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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또 시집간대요 ㅣ 한 장 한 장 우리문화 그림책
김원미 지음, 김미현 그림, 조승연 감수 / 그린북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친구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을 했다.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친구로 만나 긴 우정을 결혼의 결실로 맺은 두 사람은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한 후, 6개월 뒤 휴가기간에 한국에 들어와 전통혼례로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덕분에 난 아이들과 우리 전통 혼례식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그 후 우리 아이들은 전통 혼례와 관련한 질문들을 자주 던지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 역시 전통 혼례에 대해 두루뭉실하게 아는 것이 전부였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가며 답변해주느라 진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 [할머니가 또 시집간대요]를 아이와 함께 읽다보니, 그 호기심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혼례의 모든 절차와 그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참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혼례의 절차 순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혼례 절차의 용어들에 대한 설명들로 차례가 꾸며져 있어 전통 혼례의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외증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의 결혼식을 접하게 되고, 회혼례를 하던 이야기를 엄마에게서 직접 듣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회혼례가 무엇인지, 그리고 회혼례를 위해 필요한 우리 전통 혼례복과 그 외 악세사리들의 용도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참고로, 회혼례는 '결혼한 지 60년이 되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함께 산 걸 축하하기 위해 하는 결혼식'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회혼례 이야기와 함께 신랑 신부의 혼례복, 사모관대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친절하게 곁들여져 있어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과거 어르신들의 결혼은 부모님이 골라 주는 짝과 결혼을 했다'란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우리 큰 아이에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맞선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이가 까르르 웃는다. 정말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중매쟁이를 통해 만났느냐며, 신기해 한다.

납채라고 하여 신랑이 태어난 때를 적은 사주단자를 신부의 집으로 보내면, 신부의 집에서는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소반을 놓아 사주단자를 받았다고 한다.

좋은 날을 혼례날로 정하고 나면, 신랑집에선 신부에게 보낼 함을 준비하는데. 이것을 납폐라고 한다. 사실 나도 화장대 서랍 속에 함을 받았을 때, 함 속에 들어 있던 오방주머니를 보관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서랍을 열고는 그 것이 뭐냐고 자주 묻곤한다. 그런데 책 속에서 이렇게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함 속에 오방주머니와 혼서지를 넣는 방법까지 나와 있어서 아이와 함께 나도 자세히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또, 신랑 친구들이 함을 팔던 그 시절 추억도 떠올라 아이와의 이야깃 거리도 풍성해졌다.

신랑과 신부가 맞절을 하고, 혼례가 치뤄지는 장면을 보는 아이들은 지난 번 친구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그 때 봤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참 또 나누었다.

드디어 외증조 할아버지와 외증조 할머니의 회혼례 모습!!

사실 이 책을 전부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과거 전통 혼례의 단계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엮어져 있고, 이것을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 되고 있어서 지루함 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되어 있어 다른 전통관련 도서들에 없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방문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신방을 들여다봤던 이야기, 또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발바닥을 때리던 동사례, 또 폐백의 의미와 폐백상의 음식들과 관련된 이야기, 결혼 후 1년 뒤에 친정 방문하기 등 엄마에게 듣는 외증조 할아버지, 할머니의 결혼 이야기를 듣노라면, 내가 봤던 엄마 아빠의 앨범 속 결혼식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게 되고, 나도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서,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는 이랬다더라~.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그러셨데~"
하며, 우리 아이에게 책 속 인물들처럼 이야기를 늘어 놓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히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겪었던 혼례의 모습으로 아이의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이야기가 끝나고, 책도 끝이나느냐? 아니다. 또 있다. 이 책이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
바로 전통혼례의 절차를 전체적인 그림으로 정리해놓아 아이들이 그동안 읽은 이야기들을 쭈욱 살펴보고, 떠올릴 수 있도록 했으며,

뿐만 아니라 4대에 걸친 자세한 가계도를 싣고 있어 아이에게 촌수 개념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도록 했다.

또, 왕과 왕비의 혼례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뒷장엔 궁중 혼례복을 실사로 보여주는 등 어느 한 페이지 빠지지 않는 알찬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정말정말 마음에 쏙 드는 책! [할머니가 또 시집간대요]

재미도 있고, 정보도 주는 [할머니가 또 시집간대요] 어느 친척의 결혼식 방문 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폐백을 드리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분명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국의 집이나 한옥마을에 찾아가 우리 전통 혼례모습을 직접 보여준다면 아이에게 책 속에 봤던 장면을 직접 보고, 좀 더 오래 기억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