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곰탱이 같은 놈, 고집통머리는 씨어서 밥 안 묵으면 니놈 배만 고팠지 별수 있다냐. 내야 돈 굳어서 좋다. 이놈아, 정신 똑똑허니채려라. 뼈다구 하나실하게 타고나서 기운깨나 쓰게 생겼다만대가리가 둔해 세상 어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박치기나 허고 나대다가는 니놈 전정도 고생발이 훤허다. 니놈 같은 것들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어찌 살아갈란지 답답하고 막막하다.
- P55

통변은 가래를 돋워올리다 말고 제물에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일본 윗사람들이 질색하는 짓이었던 것이다. - P55

"어디다 써묵자고 저 험헌 산에다가 철길얼 까니라고 왜놈덜언이 지랄발광이여. 말끝마동 우리 조선사람얼 위하는 일이라는디우리가 좋아지는 것이 머시가 있을랑가?" - P57

공사장은 일본사람들이 도맡고 있었고 그 뒤에는 관가가 버티고 있어서 사람들은 부역을 피할 길이 없다고 했다. 부역을 안 나가는 사람은 관가에 붙들려가 매질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형편이 그리되니 일본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을 공사장으로 끌어내는 데 더 기승을 부리고, 공사장에서는 십장들이 매질을 하기가 예사라고 했다. - P58

기우는 국력과는 반대로 나라이름만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해인 1898년 황제는 결국 경부철도 부설권을 일본에게 허가하고 말았다.  - P60

그러나 그보다 4년 전에 벌써 일본은 저희들 독단으로 서울과 인천 그리고 서울과 부산 사이에 군용전선 가설공사를 했던 것이다. 그때 임금은 왕가를 지키고, 대신들은 권세를 지키기에 급급해 농민군진압을 일본에게 부탁하고 있었던 처지라서 그 위법행위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 P60

그러나 그 ‘군용‘이 농민군을 다 없앤 다음에도 철거되지 않고 오히려 우체국 시설로 둔갑해 더욱 확장되었음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 P60

일본이 우체국을 장악한 것은 곧 반도땅 전체가 그들의 손아귀에 잡혀버린 것을 뜻했다. 우체국을 통해 전국의 정보가 샅샅이 한성으로 집결되었던 것이다.  - P60

우체국이 파발마보다 편리한 신식제도인 줄만 알았지, 그런 음흉한 조직인 줄은 까맣게 모른 채 황제와정부는 또 경부철도부설권까지 일본의 손에 넘겨주었던 것이다.
" - P60

철도는 조선의 발전을 위해 놓는 것이다. 빨리빨리 일을 나와라."
"말보다 열배 빠른 철도를 놓으면 조선은 금방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꾸물대지 말고 빨리 일들 나와" - P60

농사를 지으며 한마을에 대대로 붙박여 살아온 그들로서는 기껏 멀리나간다는 것이 사방 이삼십 리 안팎의 장나들이가 전부였다.
그리고 더 큰맘을 먹으면 1년에 한 번쯤 산천 구경을 겸해 절 구경을 나서는 것이었다.  - P61

또 처가고 친정이고 거의가 사오십리안팎으로 두루두루 엮어져 있어서 멀리 갈만한데가 없었고, 한양을 한 번쯤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마음에 담아두는것으로 더 그리워지는 막연한 바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막상 한양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어서 한양 구경은 그냥 귀동냥으로 때우는 것으로 족했다. - P61

이것저것 이름 붙인 잡세가 30가지가 넘었는데, 애를 낳았다고출산세, 사람이 죽었다고 출세를 물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군수 떠난다고 송별세, 군수 새로 왔다고 부임세, 관청 출입했다고문지방세, 타작했다고 타작세, 술 빚었다고 탁주세, 길쌈철이라고길쌈세, 돼지새끼쳤다고 양돈세, 그 이름을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 P62

그래서 어떤입거친 사람은, 요런 도적놈들아 월경했다고 월경세, 밤일했다고 흘레세는 왜 안붙이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어떤 싱거운 사람들은 방귀를 뽀오옹 뀌고는, 이놈아 소리내지 말고 나와라, 방구세물린다, 하기도 했다. - P62

갑오년에 농민군을 잡으러 나선 일본군들은 농민군이나 그 가족, 또는 협조자들을 죽일 때는 일삼아 마을사람들을 모아놓고,
작두에 목자르기, 배갈라창자넣기, 음부에 독사넣기, 대창으로눈찌르기 같은 짓을 자행했다. 그런가 하면 목이 잘린 머리통을 수십 개씩 자루에 넣고 다니며 마을마다 전시를 했고, 소금에 절인귀를 수백 개씩 쏟아놓기도 했었다. - P63

"빌어묵을, 나도 목도질얼 더러 혀봤다만 요놈에 것은 못해네. 잡것이 염병허고 돼지자지맨키로 질기만 걸어갖고 사람 애인단 말이지."
두어 번 실수를 하고 있는 힘을 다 써가며 첫 번째 레일을 옮기고난 지삼출이 땀을 훔치며 투덜거린 말이었다. 그 말에 조원들모두가 소리내어 웃었다. - P65

목도소리는 서로 힘을 고르게 잡고 발을 맞추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막히는 데 없이 흐르는 소리를 따라서 하다 보면일신명이 우러나 힘드는 것도 덜 수 있었다. - P67

"저것얼 왜놈덜이 맨든 것 아니겠소?"
점심을 먹고 나서 담배를 피우며 지삼출은 턱짓으로 레일을 가리켰다.
"그럴 낍니더." - P67

갑오년에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숨을 죽여야 했다. 그들에게는 죄인의 굴레가 씌워져 있었고, 그들의 죄명은 ‘반역도배‘였다. 사실 농민군은 뿌리가 뽑힌 것이 아니었다. 급한형세를 피해 자취를 숨기고 있다가 5년 전에 영학당으로 뭉쳐져다시 일어났고, 다음해는 또다시 활빈당으로 모습을 바꾸어 삼남지방 곳곳에서 세력을 떨쳤던 것이다.  - P68

지삼출이 하늘을 눈짓한 것은 ‘인내천‘을 믿느냐는 것이었고, 그건 곧 갑오년 출병을 뜻하는 것이었다. - P68

"아매저 사람들 중에 얼추 반은 점심을 굶었을까요. 그래 기운이빠져 일손이 처지니께네 십장놈이 저리 악다구 쓰는 것 아닙교" - P69

"그기 아이고, 들어보소. 이 공사라카는 기 당초에는 다 돈 써서인부 사갖고 허게 돼 있든 기라요. 헌데 왜놈들허고 우리 가하고짜갖고 그 돈을 갈라묵는 판이라요. 그라고 가는 뒤에서 부역안 나가는 사람 잡아다가 곤장을 쳐대고."
"저런 죽일 놈덜 봤능가!"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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