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 ‘신민족주의‘라고 해서라도 그전의 혈연 일체감만을 나타내는비논리적이고 감상적인 민족주의와 확실하게 구분해야 했던 거요. 그렇게 됐더라면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임시정부주석이라고 했겠소? - P321
백범은 해방 아닌 해방의 상황 속에서 그 누구보다 분투했소. 그러나 그분투가 상부에서만 맴돌았을 뿐 하부로부터의 호응이 전혀 없었소. 민중이라는 존재와 그 힘을 근원적으로 인식하지못한 게 백범의 한계였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소. - P321
백범이 좌익만큼의 민중조직을 가지고 남북협상에임했더라면 김일성에게 그런 식의 푸대접은 받지 않았을 거요. 겉으로 드러난 형식적인 환영이 백 번이면 무슨 소용이 있소. 김일성은 절차상 당연히 있어야 할 연설도 시키지 않았고, 환영과는 반대로 대중들에게, 김구가 항복하려고 도장 가지고 왔다고 선전해대지 않았소? - P321
백범의 서거로 남쪽과 북쪽이 제각기 그야말로 완벽한 강대국형 정권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다른 말로바꾸면 분단의 고착화라 할 수 있겠지요. - P323
"그건 느낌만이 아닐 겁니다. 철군계획 중의 하나로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범을 제거해야만 자기네들이 세운 정권이 아무런 정치적 위협을 받지 않고 장수할 것 아닙니까. 제가 겪어봐서 아는데 그들은 잔인한 완벽주의자들입니다." - P324
"아, 그 영감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가마 타고 넘어가는 산인데, 앞에서는 군인이, 뒤에서는 경찰이 요러타께 가마꾼 노릇에다사냥꾼 노릇까지 하고, 미국에서는 멧돼지 잡을 무기를 대주고, 한민당에서는 몰이꾼 노릇을 하는 판인데, 그 영감이야 다리 뻗고앉아, 몰아쳐라, 몰아쳐, 꼼짝 못하게 몰아쳐, 입만 놀리면 되는 것아닌가요? 그 가마 타고 입 놀리기야 그동안 군정한테 시범교육을잘 받았고요." - P325
이고, 특위의 기능 마비, 백범의 타계를 계기로 이승만 정권이 절대다수 민중의 뜻을 외면한채 제멋대로 폭주할 건 자명한 일이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스럽소." 그는 술사발을 들어올렸다. "사바사바나 빽이 더 잘 통하는 살 만한 세상이 돼가겠죠."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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