."
"아니오, 지역에 따라서른배까지 싸니까 평균을 내도 열다섯배 이상 싼 거요 - P207

"예, 다름이 아니라 조선놈들중에 농토를 우리 일본사람에게 팔지 말라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아니, 뭐라고?" - P209

"도대체 주재소는 왜 있는 거요. 그런 놈들은 주재소에 처넣어야해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주재소에 처박아 다시는 그따위 소릴지껄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말이오." - P210

요시다 내 말 똑똑히 들으시오." 모리야마는 목소리를 낮추며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그동안 우리 제국정부가 왜 온갖 장애를이겨내며 오늘날 조선의 치안권까지 장악하느라고 얼마나 분투해왔는지 모르겠소? 그건 바로 조선땅으로 진출하는 모든 일을 쉽고편하게 하자는 것이었소. 그런데 당신은 그 취지도 모르고 주재소의 협조를 안 받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 P211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바다가 가까워 갯논이 많은게 좀 문젭니다. 갯논은 수확이 떨어지거든요."
"수확이 떨어지면 값이 그만큼 싸니까 하등 문제가 없소. 또, 간척사업도 하는 판인데갯논을 상답으로 바꾸는 기술쯤 아무것도 아니오 - P211

"이 대감이 어찌 왜놈손에 그 많은 논얼 팔아넘겠는고. 여그 관찰사로 일헐 적에넌 왜놈들헌티 그리 엄하게 혀놓고 그간에 맘이변혔는가?"
"맞어, 여그 감사로 있음서 왜놈덜언 전주성 안에는 얼씬도 못허게 엄히 다스렸제 그려서 왜놈덜언 서문 밖에서 살문서 고상들깨나안 했드라고." - P213

그리 엄허게 혀서 이 대감이 인심얼 많이 얻었제."
"지기, 그런다고 인심 후하게 쓴 사람덜이 반편이제 관찰사 노릇 얼매나 했다고 뒤로는 진봉면 그 좋은 상답얼 다 몰아잡고 있었는디." - P213

그들이 말하는 이대감은 현직 학부대신인 이완용이었다. 그가관찰사 시절에 아무리 부정하게 치부를 했다하더라도 현직이 현직인 만큼 험담이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가까운 관청에 그소식이 들어갔다 하면 당장 잡혀 들어가 요절이 날 판이었다.
- P213

이완용은 7년 전에 전라북도 관찰사로 전주에 부임해 왔었다.
그 1년 전에 이완용은 이범진과 함께 임금의 안위를 빙자하여 임금을 러시아공관으로 옮기게 한 아관파천을 주도했었다. 해가 바뀌어 임금이 다시 궁중으로 돌아오고, 국호를 바꾼다 어쩐다 하면서새정치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완용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지방 근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그는철저한 친로파로 친일파들을 제거하고 일본을 궁지에 몰아대고 있던 판이라 일본사람들을 전주성안으로 한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 P214

그런데 다시 중앙관직으로 옮겨가면서 정치상황이 달라져 러시아가 자꾸 일본에 밀리게 되었다. 그 상황을 따라이완용도 친일파로 변해간 것을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사람들이알 까닭이 없었다. - P214

"요시단지 저시단지가 더우묵어 정신이 어찌 된 것 아니야?"
"정신이 어찌 되기넌 눈만 초롱초롱하고 말만 또록또록허등마."
"근디 어째서 갯논얼 그리 비싼 값으로 사겠다는 것이까? 요상허덜 안혀?"
" - P215

이사람, 걱정도 팔자시. 우리야돈 많이 받고 팔아묵으면 그만이제."
"그야 그런디, 그려도 이적지 돌아다도 안 보든 갯얼 갑작시리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나승게 요상시럽단게로." - P215

"그나저나 시상 살다 보니 별횡재럴헐 날도 다 있네 이. 우리ㅉ리야 1원 50전은새로 1원에도 살지 말지 헌 갯얼 3원씩이나 쳐준다니. 왜놈 덕에 팔자 피는 시상얼 다 만내보기도 허네그랴." - P216

그들은 요시다가 풀어놓은 거간꾼이나 바람잡이들에게 갯는 한마지기에 3원씩 사들인다는 말을 분명히 듣고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믿기가 어려워 서로가 그 까닭을 알아내려고 들었다. 논의 쓸모에 비해 그 가격은 너무 많았던 것이다 - P216

그런데 일본사람들 때문에 논값은 출렁거리기 시작하고, 그 난데없는 바람은 김제 • 만경 들판에서부터 시작되어 호남평야 전부를 휩쓸어가고 있는 참이었다. 일본사람들은 돈바람을 일으키며논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도 그동안 갯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 P217

감은 감이되똘감이 감축에 들지 못하듯 갯도 논은 논이되는 축에 들 수 없었던 것이다. 값이 뛰자 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뜨고 신명나했지만 갯 가진 사람들은 예외가되어 썰렁한 가슴을 쓸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시다 쪽에서 이삼일 전부터 갯논을 3원씩에 사들인다는 새 바람을 일으키고 다녔던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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