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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만화방 ㅣ 이야기 별사탕 1
송언 글, 강화경 그림 / 키다리 / 2014년 10월
평점 :
오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동화는 무엇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에서 일깨우는 것'이란 동화작가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쓰여진 동화 중에도 지금 시대엔 만나 볼 수 없는 소재들로 쓰여진 글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 속에서 고스란히 그 동화 속의 인물들의 감정이 살아움직이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 [우리 동네 만화방] 역시 그런 동화 중에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만화방'에서 한 장, 한 장 넘기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과거의 아이들의 추억. 7살, 5살 우리 아이들이 만났던 만화방은 국립어린이민속 박물관 앞의 오래전 만화방을 재연해 놓은 곳이었다. 창문 속에 여러 만화 책이 전시되어 있고, 난로와 나무 의자, 테이블이 있는 만화방은 어쩌면 그냥 옛날 건물, 옛날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것에 불과했으리라. 하지만 이 책 [우리 동네 만화방]을 읽고 난 후 우리 아이들에게 추억 속의 만화방은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그 때, 부모님은 허리가 휘도록 일하느라 소년은 눈 먼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게 된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소년은 이야기 나라에 푹 빠지게 되고, 그것으로 행복했으나, 할머니가 갑자기 앓아 눕게 되고, 그 길로 눈을 감으시게 되자 이야기가 없는 세상을 맞이하는데....

그 무렵, 동네에는 만화방이 생기고, 만화방을 드나든 아이들은 그 곳에 가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하지만 소년은 만화방에 갈 수 없을 만큼, 꼭 그만큼 가난했더랬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엄마는 소년에게 머리를 자르고 오라며 30원을 손에 쥐어주고, 소년은 그 길로 이발소가 아닌 만화방에 가서 하루해가 저물도록 이야기에 쏙~~ 빠져 그만 이발소에 갈 것을 잊어버린다. 결국 허둥지둥 이발소로 향하여서는 이발소 아저씨의 저녁상을 물리고, 머리를 맡기는데... 이발하라고 주신 돈으로 만화를 본 소년에게 남은 돈은 단 10원. 10원으로 깎을 수 있는 머리는 빡빡 머리였기에 소년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밀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소년의 이야기 사랑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나중에 가난해 진다고 하시던 부모님의 걱정과는 다르게 소년은 작가가 되고,
오늘도 이야기를 쓰고, 또 고치느라 하루를 보내며, 이야기를 사랑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소년이 되어 소년의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 [우리 동네 만화방].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며,
"예전에 집들은 아파트가 없었고, 이렇게 산꼭대기까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 그리고 이발소, 만화방도 있었고, 그 곳은 이런 곳이었지."
하곤,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옛날 풍경을 이야기 해주다보면 아이들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나이가 조금 있는 부모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만화방, 이발소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겐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 그림책이다. 게다가 그림 또한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 그리고 옛 냄세가 물씬 풍기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내용을 더 없이 잘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지긋한 나이에 세상에 대한 따스한 작가의 안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우리 동네 만화방] 아이와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나누고픈 부모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