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자는 밝게 웃었다. 그건 인사치레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인종 차별 의식은 젊은이들보다는 노인네들이,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이 간호원한테 주사 맞기 싫으십니까? 그러시면 안되지요. 우리 독일 정부가 이 간호원에게 주사놓는 자격을 인정했는데요." 의사가 웃으면서 여자 노인네에게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싫어요, 난 싫어요. 검은 머리 가진 사람이 내 몸에 손대는 건절대 싫어요." - P8
인종 차별은 피부 색깔이나 머리 색깔의 차이로 생기는 것만이아니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김치 냄새나 마늘 냄새도, 독일말이 서투른 것도 다 인종 차별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런것에서 비롯되는 차별은 그나마 괜찮았다. "당신들도 예수를 믿을 줄 아느냐?" 교회에 나갔다가 들은 말이었고, "아, 당신들도 베토벤, 모차르트를 이해할 수 있는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명곡을 감상하다가 이런 말을 들어야했다. - P9
노인들이 한국 간호원들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한국 간호원들은 어렸을 때부터 생활을 통해서 몸에 밴 어른에 대한공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와 노인들에게 예의를 잘 갖추면서 정답게대했고, 아픈 데를 미리미리 살펴가며 알뜰하게 간호하는 것이 다른 나라 간호원들과 달랐다. 근무경력이 쌓이고 재교육을 통해 독일 간호원의 자격을 획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 인기는 더높아져갔다. 한국 간호원들이 환자들에게 누리는 인기는 단순히어른에 대한 공경심 때문이 아니었다. 환자들은 주사를 가장 아프지 않게 놓는 사람들로 한국 간호원들을 좋아했다. - P11
"꿩 먹고 알 먹고 튀는 거야 원래 사내놈들 심보 아니야? 사내놈들이 그리 노는 거야 영화고 소설에서 수없이 봐왔고, 또 눈앞에서남들 당하는 걸 봤으면 속을 차렸어야지. 하긴 뭐 박사님의 사모님되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나야 설마하신거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꼭꼭 들어맞는 줄 모르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여자 쪽에서도 꼭 손해만 봤나 뭐? 남자 없으면 그 깨 쏟아지는 재미어떻게 봐아?"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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