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이 전선에서 적과 정면으로맞서서 싸우는 군대라면, 빨치산은 전선이 없이 이곳저곳에서 싸우는 군대입니다. 인민군이 싸우는 것을 전적으로 하는 것에 비해빨치산은 당활동을 앞세우면서 싸움도 하는 군댑니다. 그리고 인민군이 무기와 식량과옷 같은 것을 정식으로 지급받는 정규군이라면, 빨치산은 그런 것들을 정식으로 지급받지 않는 비정규군입니다 - P131

우리가 바래는 시상얼 맹글때꺼정 싸우자먼총질얼 잘허기 전에먼침 지켜야 할 것이 시 가지가 있소. 고것이 먼고 허니, 소리 안 내는 것, 능선 안 타는 것, 연기 안 내는 것, 이 시 가지요. 요것이 빨치산에서 절대적으로 금허는 것인디,  - P136

"담으로 연기 안 나는 나무로, 일 맹감, 이 꽃대, 삼 비사리, 사때죽!"
일 맹감, 이 꽃대, 삼 비사리, 사 때죽!"
"잉, 잘들혔소 복창헌 그것을 잘 적에, 물어도 답헐 수 있게 머릿속에 말뚝으로 콱콱 박으씨요." - P138

 읍내에서 세라복을 입은 여학생은 스물이 다 못 되어서 더 돋아 보였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가 상급학교를 보내주지 않고 장사를 시키려고 할 때부터 세라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좋게 보이지않게 되었다. 막연한 동경이 구체적인 열등감으로 바뀌고, 세월이흘러갈수록 그 열등감은 커져갔다. - P140

저년이나 말자나, 워째 윤가 집구석 딸년덜언 인물이란 것이 두리뭉시리 메주뎅이덜이여. 허기넌 고백여시 백남식이란 놈이 말자 잡아묵은 것도 돈 잡아묵은 것이제 인물 잡아묵은 것이야 아님께. 백남식이놈, 고것이 아조 생묵은대로 날래게 해치워뿌렸단 말이여.  - P141

머 그리 놀랄 것 없소. 꽃에 나비가 앉을라고 허는 것이야 당연헌 시상 이치 아니겠소!"
염상구는 가늘게 뜬 눈으로 윤옥자를 헤집듯 쳐다보며 능청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성질대로 하자면, 나가 니럴 찍었어. 하고 싶었지만 초면인사를 하는 체면을 차리느라고 그리 점잖을 떨었던 것이다. - P143

"홍, 사람이먼 다 사람이간다!"
그녀가 표독스럽게 내쏘며 개찰구로 내달았다.
"머시여!"
염상구는 반사적으로 감정의 깃이 파드득 일어서며 그녀의 쌍갈래 머리를 잡아챌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쏠려가는 몸을용케 바로 세웠다.  - P144

그는 자신의 감정의 표피에 언제나 드러나 있는성씨에 대한 열등감과, 가난에 대한 열등감과, 학벌에 대한 열등감의 폭발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큰 목적을 위해 잘 막아내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한테 접근해서 정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자 했을 때 그녀가 첫술에 입을 벌리고 달겨들리라고는 아예 계산하지 않았었다.  - P144

그건 어디까지나 점잖은 상견례이면서, 상대방에게마음을 준비시키는 통고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자의 입에서 느닷없이 사람을 차별하는 소리가 튀어나와버리자 그만 감정에 파문이일어났던 것이다. - P144

방위대장은 경찰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그 자격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전시체제하에서 경찰 ‘아래서‘가 아니라 경찰과 ‘함께‘ 지역방위를 수행하는 것이 청년방위대의 임무였다.  - P145

"그 국민방위군설치법이란 게 말이오, 전시나 사변에 병력동원을 신속히 하기 위해서, 남자로서 군경과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만17세 이상 40세이하의 장정들을 지원에 의해 국민방위군에 편입시킨다는 것이오." - P148

"그래요, 염 대장 생각이얼추 맞을 것 같소. 그런데 문제는 말이오, 국민방위군 조직을 전국적으로 만드는 건 별문제가 아닌데, 지역별로 방위군을 뽑아 아까 말한 교육대로 보내라고 할당이 내려와 있단 말이오." - P149

"우리 마누라가 애를 낳느라고 진통이 심해산파를 부르러 나왔다가 이렇게 끌려왔소. 제발 좀 보내주시오, 마누라가 죽소."
서른여섯 나 보이는 남자의 이런 애걸에 대한 해결책은 개머리판이 그의 등짝을 후려친 것이었다. 그남자는 찬바람 휩쓰는 운동장에 곤두박히고 말았다. - P152

"우리 어머니는 병들어서 돌볼 사람이 나밖에는 없습니다. 먼 친척집에라도 어머니를 맡기고 올 테니 시간을 좀 내주세요."
스물이 될까 말까 한 젊은이의 애달파하는 부탁에 대한 대답도개머리판이 그의 가슴을 친 것이었다. 그 젊은이는 눈을 흩뜨며 푹고꾸라져 운동장의 흙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운동장은 완전한 공포분위기였다.  - P152

"아무리 중공군이 많이 몰려내려온다고 그 좋은 미국 무기로 못막아내다니,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오."
"그러게 말이오. 그나저나 이 추운 겨울에 어디로 끌어가려나그래"
"세상 돼가는 꼴이 해방이 안 됐느니만 못해요." - P153

사실 정부에서는 병력확보만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을 뿐 그에따르는 여러 가지 조처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단 한가지, 장정들의 급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방위군에 양곡권을 주고는 그것으로 현지의 군수장 그리고 경찰서장에게 급식을 요청하도록 했을 뿐이었다.  - P157

사흘째는 점심도 굶은 데다 또 교실의 맨바닥에 내던져지자 사람들의 마음은 한 덩어리로 뭉쳐지게 되었다. 그들의 노여움은 이제 증오로 바뀌고 있었다. - P159

아내의 말에는 정부의 조처에 대해 고마워하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 민기홍은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아내가 정부에 대해 불필요한 호의를 갖고 계속적으로 판단을 그르치게 될 것을 염려해서 입을 열기로 했다.
"그게 꼭 6월의 잘못 때문에 국민들을 위해 취해진 조처가 아니오. 그건 일종의 작전이오."
"네에?"
그는 놀라는 아내를 건너다보았다.
"그 조처의 1차적인 목적은 소개작전이오.  - P167

중도적 입장은 기회주의일 뿐이었고, 객관적 입장은 방관주의일 뿐이었고, 종교적 사고는 허무주의일 뿐이었고, 개인적 판단은 이기주의일 뿐이었다. 전쟁이 정치를 넘어서 역사라는 명분과 맥을 대고 있을 때그런 결론은 더욱 선명해졌다. 민기홍은 기회주의자이며 방관주의자이며 허무주의자이고 이기주의자인 자신이 그나마 해체되어 버리고 한쪽에 가담되어 있는 초라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박차지 않고 주저앉아 있는 것을 체념주의나 패배주의라고 한다는생각까지 하면서, - P169

허술한 귀싸개에 감춰진 그들의 귀는 거의가 얼음이 박였고, 새끼줄이나 전깃줄로 감발한 발가락들은 동상이 걸린 데다, 매일같이 무리를 해서 걷는 바람에 서로 쏠리고 터져 진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군인들의 사정없는 닦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군이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 모두가 탈진상태에 빠졌고, 발들이 다 그 지경인 탓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그나마 평소의 건강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최인석의 소대는 그동안 서른일곱으로 줄어 있었다. 열셋이 병들어죽고, 얼어죽었던 것이다. 나머지 아홉 개의 소대들도 거의 비슷한 사상자들을 내고 있었다. - P172

최인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처졌던 그의 몸이 더 처져내렸다. 그의 팔을 어깨에 걸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그들의 놀란 눈은 똑같은 느낌을 담고 있었다. 다시대열이 멈추었고, 두 사람은 최인석을 받쳐잡았다. 땅바닥에 눕혀진 최인석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또 뭐야!"
중사가 뛰어왔다.
"죽었습니다." - P176

최인석보다 사흘 뒤에 붙들려 서울을 떠난 송성일은 천안과 조치원 사이를 행군하고 있었다. 그들 부대는 주먹밥일망정 점심도굵은 채였다. 그들이 점심을 굶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지방관공서들의 살림살이가 거덜나다시피 되었기 때문이었다.  - P177

매일같이 밀어닥치는 방위군에게 양곡권이라는 쪽지를 하나씩 받고 주먹밥이나마 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심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뿐만이 아니라 각지방마다 할당된 방위군을 뽑아 경상도를 향해 남으로 내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 P177

 추위에 못 견뎌 바짝 웅크릴 대로 웅크린 채 죽은 동사자들의 시체는 상상하기 어렵게 너무나 작았다. 똘똘 뭉쳐놓은 무슨 덩어리 같은 그 작은 시체가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시체들은 팔이고 다리고 아무리 기운을 써도 펴지지가 않았다. 그것들은 꽁꽁 얼어붙어버린 얼음덩이였다.  - P179

그 시체들을 땅에 묻어야 하는 것도 비감했지만, 중병자들을 아무 집에나 떠맡기고 떠나는 것도 비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P179

그대로 무용담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 마을에 들어갔다 하면너나없이 옷이고 목도리고, 추위를 막을 것이면 무엇이든지 훔치기에 앞을 다투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손 빠르게 닭모가지를비틀어 품에 숨기기도 했고, 무움막을 뒤져 주머니마다 무를 감춘사람도 있었다. 송성일도 생전 처음으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 목도리와 개털모자를 구하게 되었다.  - P182

송성일은 훔칠 때 가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그 일을 일단 성공하고 나자 죄의식은커녕 오히려 통쾌감을 느꼈다. 그건 아 나도 해내고야 말았다는 자신감의확인이었다. 모두가 그런 심정이다 보니 그들의 행위는 기회만 있으면 아무 데서나 저질러졌다.  - P182

장정들이 좀도둑질까지 해가며 배고픔과 추위에 맞서 싸우려고발버둥쳤지만 근본적으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은계속 허기에 지치고 추위에 떨었으며, 손발은 동상이 심해져가고있을 뿐이었다.  - P183

그즈음에 이미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국민방위군을 편성한 정부의 무모함에 대해 전국적으로 비난의 여론이 거칠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참한 몰골의 국민방위군 대열을 ‘죽음의 대열‘이니 ‘해골의 대열‘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 P186

1951년 1월 3일 대한민국 정부는 다시 부산으로 옮겨갔다. 그날눈발이 휘날리는 속에 서울시민 30여만명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의 얼음판을 밟고 서울을 떠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인민군이 다시서울로 들어왔다. - P186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는 인사를 차릴 새도 없이 물었다.
"잡혀갔지요. 잡혀가………."
노인네는 연방 고개를 저었다.
"애들까지 말입니까?"
"아니유, 태기 엄마만 잡혀갔는데, 이튿날 어린것들 셋이서 엄마찾겠다구 집을 떠났다지 않은 글쎄. 난 애들이 떠난 담에야 알았는데, 내가 먼저 알았으면 붙들었을 텐데…… - P193

"이 사람,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이학송이 팔을 풀며 김범우를 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내래 피양서 왔지요."
김범우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인민군복을 가리켰다.
"어서 앉읍시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손 형은?" - P194

"인민군복에 지포라이타는 또 뭐요?" 의아스럽게 물었다.
"예, 인민해방군에 미제국주의 군대 전용이다시피 하는 지포라이타가 안 어울리지요? 역시 선배님은 눈이 밝군요. 이게 다 과거와 연고가 있는 겁니다." - P195

오나 가나 통역관인데, 그 대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미군을위해 통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을 심문하는 통역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 기분은 참 묘하게 달랐습니다." - P196

그런데 저녁때 들이닥친 것은 중공군이 아니라 미군들이었다. 시래기죽에 비지 한 공기씩을 저녁으로 먹고 난 다음이었다.
"워메, 사람 살리소오!" - P207

그때문을 박차고 든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낭자머리는 풀어헤쳐져있었다. 그런 어머니는 큰누나의 손을 와락 잡더니 뒷문으로 내달으며 소리쳤다.
"얼렁 숨어, 코쟁이여!" - P208

그러는 사이 나머지 두 명은 군홧발로 저벅저벅 걸어다니며 벽장문을 열어젖히고, 뒷문으로 나가 전지를 비춰대고, 부엌에서 그릇을 들부수며 뭐라고 소리쳐대고 있었다. 온 집 안을 발칵뒤집은 두 명이 "쉐엣, 쉐엣" 소리를 내뱉으며 방으로 들어섰다.
"갓댐, 썬 오브 비치!"
깜둥이가 군홧발로 아버지의 배를 걷어찼다. 아버지는 휘청하더니 사정없이 방바닥에 곤두박였다. 다른 흰둥이가 아저씨를 주먹으로 - P208

국방군 제11사단은 후방 즉 추풍령 이남의 공비섬멸이라는 분명한 작전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전선의 적보다도 더 위험하고 큰 적일 수 있는 공비를 완전섬멸해야 할 임무를 띤 그 사단의 주요 작전지역은 지리산 일대였다.  - P212

 그러므로 전 사단병력이 총동원되어 견벽청야의 작전을전개하여 공비를 완전섬멸한다는 기본작전이 정해졌다. 견벽청야는 국민당군이 홍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쓴 작전 중의 하나로, 아군 쪽은 벽을 치듯 견고하게 지키는 한편적의 활동지역에는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초토화작전이었다. - P212

연대장이 내린 작전명령이었다.
연대작전명령부록의 지시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째, 작전지역 내에 있는 사람은 전원 총살하라둘째, 공비의 근거지가 되는 가옥은 전부 소각하라.
셋째, 식량은 안전지역으로 운반하여 확보하라. - P213

오부면 본부라는 것은, 일명 팔로군 부대라고도 부르는 315 부대가 낙동강 전선에서 후퇴한 이후 지금까지 해방구로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세 대대의 최종 목적지가 산청인 것은 바로 그 오부면 본부를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대의 작전은 본격적이고도 적극적이었다. - P216

국민회를 통해서는 면의 자치비·희사금·쌀· 장작 같은 것을 거둬들이고, 청년방위대는 경찰과 함께 공비를 막을 병력확충을 할 작정이었다. 면민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죽을 지경이었다. 산사람들이 벌써 떠나기 전에 지계부대를 동원해서 곡식을 산으로 옮겨갔는데, 또 곡식을 내놓아야 될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 이중적인 고통을 면민들은 아무데도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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