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분참에 원하는 물건언 머시여?"
장덕풍은 저울을 넣고 돈궤에 자물통을 채우며 말을 꺼냈다.
"아까 말헌 대로 딴 물건 섞지 말고 광목에다 분허고 구루무만주시오‘ - P146

장덕풍은 이 대목에서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거래란큰 이익을 보았으면 작은 이익에는 미련을 깨끗하게 버려야 하는것이었다. 거래는 배짱놀음이면서 눈치싸움이고 체면살리기였다 - P146

"기생년덜이나 한량덜헌티 이쁘게 보일라고 구루무 발라대고 분칠해 대고 허제 여염집 여자덜이 멋났다고 구루무칠이고 분칠이여.
시상이 변해가니 다 화냥년덜이 될라능가?" - P147

참말로 성님언 시상헛살았소. 여자란 것이 어디 기생만 이쁘게보일라고 허둥게라? 살림이 궁해서 그렇게 여자라고 생긴 것은 전부가 구루무칠허고 분칠혀서 이쁘게 보일라고 한다 그 말이요. 성님언 워째 이 나이꺼정 그리 뻔한 것도 몰르고 사신당게라." - P147

"판은 인자 시작이요. 분보담 구루무럴 발라본 여자덜이 더 환장얼 허고 정신이 없소."
김봉구는 신바람이 나고 있었다. 구루무는 ‘크림‘의 일본식 발음이었다.
"여러 말헐 것 없어. 금만 자꼬 갖고와 허면 원하는 물건이야얼마든지 뒷댈 것잉게로." - P147

"금 자꼬 내주고 그런 물건 정신없이 사딜이다가 이 땅 금뎅이 다일본사람덜 손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겠소?"
방태수가 뚱하게 내놓은 말이었다.
"별 걱정 다 허네. 우리야 돈만 벌면 되는 것이여." - P147

"근디, 광목 등쌀에 우리 굶어죽게 생겼다고 장터마동 존예네덜허고 무명에 장시덜허고가 야단이로구만이라. 그것이 우리럴똑 눈에 백힌 가시맨치로 보는디, 사실이제 무명장시덜이 파리만 날리는 것이 표가 나고, 그리되니 존예네덜이 들고 나온 무명베럴 팔아넘길 디가 없어지고, 팔아넘긴다 혀도 장이 슬 때마동 값은 똥값으로 처져내리고, 그 죽는 소리가 그냥 죽는 소리가 아니랑게라 - P148

점점 더 광목이 판얼 치게 될 것잉게. 사람이라고 눈얼 가졌으면 그 맨질맨질허고 보들보들한 광목허고, 그 꺼끌꺼끌하고 거칠거칠헌 무명베허고 대기나 헐것이여. 광목이 입기 좋고 보기 존 디다가 질기기도 더 질기제, 거그다가 값이 많이 비싼 것도 아니제, 그러니 누가 무명 입을라고 허겄냔 말이여."
장덕풍은 제물에 흥이 돋아올라 얼굴까지 상기되어 있었다. - P149

"일본기생덜이 아조 찰방지고 간이 사리살짝 녹게 맨근다든디,
나넌 은제나 그런 디가서술얼원없이 묵어볼꼬."
"하이고, 돈 벌기 전에 못되게 쓸 궁리보톰허고 앉었네. 정신 채려, 기생방서 만석꾼살림 녹아내리는 것 몰라서 이려?" - P150

충남 장항이었다. 충남 장항과 전북군산은 서로 빤히 건너다보고 있으면서도 먼 사이였다. 포구가 가로놓여 뱃길이 아니고서는 오갈 수가 없는 탓이었다. - P151

그런데 군산이 바다를 넓게 안고 있어서 예로부터 항구로 긴요하게 쓰였고, 수군초소도 자리잡아 오게 되었다. 일본이 군산을개항시킨 까닭도 거기 있는 데다가, 군산은 또 광대한 곡창지대를뒤로 거느리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52

깃을 세우고 몰려드는 밀물이 남성이라면 잔잔하게 빠져나가는썰물은 여성이었다. 바다의 힘은 금강을 100리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래서 금강 하구 100리와 거기에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개울가에는 소금기를 먹고 사는 바다갈대가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무성한 갈대숲은 뻘 밭이었고,거기서는 바닷게며 바닷지렁이 같은 것들이 곰살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 P152

그래, 부지런히들 오르내려라. 그래서 우리 소비제품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실어다가 팔고 그 대신 조선의 금이고 은이고 쌀을많이많이 실어가거라. 이 땅은 여러모로 쓸 만하다. 금도 많이 나고, 쌀도 좋고, 경치도 좋다. 골치 아픈 것은 사람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별문제는 아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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