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의 허락이 떨어진 다음 호산맥은 두 번째 행보를 하는것이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쌀보퉁이를 이고 큰아들 집으로 갈 수있다는 것, 호산댁은 그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신명나는 일일 수가없었다. 지도 한 핏줄잉께으짤 수가 없는 것이제, 마음을 돌려준작은아들이 그저 고맙고 기특할 뿐이었다. - P424

가슴은 타다 타다 제풀에 꺼진 숯덩이였다. 그래도 해방은 고마운 것이었다. 작은아들을 찾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새로운마음고생은 또 시작이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서로 총부리를대고 맞서게 된 것이다. 둘 중에 그 누구를 말릴 수 없었다.  - P424

"어허어엇! 엿들 사씨요, 엿들 사아! 아들 밥 비베주다가 숟가락몽댕이 뿌러진 것, 부부쌈 허다가 사발 내붙인 것, 누룽밥 긁어묵다가 양은냄비 빵구낸 것, 재앙시외아들이 붕알시계 고장낸것, 생과부 오줌발에 놋요강 찌그러진 것, 동서지간 싸우다가 솥뚜껑 깨묵은 것, 어허어, 쓰자 허니 못 쓰겄고 내뿔자니 아까운 것,
뭣이든지 갖고 와, 얼렁 와서 엿허고 바까묵어, 달고 맛난 찹쌀엿,
어허어, 싸게싸게 갖고 와, 늦어뿔먼 못 묵어, 어허어, 찹쌀엿, 찹쌀엿, 둘이 묵다가 한나 죽어도 모를 달고 맛난찹쌀엿… - P425

무당이 바라소리에 맞춰 춤을 추듯 엿장수는 커다란 가위를 철그렁거려 박자를 맞춰가며 걸찍한 목소리로 잘도 주워섬기고 있었다.  - P425

광조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입술을 쑥 내밀었다. 저것이 밤이면 에미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모양이라 싶어 호산댁은 콧등이 찡해졌다.
"바보, 엄니보담 아부지가 더 고상이여."
덕순이가 불쑥 말하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호산댁은 덕순이를 부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말에이미울음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애비 걱정으로 우는 것조차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 P430

그런데 술에 밥에 배터지게 먹은 그들이 휴식이랍시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글쎄 한 놈이 빠져나와 처녀 혼자 있는 집으로 뛰어든 거야. 그래 어찌 됐겠나 처녀는 반항을 하고 그놈은 덤벼들고 하는 난장판이 벌어지고있는데 밖에 나갔던 처녀 오빠가 돌아온거네. 상황이 어찌 됐겠어. 다급해진 그놈이 총을 갈겨댄 거야. 마당에 죽어 넘어진 그 참혹한 꼴이라니. 그 집이 내가 몇 시간 전에 들른 학생 집이었고, 그때 만났던 사람을 피 흘리는 시체로 보아야 했지.  - P446

"배짱이 아니네 머리를 맞고 쓰러진 순간 막막하더군. 사람들을끌고 나온 이상 어떤 해결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쓰러졌지, 상대방은 거칠지 방안이 없는 판에 자네가 나타난 거야. 자네가 그때처럼 반가울 줄이야. 그러니 웃을 수밖에."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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