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우는 씁쓸한 웃음을 씹었다. 염상구는 작년 9월에 결성된대동청년단의 열성단원으로 좌익 지하조직을 파내는 데 적잖은공을 세웠을 것이다. 그건 형 염상진이와 맞서 싸우는 일이었고, 그래서 염상구는 그 일에 더 신바람이 났을지도 모른다. 만약 염상구가 도망을 못 가고 붙들렸으면・・・・・…. 김범우는 그런 상상을 유발하고 있는 자신에게 강한 혐오감을 느꼈다. - P232
그러므로 그는 사상적 ‘전향‘을 한 것이 아니라 사상의 공백상태에 있었다. 그가 괴로워한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주의든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사상의 실현을 위해서 인간을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점이었다. 인간을 위한 주의가 아니라 어떤주의를 위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 변질을 그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 P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