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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다 세는 방법 ㅣ 콩닥콩닥 4
로마나 로맨션.안드리 레시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가 3살이 될 무렵,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며 숫자를 세는 모습을 보곤, 정말 잘한다며 칭찬을 듬뿍듬뿍 해줬더랬다. 하지만 7살이 된 우리 아이가
"이거 너무 어려워요. 아~ 어려워요."
하면서 억지로 엄마 눈치를 봐가며, 사고셈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왜 이해를 못하지?자~ 다시 생각해보자~!"
하며, 칭찬보다는 가르침을 우선시 뒀다.
그랬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동화 [밤 하늘의 별을 다 세는 방법]. 이 책은 2013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신인상 격인 '오페라 프리마'를 수상했다. 작가가 우크라이나 리비우 출신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봤던 그림책과는 느낌도 색다르고, 그림 구성 기법도 달라 그림을 보는 묘미도 있다.

수학자인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도라는 숫자 세는 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다 셋는데, 심지어 아빠가 보는 신문에 나온 글자들까지 일일이 세기도 했단다.

그리곤 장난 삼아, 땅바닥에 봉성화 씨앗을 펼쳐 놓고, 집에서 키우는 토끼 모습을 만드는가 하면, 후추 열매로는 이웃집 고양이를 만들기도 했단다. 각 수자대로 연결하면, 토끼와 고양이가 되는 그림들. 아이는 저절로 손을 가져가 1부터 차례대로 숫자를 따라 토끼와 고양이를 그렸다.

숫자를 세기 좋아하는 도라는 종종 자신이 사는 도시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상상해 사막의 모래 알갱이들이 전부 몇개나 될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정말 숫자 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 듯하다. 평범한 우리로서는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던 생각들이니...

호수에 있는 물방울은 몇개가 될까?, 바다에 있는 물방울은 전부 몇개나 될까? 세상의 모든 바닷속 물방울들은 다 합치면 몇개나 될까? 아이 다운 상상력의 끝에 도라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 티끌 하나하나까지 열심히 세기 시작한다. 하지만 밤하늘을 유심히 보던 도라는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숫자를 다 동원해도 별을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에... 온갖 수학공식을 대입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잠자리에서 엄마에게 별을 헤아릴 수 없어 속상한 마음을 드러낸 도라에게 엄마는
" 도라야.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기만 하면 된단다. 제아무리 복잡한 일도 시작은 아주 간단하거든."
하며, 천천히 다시 하나, 둘, 셋 세어보길 권하고, 그런 엄마의 말에 도라는 용기를 내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을 다 헤아린 다음 콜콜 잠이 든다.

숫자를 헤아린다는 것. 그것으로 수학의 첫 발을 디디게 되고, 그 첫 발에 우린 '혹시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의심을 해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점점 수학의 벽 앞에 아이들은 움추러들게 된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천천히, 차근차근 해보길, 그리고 칭찬 듬뿍 해주는 일을 자주 잊곤 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숫자를 헤아리던 첫 모습을 떠올리며, 같이 숫자를 헤아려보고, 함께 웃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가 학교에 가고,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사회에 나가기까지 숱한 어려운 문을 통과하게 될 것 이다. 그 때마다 옆에서 함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가끔 응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 아이는 그 만큼 또 자라서 역경지수가 그만큼 높아지리라. 그 교훈을 이 책[밤하늘의 별을 다 세는 방법]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