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불편하고 특별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체감해보려면 콜로세움 부근에 있는 산클레멘테 san Clemente 교회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18세기에 바로크식으로외관을 새로 단장해 젊은 느낌을 풍기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진짜 나이를 실감할 수 있다 - P25
이게 끝이 아니다. 4세기에 세워진 이 교회 아래에서 또 다른 공간이 발견되었다. 1세기, 즉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트라교 사원이다. 4세기 교회도 1세기에 지어진 이 고대 사원을 덮고 만들어졌던 것이다. 거의 2천 년 동안의 퇴적, 산클레멘테 교회는 로마의 시공간을 축소모형으로 구현해놓은 듯하다. - P26
로마만의 특별한 시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현대 로마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가장 큰 대로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가도 한편에, 라르고 디 토레 아르젠티나Largo di Torre Argentina 라는 광장이 있다. 이곳엔 무려 로마공화정 시대(고대 로마의 ‘공화정 시대‘라 하면 무조건 2천 년이 넘었다고 보면 된다)의 신전 세 채의 유적이 있는데, 20세기 중반에 우연히 발견되었다. 앞에서 말한 이유로 이 유적의 지표면은 십수미터의 지층 아래에 있다. 마치 싱크홀이 발생해 숨겨진 지하 공간이 우연히드러난것 같은 광경이다. - P26
도시 한복판에 있는 2천 년 전 신전들의 유적지. 이곳에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고양이다. 사실 이유적지의 진짜 매력은곳곳에서 잠을 자거나 한가롭게 거닐거나 장난을 치는 고양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다. 이곳은 도심 속의 고양이 마을, 고대 로마식으로 표현하자면 고양이들의 포룸(forum)이라고 할수 있겠다. - P27
앞서 이야기한 라르고 디토레 아르젠티나 주변을 보자. 바로크 건축의신기원인 제수 교회와 그 유명한 판테온이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다. 발길이 판테온에 이르렀다면 비슷한 거리에 있는 나보나 광장이나 콜론나 광장을 선택할 수 있다. 전자라면 바티칸에 가까워져 있을 테고, 후자라면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광장에 이르게 된다. 가는 동안 여유를 갖고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 사이사이 볼거리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처럼구경거리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로마에서는 가보고 싶은 곳이 없거나 무엇을해야할지 몰라서 걸음을 멈추는 일이 거의 없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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