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무수히 드나들었다. 남쪽으로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있던 코린토스, 아르테미스 여신을 떠받들던 스파르티(스파르타), 뮈케나이와 티륀스 문명의 유적지를 두루 훑었다. 제우스신과 헤라여신의신전과 최초의 올림픽 경기장이 잘 보존되어 있는 올림피아에도 다녀왔다. 크레타섬으로 날아가 이라클레이온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크노쏘스 궁전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북쪽으로는 신탁의 신 아폴론의 신전유적이 있는 델포이, 북부의 대도시 테살로니키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 - P1022

헤라클레스의 사당이 있다고 해서 그리스 최북단의 타쏘스섬까지 올라갔다가 재미있는 일을 겪기도 했다. 타쏘스섬까지는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까지 꼬박 여섯 시간, 여기에서 16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카발라까지 또 두세 시간, 카발라에서 하이드로포일로 또 한 시간 반이걸렸다. 하루가 꼬박 걸린 셈이다. 헤라클레스의사당 유적은 별로 볼것이 없어서 밑지는 장사를 한 기분이었다. - P1023

"저는 이 섬에 자주 와요. 하지만 이 타쏘스섬에서 한국인을 처음 봅니다. 세계 어느나라관광지에나 널려 있는 일본인들도 잘 찾지 않는아주 외진 곳이지요. 그러니까 두 분은 한국계 미국인이군요."
"아니요. 미국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이에요."
"저는 카발라에서 기념품 가게 하는데 영 신통찮아요."
"우리처럼 아시아에서 오신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네덜란드계 그리스인입니다."
맙소사, 네덜란드계 그리스인이라니? 키도 나보다 훨씬 작고 몸무게도 나보다 덜 나갈 것 같고 피부색도 나보다 훨씬 더 짙은 사람이 네덜란드계 크리스인이라니 - P1023

하기야 전날 우리가 묵은 항구도시 카발라는유대인들이 세운 도시,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였다. 카발라는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 P1024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물이나 문화재를 국립 중앙 박물관에다 모아서 전시한다. 하지만 그리스는 다르다. 유적이 있는곳에는 박물관이 있다.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은 바로 현지의 박물관에전시된다. 따라서 국립중앙박물관 하나만 찾아가서는 유물을 제대로볼 수가 없다. - P1024

나는 시계를 보아가면서 1층의 유물들을 촬영했다. 1시가 되어 2층으로 올라갔다. 학예사는 보이지 않았다. 2층을 거의 두 시간이나 둘러보았지만 ‘아프로디테의 탄생‘은 보이지 않았다.
3시가 넘어서야 1층으로 내려와 관리직원에게 까닭을 물어보았다. 아뿔싸! 나는 이탈리아에서는 맨 아래층을 ‘바닥층‘, 우리의 2층을 ‘1층‘,
우리의 3층을 ‘2층‘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 P1029

하지만 아르고호가 ‘위대한 시작‘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런거대한 항공모함이 지어지는 것이 가능했겠는가? 라이트 형제가 항공기를 만들어 역사상 최초로 비행한 거리는 36 미터밖에 안 된다. 이 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여객기 ‘보잉 747‘의 화물칸 길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의 ‘위대한 시작‘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대형 항공기의 출현이 가능했을까? - P1032

먼 길을 가자면 높은 산도 넘고 깊은 물도 건너야 한다. 먼 바다를 항해하자면 풍랑도 만나고 암초도 만난다. 이 장애물들이 바로 개인의 흑해, 개인의 쉼플레가데스다.
이것이 두려워 길을 떠나지 못한다면, 난바다로 배를 띄우지 못한다면 우리 개개인에게 금양모피는 없다. 흑해와 쉼플레가데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쉼플레가데스 사이를 지나고 우리의 흑해를건너야 한다. 시작 없이, 모험 없이 손에 들어오는 ‘금양모피‘가 어디에있겠는가? - P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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