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하루키의 《중국행 슬로보트》라는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파리에서 읽었던 전혜린의 책은 무척 멜랑콜리한 면이 있어서, 이번에는 수수하고 모호한문체를 즐기고 싶었다. - P93

잠시나마 내 상황을 잊게 만들어 주는 존재다. 지현과 함께일 때면 나는 나를 잊었다. 아직 모르는 미래의 나에게 빙의되어 기세등등해졌다. 그녀 앞에서는 어두운 구석 속에 헤매고 있는 나를 잠시 지우고찬란한 내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꾸는 꿈이 당연한 것이라말해 주었다. 더 부풀려 내게 돌려주었다. 남겨 두는 것 없이모든 최대한의 믿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해 주었다. 친구의마음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 P95

내가 어떤 고민을 펼쳐 보이든, 그녀는 언제나 한마디로답했다.

"넌・・・・・・ 고개를 저으며 대체 불가야."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나,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백만 번 다시 만나도 질리지 않을 말이었다. 그 말 한마디를 보이지 않는 글씨로 피부에 새겼다. 모든 게 괜찮아지고 있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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