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들었던 ‘군인 대장‘이 한 말이었다. 장흥댁은 그 군인대장의 말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같지는 않았다. 밥 안 굶기고 때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당장의걱정은 던 셈이었다. - P193
그동안에도 강동식과의 연관을 의심받아몇 차례나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왔던 것이다. 자신이 일을당하고 보니 동서 외서댁이 겪어내고 있는 고초가 얼마나 아프고쓰린 것인지를 알것같았다. "그렇제, 거그다 비허먼 우리 팔자는 또 상팔자제 문딩이 콧구녕 겉은 눈에 시상, 여자들이야 무신 죄가 있겄어." 조성댁이 짧고 빠르게 한참이나 혀를 차댔다. - P196
일정 때넌 일정 때때로 그 고초 당험시로 근근이 살고, 해방이 됐는디도 하나또 달라진 것 없이 살다가 베락 맞은 거맹키로 소작꺼정 날라가뿐디다가 갇히는 신세가되었는디, 있는 놈덜언이제나저제나 양지살이고, 읎는 것덜언 이제나저제나 음지살이 허는 것도 분허고 원퉁헌디, 더 분헌 건 나라가 있는 놈덜 편역드는 것이요." - P197
정작 나라 폴아묵고 뺏긴 것은 누구였냔 말이여. 고 알량한 양반에다가 배불른 사람덜 아니었는감? 그런디 고것이 일본놈덜하고짝짝꿍이 되야갖고 못살게 주리럴 틀어댄 것이 누구였어? 우리 가난하고 심 없는 농새꾼 아니였냔 말이여. 1년 농사짓고 쭉쟁이만 보듬고 울어야 허게 지독시럽든동척 소작료에, 항꾼에 놀아난 조선지주덜. 오직이나 못살겄으먼 고향 버리고 그 먼 간도땅으로 떠나고, 산중으로 화전 일구로 들어가고 혔을 것인가 말얼 허자먼야 한이 없고, 그저 몰른 디끼, 바본 디끼 사는 것이 이놈에 팔자니.." - P198
사람이 죽으면 멀라고 울겄소. 운다고 한분 죽어뿐사람이 살아날 것도 아닌디. 운다고 살아날 것 아닌지 뻔허니 암스도 지 설움에 우는 것 아닙디여? 사람이 무신 일 당하고 말 씹는것이야 워디 일 풀리라고 그러간디라? 맺힌 속 풀고, 전후 사정 따져 기운 채리잔 것이제라." - P199
알고 보면 우리 웬수는 정사장도, 순사덜도 아니요. 질로 큰 웬수가 양코배기덜이고, 그 담이정 사장이고 순사요." - P200
지잉, 지영, 지잉, 징징징 ・・・・・・ 징! "공출제도 쳐없애고 토지개혁 단행하라!" "민족을 살해하는 경찰을 타도하자!" 둥둥둥둥.………… 두둥 둥! "이북식 토지개혁 그것만이 살길이다!" "미군정은 각성하라. 조선은 식민지가 아니다!" 분위기는 갈수록 고조되었다. - P203
인민위원회에서는 전단을 뿌렸고, 농민들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대열을 이루었다. "공출제도 쳐 없애고 토지개혁 단행하라!" "이북식 토지개혁 그것만이 살길이다!" - P202
경찰은 공포를 쏘아 시위대를 저지할 수 없게 되자 마침내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피를 쏟으며 퍽퍽 쓰러졌다. 시위대에서는 비명과 아우성이 터져올랐다. 대열도 헝클어지고 흩어졌다. 대열은 다시 정비되지 않았다. 총 맞은 사람들을 수습하느라고 아까처럼 앞에 나서는 청년도 학생도 없었다. - P204
우리나라 전인구의 8할이 농민이었고, 농민의 8할이 소작농이었으며, 소작농의 8할이 절량농가였던 것이 식민지시대의 현실이었다. - P232
농민들이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생존권을 쟁취하고자 한 누적된 욕구의 폭발과 동학봉기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게야. 그 투쟁에서 죽은 농민이 8천여명, 검거된 농민이 5만 3천여 명이었으니, 3·1운동의 실질적 주체는 농민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걸세. - P233
이북은 친일파·민족반역자들은 완전하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숙청을 단행해 버렸네. 그래서 50만이 넘는 친일반민족자들이삼팔선을 넘어 이남으로 도망을 나왔네. 그런데 이남에서는 이북과는 반대로 오히려 친일반민족자들을 옹호하고 보호하며, 그들을핵심세력으로 해서 정권을 세워나갔네. 그 차이란 뭔가? 한쪽은절대다수의 민중들이 권력기반을 이룩했는데, 다른 한쪽은 극소수의 반민중들이 또다시 다수민중들을 노예화한 것이네. - P235
민족 앞에 사죄했어야 했네. 그리고 모든 소작인들은 일제치하에서 겪은 굶주림과 당한 고통의 대가로 마땅히 지주들의 소유를 분배받았어야 하네. 그런데 미국의 세력이 작용하고, 이승만은집권야욕으로 민족을 배반하고, 지주계급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뭉쳐지고, 서로를 위해 상호작용을 일으켜 오늘에 이르렀네. 내가크게 우려하는 바는 지주계급들로 이루어진 현 정권이 농민이나반대세력권을 일본놈들 식으로 무작정 공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야. 그 방법은 모든 계층, 모든 분야의 친일파 민족반역자들한테까지 퍼져나가 공산주의를 자기네들의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공격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거야말로 어불성설이고 주객전도야. 참으로 큰일날 일이지. 일본놈들한테 배워도 못된 것만 배웠지. - P240
"인제라도 정 사장이 나서서 풀어주라고 해야 헐 것인디. 불쌍헌사람덜헌티서 소작 뺏었으면 됐제죄꺼살리겠다고 혀서는 안될 일이제. 사람이 천년만년 사는 것이 아닌디, 정 사장도 욕심 찍끔 줄이고 넘 가슴에 못 치는 일 안 혀야 쓰는다." - P246
고춧가루를 아끼지않고 써서 색깔이 고운 데다가 실고추와 참깨까지 뿌려놓아 식욕을 돋우고 있었다. 전라도 젓갈이라면 팔도에서도 유명했고, 그중에서도 갈치속젓은 으뜸이었다. 신씨는 갈치속젓의 고소한 향내를 맡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 P247
소작인들의 지성스러움은 다 신씨의 베풂이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씨는 자신의 베풂을 잊어버리고 소작인들이 알뜰하고 깍듯하게 하는 것만을 고마워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애초에 소작료를 파격적으로 내릴 것을 제안한 것은 안창민이었고, 신씨는아무런 이의 없이 동의했던 것이다. "그동안 소작료를 높게 받았던 것은 제가 학교를 다녀야 했으니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만, 제가 인제 월급을 받게 됐으니 당연히 낮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 P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