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는 사랑의 힘으로 세상의 온갖 악을 물리쳤고, 인간의 야만성에 짓밟히는 인간을 사랑했고, 성령의 뜻으로 세상의어두움을 밝혔던 성인이라고 빌렘은 이름을 내리는 뜻을 설명했다. 빌렘은 이 아이가 하느님의 아들로 새롭게 태어났으니 베네딕도 성인의 가호 아래 자라나서 이 간고한 조선의 빛이 되라며 강복했다. 조선 천주교회는 베네딕도를 한자로 옮기면서 ‘분도‘라고 바꾸어서 불렀다. 안중근은 장남의 이름을 분도로정했다. - P30
빌렘은 안중근의 성정을 위태롭게 여겼다. 안중근은 소년 시기를 거치지 않고 유년에서 청년으로 바로 건너온 사람처럼 보였다. 안중근은 소문난 사냥꾼이었고, 저보다 나이 많은 청년들을 수하로 거느리고 다녔다. 안중근은 열여섯의 나이에 고을 사내들을 이끌고 나서서 마을로 접근하는 동학군을 격퇴했다. - P33
서양인 신부들은 조선 땅에서 지난 백여 년 동안 벌어진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거룩하고 또 두렵게 여겼다. 하느님의 특별한은총이 아니고서는 그처럼 치열하고 순순하게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면서 신앙을 증거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이 낙후된 나라에 쏟아진 축복이었다. - P34
조선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누린 기간은 이제 겨우 이십 년이었다. 자유는 뿌리내리지 못해서 위태로웠다. 교회는 세속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과 부딪치게 되는 사태를 피해가려 했다. - P34
열차가 한강철교를 지날 때, 머리 위로 쇳덩어리들이 다가오고 지나갔다. 순종은 쿵쾅거리며 달리는 쇠붙이의 리듬을 전신으로 느꼈다. 이것이 쇠로구나…… 쇠가 온 세상에 깔리는구나. - P38
지금 철로가 깔렸으므로 조선과 일본은 하나가 되어 세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열리면 이 세계는 그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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