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백은 곧 동생 일을 해결하려고 나섰다. 막냇동생 규동이를생각하면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긴급조치 9호가 시퍼런 칼날을 휘둘러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반대하는 데모를 주동하고 나서다니, 용감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손을 쓰지 않고 내버려두면 긴급군재에 회부되어 중형을 받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리고 철없던 막냇동생이어느덧 장성해 신변의 위험을 무릅써가며 데모를 주동하고 나섰다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동생들은 단순히같은 핏줄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키우다 보니 자식들같은 느낌이 들 때가 더 많았다. 속물근성인 줄 알면서도 ‘검사‘를 팔아 부잣집 사위가 되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것도 동생들과 조카들이 짓누르는 무게를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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