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구는 눈치 빠르게 제재소 돈벌이가 제철을 만나게 되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 P346

그것보다는 먼저, 공장이 갈수록 돈벌이가 시원찮아지게 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알아내고는 가망없는 사업을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눈을 크게 뜨고 살피다 보니제재소가 걸려들었던 것이다.  - P347

공장이 장사가 시원찮은 것은 전쟁통이라서 그런 것만이 아니고 더 크게는 양은솥 때문이었다. 가벼우면서 나무가 적게 드는 양은솥이 쏟아져나오는 판에 무겁고 나무가 많이 드는 무쇠솥은 자꾸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염상구는 그런 속사정은 싹 감추고 그럴듯한 말을 앞세워 솥공장과 제재소를 맞바꾸려 하고 있었다. - P347

"새끼야 니가 먼첨 묵지 말어 우리 것인디!"
옆의 아이가 눈을 치뜨며 바락 소리질렀다. 김치가닥을 집어든아이는 들은 척도 않고 고개를 뒤로 젖혀 순식간에 김치가닥을 입안으로 감추어넣었다. 그 아이는 하대치의 둘째아들 종남이었다.
"야이 씨발놈아, 나 말이 안 딛기냐!"
옆의 아이가 더 크게 소리치며 팔꿈치로 종남이의 옆구리를 푹 - P347

"요 개놈에 새끼, 니죽고잡냐!"
종남이가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홱 돌렸다.
"이잉, 할머에 오빠덜 또 싸운다네."
빈 숟가락을 빨고 있던 계집아이가 부엌 쪽에다대고 소리 질렀다. 구산댁은 부엌벽에 높직이 걸어놓은 소쿠리를 떼내리고 있었다.
"요새끼럴 그냥 팍 박치기혀서 코피럴 터쳐라."
"이새끼야 느그 땀세 우리만 더 배고파진께 싸게 느그 집으로끼대가뿌러, 머시가 잘났다고 지랄이여, 지랄이." - P348

"이새끼야 느그 땀세 우리만 더 배고파진께 싸게 느그 집으로끼대가뿌러, 머시가 잘났다고 지랄이여, 지랄이."
두 아이는 서로 멱살을 잡고 곧 싸움이 붙을 기세였다.
그런데 한 아이는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소란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무 표정이 없는얼굴로 벽에 등을 대고 멍하니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하대치의 큰아들길남이였다. - P348

"형! 밥 묵고 일대일로 뛰자"
서인의 아들 상호도 똑같은 몸짓으로 대항했다.
"아이고 요런 속창아리 없는 새끼덜아, 에미 애비가 없이 사는요리 각다분헌 신세먼 느그덜이나 서로 다둑기서 살아야제 맘이나 땃땃해질 것인디, 무신 척진 웬수덜이 만냈다고 눈만 뜨면 그저 달구새끼덜맹키로 쌈박질이여, 쌈박질이." - P349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소쿠리에 붙은 보리알들을 긁어모았다. 그것은 한 숟가락도 다못 되었다. 구산댁은 그것을 입으로 떠넣었다. 그것이 점심이었다. - P351

구산댁은 소쿠리를 물에 담그려고 일어나다가 되짚어 앉았다.
소쿠리 옆구리에 뚫린 구멍을 삼베조각으로 꿰매 때운 사이에 보리알 하나가 낀 것이 보였던 것이다. 소쿠리를 안은 구산댁은 그보리알을 손가락 끝으로 깔짝거렸다. 보리알은 나오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더 밀려들어갔다. 구산댁은 어찌할까를 생각하다가 숟가락을 돌려잡았다. 손잡이 끝으로 다시 깔짝거렸다. 그러나 보리알은쉽게 꺼내지지 않았다. 곡식 한 알이 천금인디…………. 보리알이 잘나오지 않을수록 구산댁의 고개는 기울어지며 소쿠리 안으로 박히듯 하고 있었다. - P351

"이, 순사고 청년단이 아닝께 겁묵지 말고 싸게들 묵어뿌러라."
구산댁은 쭈뼛거리며 눈치 살피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밥상을 밀쳐주고는, "더운디잠걸치씨요" 이근술에게 자리를 권했다. - P353

학교 지대로 댕기고 있는가 어쩐가 허는 것이구만요. 아부지털이입산헌 지가 오래되야간께 그런 집 아그덜이 대개 사친회비럴 못내서 학교럴 못 댕기게 되얐드만이라 그려서 우리 야학에서 그런아그덜얼 모아 갤치기로 허고 요리 알아보고 댕기는구만요."
- P353

입산한 집들은 으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가릴 것 없이 사람을무서워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이근술은 찾아온 용건부터 알아듣기 쉽게 말했다.
"음마, 시상이 워쩐 시상이라고 빨갱이자석덜얼 골라다가 갤칠라고 헌다요? 그래갖고 성허겄소?" - P353

"고것이야 일없을 것이요. 잘못얼혔으면 어런덜이 헌 일이제 어린 아그덜이 무신 죄가 있겄소. 그런 일이야 다 우리가 알어서 헐것잉께 걱정 마시고, 쟈덜언 시방 워쩌요?"
"금메 말이요, 선상님이 요리 오신 것이 목 타들어 꼬드라져가는사람헌테 물바가치 내리는 고마움이제 멋이겄소. 시상에나 만상에나 요리 고마울 디가 워디 있겄소.  - P353

"길남이요?" 길남이 쪽으로 힐끗 눈길을 돌리는 구산댁의 안색이 싹 어둡게 변하더니, "말도 마씨요, 어런덜덜 잡어다가 잡지고기고 허는 것도 워디헌디, 저 에린것얼 끌고 가서 겁먹이고 욱대기고 따구 치고 혀댔응께 저것이 워찌 되얐것소.  - P355

영판 똘방똘방허든 아그가 그 일당허고나서부텀겁이 말도 못하게 많어지고 저리 병색이 돌아뿌렀소, 밤마동 소리도 질르고, 오짐도 싸고, 에린맘에 골병이 들어뿐 것이요. 즈그덜도 다 새끼 키우고 삼스로 혀도혀도 너무덜 허요." - P355

이근술은 먹먹해져오는 가슴으로 또 서민영 선생의 말을 듣고있었다. 그리고 서민영 선생의 권유에 따라 야학일을 맡게 된 것이갈수록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서민영 선생의 생각이나, 그분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그전에 자신이 전혀 몰랐던너무나 새로운 별천지였다. 뒤늦게나마 그런 세상을 만난 것이 큰기쁨과 보람으로 가슴을 뿌듯하게 채우고 있었다. - P356

6월 8일 판문점에서 휴전회담이 가조인되었다. 그 소식이 산에있는 빨치산 대원들한테까지 퍼지는 데는 열흘 가까이 걸렸다. 그것은 그들에게 ‘5·15 결정‘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 P356

산속의 열 명 당원보다는 인민 속의 한명의 당원이 낫다.‘ 그 결정을 알고 충격을 받지 않은 빨치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건 곧빨치산투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 P356

나 생각으로 ‘5.15 결정‘이 빨치산투쟁은 계속험스로 인민 속에 지하조직도 구축해야 한다는 중요성얼 그리 말한 것이제 빨치산투쟁얼 아조 끝맺겄다는 뜻이 아닐것이 틀림없소. 모다 맘 풀지 말고 강단지게 챙김스로 기둘립시다." - P357

실망도 배신감도 느끼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오래 견디었는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대원은 언젠가 보투에서 페니실린 한 병을 구해온 일이 있었다. 약품은 당연히 환자트로 보내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는 페니실린이 만병통치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서 남들 눈을 피해 홀짝 마셔버렸던 것이다. - P358

 그것이 주사약이라는 것을 모른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그는 어디도 아픈 데가 없었던 것이다. 염증에 특효약인페니실린 한 병이 대부분 염증환자들로 차 있는 환자트로 보내지지 못하고 멀쩡한 자의 뱃속에서 오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 P359

그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이발사라는 잡직 자유노동자가 드러낸 파렴치한 이기주의의 전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도 씁쓰레하게 웃어야했던 것이다. - P359

 당은, 지난 ‘5·15 결정‘이 내려진 그날로부터 우리의 투쟁이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의 단계로 바뀌었다는 것을분명하게 밝히는 바입니다.  - P359

 현실투쟁은 인민해방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눈앞에서 성취시키는 것이며, 역사투쟁은 인민해방을 우리가 목숨을 바쳐 뒷날 역사 속에서 성취시키는 것입니다.  - P360

여러분, 역사투쟁은 바로 목숨을 바치는 죽음의 투쟁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투쟁은 오직한길, 우리보다 먼저 역사투쟁을 벌이고 죽어간 수많은 동지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 P369

그러나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꼭 죽고야 맙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죽기를 원합니까! 착취자들처럼 배부른 돼지새끼들로 죽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착취자들에게 붙어먹는 더러운 개새끼들로 죽기를 원합니까! 이것은 다시 물을 것도 없는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일찍부터 그런 자들을 적으로 삼고 집 떠나 입산해서 지금까지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빨치산투쟁을 전개해 왔기 때문입니다.  - P361

새끼가 둘 딸린 몸잉께라. 근디, 나넌 새끼덜이야 다 즈그 묵을 것 타고난다는 옛말얼 믿고 잡으요. 그 말얼 믿고 맘 편하게 죽을 작정이요.  - P363

나가 지끔꺼정 시물여섯 해럴 살었는디, 그중에서 입산투쟁험시로 산 3년이질로존 시상이었소, 니나 나나 다 차등 없이 동무로 살고, 묵어도 항꾼에 묵고 굶어도 항꾼에 굶음서 공평허니살고, 웬수덜헌테 총쏨스로 배짱으로 살었응께 요보담 더 재미지고 존 시상얼 워디 가서 또 살아보겄소. 한 가지 한이 있다면, 요런시상얼 살아서 못 맹글고 가는 것이제라." - P363

"나는 기본출 중에서도 질로 지랄 겉은 백정놈에다가, 무식허기로야 딱허니 낫 놓고 기역자도 몰르는 봉사였제라. 근디박 동무 말맹키로 사람대접 요러타께잘 받음서 산디다가, 글 깨쳐주고, 학습시켜 주고 혀서 글이란 글은줄줄이 읽어대고, 에로운 글도 다 해득하게 맹글어준 당의 은혜럴죽을 때꺼정 안 잊어뿔 것이구만이다. 허고, 입산혀서 지금까지 우리 시상 맹글어봤응께 나넌 은제 죽어도 원도 한도 없구만이라. - P363

지난 중학교럴 나왔기 땀세지식계급으로 취급됐습니다. 지식계급이라 논께 기본인 대원덜에 비해 그간에 여러 가지로 괴로움이 많었습니다. 지식계급의 잔재럴 청산혀야 허는 의무에다가, 똑같은 잘못이나 실수럴 혀도 지식계급잉께 더 비판되었고, 지식계급이라 딴 대원덜보담 더 열심으로 싸울라고 애썼습니다.  - P364

그런디도 입당은 또 지식계급이라 밀리고 제쳐지고 혀서 쉽덜 안 혔습니다. 그리 되자 서운헌 맘이 생기고, 나가 왜 투쟁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려도혁명이나 인민해방이 꼭 기본출얼 위허는 것이 아니고, 또 기본출만이 혁명과 인민해방의 주인은 아니다 허는 생각으로 서운험과불만 참어냈습니다.  - P364

이제 모두가 죽기로 각오헌 역사투쟁 앞에서 지가 가진 그런 생각이 옳았다는 것얼 확인합니다. 죽음의 투쟁앞에서 나는 인자 지식계급이 아닌 자유로운 투사가 된 기쁨을 느낍니다." - P364

물론 조원제는 지식계급들이 세 가지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모든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축, 그 대원처럼 몸가짐을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며 투쟁에 대체로 소극적인 축, 그리고, 산에서 견디지 못하고 탈주해 버리는 축이었다. - P365

"나넌 총이나 씬물이 나게 쏴보고 죽었으면 좋겠소."
"나넌 쌀밥얼 배가 터지게 묵었으면 좋겄소."
"나넌 장개럴 가고 잡어 죽겄소. 누가 중매 잠 나스씨요."
"넌 공산당에서 똑한 가지가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소. 나넌죽어서도 귀신으로 웬수덜얼 해꼬지하고 댕기고 잡은디, 공산당에서는 귀신 겉은 것을 없다고 헌다 그것이요." - P365

염상진은 폭염 속에서 폭염보다 더 뜨거운 보고를 받아야 했다.
그건 안창민과 이지숙이 체포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위장귀순이 탄로난 때문이었다. - P367

"예, 잘 알겠습니다.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당위원장이 염상진을 쳐다보며 진중하게 말했다.
한편, 안창민의 어머니 신씨는 더 늙고 약해진 몸으로 폭염 속을허덕거리고 다녔다. 신씨가 땀으로 삼베옷을 다 적시며 찾아다니는 것은 안씨 문중의 사람들이었다. - P369

신씨의 초췌한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며 눈에 눈물이 번져갔다.
문중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런 식으로 박절했다. 그런 냉대 속에이삼일을 돌아다니고 난 신씨는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아들을 죽이고 마는구나! - P371

신씨는 그 절박함 앞에서 시시각각 피가 타들고 있었지만 돈을구할 데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학생으로 나이가 어리면 500만원, 나이가 스물다섯이 넘었으면 1천만 원, 자리가 좀 높은 경우에는 1,500만 원 정도를 쓰면 풀려난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파다하게퍼져 있었다. 학살당한 민간인 가족이 나타나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한 그것이 공정가격이라고 했다. - P371

"요리 밤중에 찾아뵌 것언 다른 것이 아니고라, 요분 참에 당허신 일얼 챙기시자먼 돈이 목심이라는 소문인디요. 그려서 즈그덜이 논얼 한 마지기썩 내놓기로 맘얼 모탔구만이라."
가실댁의 조심스러워하는 말이었다.
"이 사람덜아!"
- P372

신씨의 입에서 나온 감격 어린 소리였다. 신씨는 전혀 생각지도못했던 그 고마움에 가슴이 푸드득 떨렸던 것이다.
"자네덜도 모다 남정네가 없는 형펜에 새끼덜 델고 살어야 헐 것인디 한 마지기썩얼 내노먼 워쩔라고…………" - P372

비명과 함께 조원제의 입에서 밥덩이가 떨어져내렸다. 그 순간그의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산속의 열 명 당원보다는인민 속의 한 명의 당원이 낫다!‘ 그 소리는 자포에 사로잡혀 있는그의 의식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그리고 조원제는 그 의미가 새롭게 가슴에 말뚝으로 박히는 것을 느꼈다. - P374

큰길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보이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고개가 떨구어짐을 느꼈다. 니가 무신 죄럴 졌냐! 당당허니 고개럴들어라! 조원제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이를 맞물고 턱을 끌어당긴조원제는 앞을 응시하며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 P375

부대를 떠나올 때 대원들에게는 무슨 중요한 물건을 조달하러가는 것으로 해두었다. 그러나 자신이 맡은 임무는 ‘5·15 결정‘ 수행과 ‘8·4투쟁‘이었다. ‘8·4투쟁‘은 8월 5일에 실시될 정·부통령선거에 대한 교란 및 저지 투쟁이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시작해 보지 못하고 침투하자마자 잡히고 만 것이다.  - P375

그 거점책이 이중첩자라는 것을 선요원도 몰랐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는 한편으로, 그동안 자신들의 조직이 그런 식으로 물이 새고 있었다는 것을 조원제는 실감해야 했다. - P375

"죽으나 사나 약얼 구허로 나왔다고만 허씨요."
유치장에 갇히면서 조원제는 선요원에게 빠르게 속삭였다.
밤이 늦어도, 다음날도 집에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조원제는 그때서야 문중의 그 아저씨의 외면이 눈치 빠른 행동이 아니라 진짜 외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에게 무슨 불똥이라도 튈까 봐 그 아저씨는 집에 알려주는 것마저 외면해 버렸던 것이다.  - P376

인공시절에 그리도 달아올랐던 세상인심은 이제 다시 여순투쟁 다음인 1949년께로 되돌아가 있음을 조원제는 처절하고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P376

"니 잡힌지 집에서 아냐?"
박 형사가 소리 낮춰 물었다. 조원제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알겠다 나가 알려주제.. 박 형사는 짧게 말하고는, "야이 재앙궂은 놈아, 쪼깐헌 놈이 허라는 공부나 헐일이제니까징 것이 공산주의럴 머럴 안다고 입산까지 혀서 요 꼬라지냐. 요놈아, 그 부모애깨나 썩이겼다." 그는 다시 큰 소리로 말하며 조원제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일어섰다. - P377

조원제는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의미 깊은 눈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원제는 그제야 동지로서의 한 가닥 유대감이 아버지라는 어려움을 헤치고 새롭게 움트는 것을 느꼈다.  - P378

자신의 사회주의 의식의 바탕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어 있었다. 일제시대부터조직원이었던 아버지가 인공 때 당의 간부조직에 포함되지 않았던것은 ‘비밀당원‘으로 옛날의 선이 다 끊어진 상태인 데다가, 신분을위장하고 있던 공무원으로서 직책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사연이 좀 복잡했다. - P378

"일없다. 니가 입산헌 담부텀 이 애비가 헌 투쟁이 먼지 아냐. 요런 날에 대비혀서 정신없이 돈 모툰 일이었다."
아버지는 승자처럼 환하게 웃었다.
"부탁이 한 가지 있는디요."
"무신?"
"지 혼자 잡힌 것이 아니고 또 한 사람이 있구만요."
"알겄다. 당연히 항꾼에 혀야제."
조원제는 아버지가 커다란 산으로 느껴졌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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