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연나라 다음으로 일어선 전진의 부견이 있고, 남쪽으로는발해에서 황해에 이르는 해상권까지 장악한 백제가 버티고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고구려의미래는 장담할 수가 없어. 미천대왕 때처럼 강력한 왕권이 들어서야만 우리 고구려에 희망이 보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너는 알겠지?" - P97

"예, 왕자님! 태백산 천지의 물은 늘 흘러넘친답니다. 달문 아래로 흐르는 폭포는 우렁찬 소리를 내는데,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에요." - P100

"천지를 보는 순간, 연화낭자를 나의 배필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했소. 나는 이 자리에서 태백산 천지와 약속을 하겠소. 연화 낭자와 반드시 혼인을 하기로 이는 천지신명과의 맹세이기도 하오." - P105

왕께서도 고토를 회복하겠다는 다물정신의 꿈을 갖고 고구려를 건국하셨소. 고토는 바로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을 말하나,
- P107

지금은 고구려·부여·백제·신라·가야 등으로 갈라져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소. 우리가 혼인하기로 약속하는 순간, 하늘이축복의 비를 내려주신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겠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고토를 회복할 영웅을 점지해 주신다는 뜻 아니겠소?"
- P107

이럴 때 이련은 나이를 잊게 했다.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 장년이었고, 나라를 걱정할 만큼 인격적으로도 충분히 왕자지도를 갖추고 있었다. - P107

"오, 나도 보았소. 연화낭자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국모의 품위를 갖추었다고 생각했소. 폐하의 뒤를 이어 태자이신 구부형님이 왕위를 잇게 되겠지만, 태자께선 아들이 없기 때문에그다음 순서는 내가 될 것이오. 내가 왕위에 오르면, 반드시 고구려를 강국으로 만들어 추모왕의 다물정신을 실천할 아들을낳을 것이오." - P108

‘도대체 저놈들은 누구일까? 흰 사슴은 영물이라 잡지 않는법인데, 함부로 사냥을 하려 들다니…… - P109

"영물을 잡으려고 하다니, 그게 될 말이오? 저 옛날 태조대왕께서 책성을 순수할 때 백록을 얻었다는 얘긴 들었소 - P110

흰 사슴은 아무 눈에 띄지 않는 법이오. 태조대왕처럼 타고난 영웅에게나 나타나는 법이외다. 태조대왕은 요서와 요동을 정벌한 영웅이었다고 들었소." - P111

"추수 사범이 무슨 일을 해평 오라버니에게 당했다는 거예
"그건..………… 비밀입니다."
추수는 지난번 천제 때 해평이 교시를 묶은 밧줄에 칼을 댔던 그 비밀을, 죽는 날까지 묻어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해평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은 당연히 추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서였겠지만, 크게 보면 그것은 나라의 국운과관련된 문제였으므로 예삿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 P115

‘왜 없겠소? 연화, 그대를 연모하는 이 마음도 비밀인데………그러면서 추수의 가슴은 미어졌다. 너무 답답하여 그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리고 싶어졌다. - P115

에서 나는 초피는 짐승의 가죽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치고 있었다. 초피는 담비가죽으로, 날씨가 추운 북방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 - P116

게 되면서 서해와 발해를 모두 장악하자, 졸지에 고구려의 바닷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육로로 요동을 거쳐 들어온전진의 상인들과 북방 초원로나 대흥안령을 넘고 대릉하를 건너 입성한 서역 상인들만 국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 P117

사랑채 거실에는 대사 우신이 정좌한 채 내방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욕살 하대곤 장군의 호위무사 두충이옵니다."
초피 장사꾼 차림의 사내는 바로 하대곤의 집사였다. - P121

우신은 대대로 고구려 왕실의왕후를 배출해낸연나부 출신이었다. 산상왕때의우씨왕후가 그의 가문 출신이며, 이후서천왕 때의 우씨왕후역시 그의 증조부인 우수의 딸이었다.
그러다가 봉상왕과 미천왕을 거치면서 연나부가 아닌 다른 부에서 왕후가 나왔다. - P123

그런 연후에 다시 태자 구부가 연나부 출신인 국상 명림수부의 딸을 태자비로 얻었다. 한동안 끊어졌던 인연이 이어져다시 연나부가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태자에게선 불혹의 나이에도 자식이 없었으므로, 태자가 왕위에 오른 다음 후계자가 또한 문제였다. - P123

바로 하대곤은 우신의 딸을 왕자비로 세워 연나부의 전통을 잇도록 하자는 계략이었다.  - P123

두충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사기가 하가촌에서 보낸 밀정으로 자신의 뒤를 염탐하고 있던 것이라면, 그를 쥐도새도 모르게 처단할 심산이었다. 동부욕살 하대곤이 대사자우신과 비밀리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하가촌의 하대용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 P127

그러나 백제 대왕 구(근초고왕)는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 요서지역까지 진출하여 발해만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크게 확장해 가면서 고구려에 위협을 가해 오고 있었다. - P132

이에 고구려 대왕 사유는 서북방 경계에 있는 군사들까지차출하여 남방의 백제를 치려고 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서쪽경계의 선비나 또는 북쪽 경계의 거란, 부여 세력에게 침공의기회를 줄 우려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충은 이태 전 동부욕살 하대곤이 숙신의 발호를 이유로 군대를 파견하지 않은 것이 바른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었다. - P132

쪼그리고 있다가, 지루함을 참지 못한 듯 평상 귀퉁이에 앉아 끄덕끄덕 졸았다. 그는 가끔 꿈속에서 잠꼬대를 하는 듯 웅얼거리기까지 했지만, 사실은 총기 있게 귀를 바짝 세운 채 두 사람의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 P136

거기 생불들을 따라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을읊어댔더니 밥 주고 재워주고 그러더이다. 거기 동굴에서 천축(인도) 출신의 젊은 스님 한분을 만나 도반이 되었지요."
"도반이 뭐요?"
"한 스승 밑에서 같이 공부하는 스님들끼리 서로 도반이라하지요." - P137

·구부 태자올시다. 태자는 정중동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 이분이 아니고는 고구려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요" - P141

"헛 허! 등하불명이 따로 없군! 지금 전진에선 부견이 국력을키워 장강 북쪽을 장악했고, 이어서 연나라를 공격해 멸망시켰소 소승은 그 전진의 수도 장안에서 왔소이다. 지금 전진은 고구려에 대한 정보도 청동거울을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뚫고 있소이다.  - P142

연나라 다음은 고구려외다. 그러나 고구려는 진정 그것을 모르고 있소. 서북방의 위협이 풍전등화인데, 대왕은 남방의 백제를 치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서북 변경 지역의 군사들까지 동원하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큰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소이까?" - P142

석정의 고구려 정세를 보는 눈은 정확했다. 그의 말은 모두동부욕살 하대곤의 생각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백제와 더 이상 전쟁을 벌이는 것은 고구려를 위기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남방의 신라나 백제와는 선린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만 북방의 여러 나라들과 대적하여 팽팽한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하대곤의 주장이었다. - P143

산자락에 붙은 약간 비탈진 보리밭에서 종달새가 포르르 날아올랐다. 새가 날갯짓하는 하늘은 옥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맑고 투명했다. - P149

"백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묻는 것이냐?"
"그자의 말처럼 고구려와 백제가 고제동맹을 맺는 것이 옳다고 보시는지요?"
"어제저녁에 세상모르고 잠만 잔 줄 알았더니 들을 건 다 들었구나?" - P149

"석정이란 중인데, 아직 흙 속에 묻혀 있어서 그렇지 잘 닦아서 공들여 가공하면 큰 보물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옥도가공하기에 따라 보물이 되고 옥새도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P154

 지금이야말로 전진과 교린관계를 맺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전진은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깊이가 있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부강한 나라입니다. 석정을 이용하면 전진과 고구려의 교역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인은 앞으로 아예 장사꾼으로 나서 보고 싶습니다. 우리 동부는 지금 군사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재화를 쌓아놓아야 할 때입니다.  - P156

"하 대인은 스스로 일어선 대상입니다.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인은 나라와 나라의 물자 교류를 통하여 국가의재화를 불려나가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 P158

우선 그 말이 건강해야 전쟁터에서 잘 달릴수 있습니다. 사기는 말을 먹이는 일에서부터 말발굽 가는 일까지 두루두루 꿰뚫고 있는 숙련된 기술자입니다. 이는 그자가하가촌에 있을 때부터 소인이 눈여겨보아 온 일입니다." - P159

"어떤 어른이 써주신 소개장입니다."
우적은 서찰을 하대곤에게 건넸다.
대사자 우신이 보낸 것이었다. 전에 하대곤이 보낸 서찰에 대한 답서였던 것이다.  - P167

보물이라고 말한 그 석정이라는 괴승은 국내성 감옥에 갇혔다는군"
"예? 감옥에 갇히다니요?" - P169

지금 백제  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주청했던 모양이지 한창 전쟁 준비로 광분해 있던 대왕이 태자의 말인들 쉽게받아들이려 하겠나? 대왕은 당장 태자를 조종한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게 했고, 곧 그자가 괴승 석정이란 사실이 밝혀진 모양일세. 석정은 바로 그날로 잡혀대왕의 친국을 받았고, 결국전진의 부견이 보낸 첩자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네.  - P169

그 깊은 뜻을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내 몸을 방어하지 않고 내 군사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용맹스럽다 하더라도 훌륭한 장수라 할 수 없다.  - P172

칼을 피하고 후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겠느냐?" - P173

우신이 애써 우적을 책성에 두려는 데는 따로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우적은 아마 우신의 밀사이면서 동시에 이곳의 동향을 파악해 알려주는 첩자 역할도 맡았을 터였다. 그는 동지이면서 적일 수도 있다고 하대곤은 생각하고 있었다. - P173

"조환으로 새롭게 태어나 대사자 어른 댁으로 들어가게 전쟁이 끝날 때쯤 대사자 어른에게 사람을 보내, 자네가 찾아갈것이니 받아달라는 서찰을 전할 것이네. 아마도 대사자 어른이자넬 거상으로 키워줄 걸세." - P175

"그것은 아니 될 말! 짐이 이번에 백제를 치겠다는 것은 이태전 치양 전투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설욕전의 의미가 강하다.
태자가 그것을 대신한다면 남들이 비웃을 일 아니겠는가?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백제군을 짓밟아치양 전투의 치욕을 씻고자하는 것이니, 더 이상 짐을 욕보이지 말라."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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