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서아에도 중국에도 그들을 제약하거나 속박하는 막강한 두 외국세력은 없었다는 사실이네. 그들이 지금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혁명을 성취시킬 수 있고, 민족의 문제를 생각대로 해결할 수 있었겠나를 묻고 싶네. 그래서 난 외국세력의 배격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거네." - P471
민기홍은 사회주의 방법론을 거부하는 자유주의 입장에 선개혁론자였다. 그래서 그는 일찌감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 P472
김범우와 민기홍은 또 그 모습을 달리하는 지식인들이었다. 민기홍이 자유주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크리스천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김범우는 종교색이 전혀 없이 혁명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전쟁에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있었다. - P472
그들을 기회주의 색채가농후한 중도파라고 하는 건 전혀 합당하지가 않았고, 굳이 이름을붙이자면 역사의식과 시대양심을 가진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해야될 것이라고 이학송은 생각했다. - P472
이학송은 빙긋 웃어 보이며 몸을 돌렸다. 혁명과 해방을 위한 전시라서 그런지 일상어에도 군사용어나 사상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런데도 그게 전혀 거슬림이 없이 받아들여지고, 자신도 예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이학송은 문득문득 느끼며, 인간이라는것이 상황과 환경에 얼마나 민감한 촉수를 가진 동물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곤 했다. - P473
주저앉아 통곡하는 어머니를 일으켜세우는 것이오. 그것이 1단계요. 그 다음에 어머니가 안고 있는 죽은자식에게 너를 이렇게 죽인 미제국주의자들을 쳐부셔 너의 원수를 갚을 때까지 이 에미는 끝까지 싸우겠다하는 결의를 소리 높이 외치게 하는 것이오. 어떻소, 이 동지, 이게 조작으로 느껴지오? 사실의 왜곡이라고 생각되요? 어디 말해 보시오." - P478
4·3사건에 대해서도, 여순사건에 대해서도 신문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사실을 조작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데 열중해 있었다. 왜 민중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는가에 대한 진짜 원인을 외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군 순양함이 제주도를 빙빙 돌며 항해하고, 비행기들이 한라산 위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눈에 뻔히보이는 상황조차 쓰지 않은 채 반기를 든 민중을 ‘폭도‘로 몰아붙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 P481
그러기는 여순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런 것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사실대로 써내려고 몸부림했고, 그러다 보니 차츰 수사기관의 미움을 독차지하다시피 되었던 것이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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