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교회의 대표로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가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사도행전의 손질된 기록 속에서조차 마냥 좋기만 했던 시절은 길지 않았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의 사례가 보여 주듯, 성령의 능력 아래 있던 교회에서도 오늘날의 헌금 유용과 유사한 범죄는 낯설지 않았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교회였지만, 그럴수록 재정 운용과 지도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커져 갔다.  - P42

물론 이런 경제적이고 (교회) 정치적인 갈등은 공동체 내에 존재하던 언어적·문화적 차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복음이 유대 사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더 많은 문제와 갈등을 경험했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소소한 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멋지기만 했을 것으로 상상하는 최초의 교회 역시 지금 우리가 세우고 일구는 교회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P42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니요, 순식간에 천국의 문화가 몸에 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새로운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그 사회의 가치를 배우고 그에 맞는 삶의 방식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그런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서 배운 삶의 가치와 복음에서 새로 배우는 삶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 P43

교회의 삶을 보여 주는 사도행전 및 여러 서신은 모두 이 세상에서 복음적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이런 시행착오의 기록들이다.
고린도전서는 세상 속의 교회가 경험하는 이런 몸부림의 가장 적나라한사례 중 하나다.  - P43

갈라디아서와 로마서가 복음과 유대적 전통의 마주침을 그려냈다면, 고린도전서는 복음을 받은 이방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세계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갈등을 포착한다.  - P43

따라서 이 편지를 읽는 우리의 관심은 그저 시시비비를 가리는 올바른 교훈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굴곡진 족적을 더듬으며 그 ‘골치 아픈‘ 삶 속에 역사한 복음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 P44

이 편지가 오늘날 우리를 위한 말씀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하나님의 역사하심 때문이기도 하다.  - P44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 및 사도와 신자들 사이의 긴장이라는 근본 문제가 기저에 흐른다. 이 근원적 문제는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 신자들의 삶의 태도, 공동체의 모임 방식, 성령의 은사 등교회의 신앙 전반에 걸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부활에 관한 신학적 혼란도 심각하다.  - P49

신자들의 성숙을 위해서는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신자들 사이의 관계를 돌보아야 한다. 사실상 진퇴양난에 가까운 상황, 이것이 바로 고린도전서를 시작하는 바울의 입장이다. - P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