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동은 사귀고 있는 간호원 서미향에게 혹시 기혼자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건 ‘간호장학생‘들이 피해를 입히고 떠나는 것처럼 광부들 중에서 기혼자들이 총각 행세를 하며 현지 결혼을 했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갑동은 서른한 살이나 먹어 그런 의심을 더 샀다. 스물다섯이면 거의가 결혼을 하는 세태여서 서른하나면 애가 있어도 두셋은 있을 나이였다. 간호장학생들 때문에 간호원들이 유학생을 불신하고 광부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또 기혼자들 몇몇이양심 없이 ‘피아노를 치고 나서는 바람에 정작 총각 광부들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 - P155

한국에서 보내오는 호적등본이나 사망확인서 같은 것을 안 믿는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었다. 광부들의 임금은 독일 복지제도에 따라 기혼자와 총각이 달랐다. 기혼자의 경우 아내와 자식 하나가 있으면 가족수당이 붙어 한 달 임금이 600마르크인데 총각은 400마르크였다. 총각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일을 하고 200마르크나차이가 난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억울한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문서 위조였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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