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두는 일어학원이 생긴 초장에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한것을 후회했다. 몇 년전에 학원에 밀어넣었더라면 나이가 어려 우격다짐이 한결 수월하게 먹혀들었을 것이고, 여자나 술, 노름 같은것을 알기 전이라 공부도 좀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 P121

그런데 어쩌다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장가부터 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실수치고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셈이라 그 손해를 만회하려고 자신의 마음은 바쁜데 아들놈이 도무지 뒤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 P121

일어학원은 개항이 되면서 뒤따라 생겼던 것이다.
그 학원만 나오면 급료 좋고 권세 잡을 수 있는 일자리가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학원은 1차적으로 개항장마다 들어섰고, 그 다음에 큰 도시로 퍼져나갔다. 1900년에 11개였던 것이 4년 뒤에는 30개가 넘게불어나 있었다. - P122

스무 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사탕을 한쪽 볼에 문장질문이걱정스럽게 말했다. 사탕이라는 것이 호도알만큼 커서 그의 왼쪽볼은 보기 흉할 정도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일본사람들이 만들어내기 시작한 사탕맛에 홀린 그는 가게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사탕부터 입에 집어넣었다. - P124

장덕풍은 버럭 소리질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사 잇속 따지는 것이 골수에 박인 그로서는 사탕을 하나가 아닌 두 개째 먹는것은영 비위에 거슬렸던 것이다.
- P126

고개를 돌리는 장칠문의 입술이 비틀리고 있었다. 하이고 말이야 번듯허시. 지새끼가 묵는 것도 아까와서. 그는 아버지의 속이더 쓰리라고 사탕을 마구 씹어댔다. - P126

"이, 마침 사탕공장서 사람얼 한나 구해도라는 것이여."
장덕풍은 곰방대에 담배를 담으며 능청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아부지, 정신 나갔는게라." 장칠문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나가 추접시럽게 사탕공장 일꾼으로 일헐라고 그 고상혀 감서 일본말 배운지 아시오." 아버지 앞인데도 소리를 지르는 그의 얼굴에는 불량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 P128

장덕풍은 계속 능청을 떨어대며 부싯돌을 치고 있었다. 선반에성냥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지만 그의 눈에 그것은 팔 때만 보이는물건일 뿐이었다.
"아부지나 그리혀서 돈벌이 더 많이 허씨요. 나 죽으나 사나권세보톰 잡고 볼 것잉게라." - P128

사탕이 널리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생겨났다. ‘눈깔사탕‘이 그것이었다. 그 크기가 황소눈깔만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아메다마‘라는 일본이름은 대개 어른들이 썼고, ‘눈깔사탕‘이란 이름은 주로 아이들이 썼다. - P130

"사탕얼 묵으면 못써, 고것언 왜놈덜 것이여. 조선사람 조선얼 묵어야 혀."
- P131

"어허 참 왜놈 등쌀에 우리 밥 굶어죽게 생겼네그랴, 사탕 맨드는 왜놈얼 몰아내든지, 왜놈사탕팔고 앉었는 가게덜얼 다 때레뿌시든지 양단간에 한나는 해야제 요것 안 되겠구만." - P131

무신 소리덜이여, 어디 사람팔자가 따로 있간디. 누구든지 시상판세 돌아가는 것 보고 눈치 빨르게 처신하면 앞길이 쉽게 열리는것이 어찌가 자네덜, 무신 소식 있는가?"
장덕풍은 두 사람을 빠르게 훑었다. - P133

장덕풍의 성질을 거슬렀다가는당장에 필요한 물건을 못 받아갈 판이었다. 동학당인지 무엇인지가 다시 패거리 모으는 것을 찾아내 팔자 고치는 것은 그 다음 일이고 우선 급한 것은 장사 잘되는 일본물건을 받아가는 일이었다. - P134

"자네덜 나가 일러준 대로 화전 허는 사람덜 속에 끈 달아놓은겨?"
장덕풍은 두 사람의 허라도 찌르듯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
"하이라. 진작에 중허다 싶은 질목얼 여럿 골라서 공얼 딜이고있구만요. 그 공딜이는 비용도 솔찬허당게라." - P135

"그런디 말이여, 화전 허는 사람이라고 혀서 다 믿어서 큰일날것이네. 살아남은 그놈덜 중에 몸 피해서 화전 부쳐묵는 놈덜이 솔찬히 있응게로. 사람 잘못 골랐다가넌・・・・・・." 장덕풍은 여기서 문득 말을 끊었다가는, "돈만 헛쓰는 일인 것이여." 어물어물 말을 끝냈다. - P136

그러나 그가 당황해서 삼켜버린말은 따로 있었다. …………일이 되기 전에 목심 날아가는 것이여‘ 그가 삼킨 말이었다. 그때 일본군의 길잡이로 나섰거나 정탐원 노릇을 맡았던 보부상들은 화전민으로 가장한 동학당의 손에 적잖이 죽었던 것이다.  - P136

그러나 그 말은 또한 거짓말이 아니었고 과장도 아니었다. 손이 빠른 물건들을 많이 받아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일을 정탐해 내겠다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 P137

"성님 처지가 고약해지는 것이야 다 알 만허요. 그려서 이번에우리가 성님 체면 좀 세와디릴라고 장만한 것이 있구만이라."
방태수는 장덕풍이 쳐놓은 망을 걷어내듯이 자신 있는 어조였다.
"그것이 머신디?"
장덕풍은 금방 관심을 드러냈다.
"금이오." - P137

"값도 값이고, 요분에우리가 원하는 물건으로만 줘야 쓰겄소."
방태수가 밀어붙이고 있었다. 물건을 거래할 때는 부자지간에라도 인정사정없다는 그들의 본색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 P139

장덕풍은 완연히 당황하고 있었다.
"어떤 거래고 거래 전에 술 묵는 법 아니란 것 몰라서 이런가요?"
방태수의 냉정한 말이었다.
"허허허허………… 자네덜이 아주 야물딱진 장사꾼으로 틀잽혔네그랴. 나럴 막 갤치고 드니 되얐네, 되었어. 어허허허………" - P141

여섯 개의 눈들은 저울추 끈이 닿는 저울눈을 따라 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울대가 수평을 이룰 듯 말 듯 했다. 그때였다. 투박한 손가락 두 개가 저울추 끈을 붙들었다. - P142

"넉돈쭝으로 쳐받은 물건얼 석돈쭝 반으로 저울질하는 법도있소. 저울질얼 나가 한번 혀봅시다."
방태수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머시가 어찌고 어쩌! 니가 저울질얼 허겄다고? 포목장시보고 잣대 내노라는 법 있고, 쌀장시보고 됫박 내노라는 법도 있다디냐! 옛끼 순 못 배와묵은 상것 같으니라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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