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이 현신한 상으로 집안에 부귀영화를 이룰 관상이라는 것이었다. 좋다고 해서 기분 나쁠 것 없는 말이었지만 어느관상쟁이가 얼빠진 소리 꽤나 지껄였다고 그는 귓등으로 흘려듣고는 했다. 마누라는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알 것은 다 알고 있었다.
징용에서 돌아와 횡재한 것 같은 아들을 보고 고맙기도 하고 면목없기도 해서 쓰잘디없는 짓거리 허다가 잡혀가 당신 고상만 쎄 빠지게 시켰구만" 하고 그는 머리를 긁적였는데, "주색잡기 허신 것도 아니고, 남정네 허는 일인디 무신 짚은 뜻이 있겄제라." 마누라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1년 징역을 살고 나왔을 때도 마누라는 똑같은 말을 했다. 마누라는 아무 배움이 없었지만 속이 깊었고 심성이 착했다. 특히 마누라의 지칠 줄 모르는 부지런은 동네사람들의 입을 모으게 했다.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